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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쿠로.


히나타는 태양? 낮? 을 의미하고 쿠로오는 이름에 흑이 들어가니까.






히나타는 황궁 예언가. 태양빛을 보고 미래를 예언하는데 그건 대부분 긍정적인 미래임. 뭐 황태자가 태어난다던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던가 하는 것들. 히나타의 예언은 아주 잘 맞는 편이어서 황제도 히나타를 의심하지 않고 꽤나 신뢰하는 편.




그런데 어느 날 토벌을 하던 중 희귀 수인 종족이었던 흑표범 수인들을 맞닥뜨리게 됨. 그들은 강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대부분 토벌단의 손에 잡혀 들어오게 되고, 그 중엔 꼭꼭 숨겨져 있던 한 수컷도 있었음. 다른 수컷들과는 달리 동굴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더 의심을 한 토벌단은 그 수컷을 꽁꽁 묶어 황제의 앞에 데려옴. 그 때 히나타의 황제의 옆에 앉아 있었음. 그 수컷은 꽤 태연해보였고, 순순히 입을 염.





내 이름은 쿠로오. 우리 종족의 예언가로, 당신들이 우리 종족을 잡아들일 것을 알고 있었다.






하는 말에 황제는 흥미를 보임. 사실 여기서 황제는 히나타의 자질을 약간 의심하게 되는데, 흑표범 종족들을 마주쳐 잡아들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었음에도 히나타는 예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음. 황제는 쿠로오에게 가까운 미래를 예언해보라 하고, 쿠로오는 눈을 감음.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쿠로오는 처음으로 섬뜩하게 웃으며 말함.





나는 불운한 미래를 보며, 어둠 속에서 예언한다. 눈을 감은 것만으로는 가벼운 것밖엔 보지 못하지만, 당신의 아들은 대를 잇지 못하게 되겠군.





하고 소리 내어 웃음. 황제는 당연히 분노했지만, 그 때 급하게 들어온 신하가 황태자가 말 타기를 하던 도중 낙마해 성기를() 다쳤다는 말을 전함.




황제는 일단 쿠로오의 말이 맞긴 했지만 불길하다며 감옥 제일 구석에 결박한 채 가둬두고 찾아오지 않음. 하지만 히나타는 황제가 예언을 부탁할 때마다 쿠로오를 찾아감. 어둠 속에서 미래를 보는 쿠로오에게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감옥은 최적의 장소였고, 히나타는 자신의 예언이 맞는 지 확인한다는 핑계로 자주 쿠로오를 보러 감. 히나타는 쿠로오가 예언하던 그날 자신과는 아예 정 반대인 쿠로오에게 엄청난 흥미를 느꼈고, 좀 더 그 예언을 듣고 알고 싶다 생각했음.




쿠로오는 늘 히나타를 무표정한 얼굴로 보며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은 창살 너머에서 자신에게 자기가 본 미래를 종알종알 떠드는 히나타를 보며 픽, 웃음.






 너 나랑 섹스하고 싶지.






그 말에 히나타는 눈만 커다랗게 뜨는데, 쿠로오는 다리를 벌리고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한숨을 내쉼.





나중에 강간당할 바에는 이게 낫지 않나 싶어서.





하고 다시 얼이 빠진 히나타를 보면서 웃음.





왜, 내 예언이 틀렸어? 하는 쿠로오에 히나타는 늘 가지고 다니던 열쇠로 감옥 문을 따 안으로 들어가고, 둘은 섹스를 하게 됨. 그 이후로도 히나타는 굳이 예언에 관한 일이 없음에도 자주 쿠로오를 찾아감. 벽에 묶인 쿠로오와 섹스를 한 후 주절주절 떠들다가 돌아오는 나날을 반복함.




그러던 중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섹스를 한 후 감옥 바닥을 뒹굴던 히나타는 별 생각 없이 지난 번 보았던 미래를 이야기 함. 이번에 옆 나라와 전쟁을 하게 됐고, 승리하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말하는데 숨을 몰아쉬던 쿠로오가 고개를 갸웃, 하면서 웃음. 이 나라는 망할 건데. 확정적으로 나왔지만 자신이 본 미래와 정 반대인 예언에 히나타는 눈만 크게 치켜 뜸. 쿠로오는 드물게 소리 내어 웃곤 누구 말이 맞나 한 번 보자. 함. 히나타는 그대로 자기 방으로 돌아와 다시 미래를 보지만, 자신이 본 미래는 아까와 똑같았음.




여차저차해서 전쟁은 시작되고 히나타는 다시 쿠로오를 찾아가지만 쿠로오는 그 후로 입을 다물어버림. 별 소득 없이 초조한 마음으로 전쟁을 지켜보던 중, 정신이 없던 히나타가 흘리고 간 열쇠로 쿠로오가 탈출을 하고, 동시에 황제가 전쟁터에서 죽었다는 전갈이 옴. 좋은 미래만 보는 히나타는 알 수 없었던 미래였음.




뒷이야기 압축해서..결국 전쟁은 승리했지만 황제의 죽음으로 아직 너무 어렸던 황태자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되고, 파벌 싸움이 벌어지면서 전쟁 후 나라는 회복이 되지 못하고 결국 쿠로오의 말대로 망해버렸음. 히나타는 망해버린 나라에서 간신히 목숨만 건져 쿠로오 종족이 살았던 산 속으로 들어가 혼자 생활하게 됨.




어느 날 밤, 인기척에 눈을 뜨자 어두운 집 안에 누군가가 서 있음. 히나타는 그게 바로 쿠로오라는 걸 눈치 챘고, 둘 다 서로 보기만 하는데, 쿠로오가 먼저 다가옴. 히나타는 나라가 망한 이후 예언을 그만 둬서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몰랐음. 쿠로오는 히나타의 위로 올라타서 둘은 그대로 섹스를 하고, 쿠로오는 다 끝난 후 히나타의 눈을 가림.






네가 죽는 미래를 봤어.






그 말에 히나타는 ???하는데 쿠로오의 목소리는 울먹거림.






내가 너를 죽이는 미래를 봤어. 나는 불행한 것만 보는데, 그런 미래를 봤어. 그게 왜 불행한 건지 난 모르겠어. 왜 내가 그걸 봤는지, 너는 알아?






하고 울지만 히나타는 대답을 해줄 수 없었음. 결국 히나타의 가슴에 칼을 꽂은 쿠로오는 피를 토하는 히나타의 위에서 엉엉 우는데, 히나타는 쿠로오를 쓰다듬음.






내가 미래를 봤다면, 분명 이걸 봤을 거야. 엄청 행복하거든.






그렇게 히나타는 죽고, 쿠로오는 한참을 울다가 히나타의 가슴에 꽂힌 칼을 뽑아들고 자기 눈을 파내버림. 쿠로오는 파낸 자기 눈을 히나타의 시체 위에 올려두고 비틀대며 집을 빠져나감. 쿠로오는 영영 미래를 볼 수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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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가 났다. 아카아시는 느릿하게 눈을 떴다. 투둑투둑,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렸다. 아카아시는 시선을 돌렸다. 벌써 새벽 2시였다. 지독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마른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린 아카아시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가로 다가가자 여름이 제법 가까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비 탓인지 꽤나 서늘한 기운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었다. 유리창에 손끝을 올리자 차가운 온도가 느껴졌다. 그 찬 기운이 옮은 손가락으로 열이 오르는 뺨을 쓸어내리자 선뜻한 기분이 들었다가 금세 가라앉았다. 잠을 자지 못해 지끈거리는 머리가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아카아시는 흐트러진 침대 시트를 보다 발을 떼었다. 잠이 오지 않는데 누워서 끙끙대는 것도 무의미한 것 같았다.


 거실로 나온 아카아시는 물을 몇 모금 마신 후 소파 위에 길게 드러누웠다. 차가운 가죽 소파의 감촉이 뻣뻣해졌던 몸을 조금 풀어주는 것 같았다. 비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 시원함이 퍽 달가웠다. 뺨만 후끈거리는 줄 알았건만 목덜미며 복부까지도 뜨끈한 열기가 한 가득이었다. 감기라도 걸린 걸까. 아카아시는 어둠 속에서 눈을 깜빡였다. 며칠 전 흠뻑 비를 맞은 이후 줄곧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싶더니, 감기에 걸린 모양이었다. 보쿠토 상이 저가 없는 훈련을 견딜 수 있을까. 상상해 보았지만 다다른 결론은 썩 좋지 못했다. 미간을 좁혔던 아카아시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약이라도 미리 먹어두면 괜찮을까 싶었다. 어둠 속에서 걸음을 옮기던 아카아시는 문득 장식장 위에 놓인 사진에 걸음을 멈추었다. 싸구려 액자 속에 들은 세 사람. 아카아시는 한숨을 내쉬며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치워야 하는데. 생각만으로 끝나는 것은 여전했다.





















 헤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와 있던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왜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는가. 후회를 하고 있으면 결론은 늘 역시 그 사람 탓이다, 라고 끝이 났다. 그랬다. 전부 쿠로오 때문이었다. 자신이 그 없는 삶을 떠올릴 수도 없게 된 것은. 쿠로오와 친분이 생긴다는 것은, 쿠로오가 삶 자체에 스며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저보다 먼저 쿠로오와 알고 지낸 보쿠토도 그랬다.






 ‘쿠로오 없을 땐 어떻게 개인 훈련 했냐고? 어……모르겠어. 기억 안나!’






 그 땐 단순히 그 단순한 머리가 기억을 못한다고만 생각을 했었다. 그 때 그 이야기를 같이 들은 쿠로오도 낄낄 웃으며 보쿠토를 타박했다. 이 멍청아. 그 분위기에 휩쓸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건만 자신 또한 보쿠토와 다를 것이 없었다. 쿠로오가 없었던 그 옛날엔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걸 깨달은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쿠로오가 자신의 삶에 스며있을 때였다.






 ‘아카아시.’






 저를 보며 활짝 웃는 얼굴이 햇빛 같았고 달빛 같았다. 그런 그를 보면 그런 걱정 정도는 아무래도 좋았다. 놓치지 않고, 그가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제 쪽을 향해 뻗어진 손가락 사이로 제 손가락을 밀어 넣으며 바짝 깍지를 껴잡는 것이 익숙해진 채였다.





















 쿠로오와의 관계가 단순히 친한 선후배 사이가 아니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늘 보쿠토를 껴서 셋이 만나 왔건만, 보쿠토가 일이 생겨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배구를 하고 싶다며 낑낑대는 것을 달래놓고 그냥 돌아가야 하나, 고민을 할 때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쿠로오였다.






 ‘아카아시, 너희 집 여기서 가깝지 않아?’

 ‘네. 5분 정도.’

 ‘그럼 너희 집에서 신세 좀 지자. 더워서 바로 집 가기 싫어.’






 제 집도 그다지 시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그의 집까지 가는 거리를 생각하던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슈퍼에서 그가 사준 아이스크림까지 물고 집으로 돌아왔다. 크게 시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햇볕이 내리쬐는 바깥보단 훨씬 나았다. 사내 둘이서 뭘 하나 싶었다. 보쿠토와 있을 땐 혼자서도 잘 떠드는 보쿠토 덕분에 침묵과 싸우지 않아도 괜찮았었지만, 쿠로오는 아니었다. 보쿠토와 어울려 장난을 치는 것에 쿠로오 또한 비슷할 것 같았건만 쿠로오는 생각보다 말이 크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저도 그다지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으니 어색한 침묵만 계속되었다. 단 둘이 있는 것이 처음이었다.






 ‘우리끼리 있는 거 처음이네.’

 ‘……그러게요.’

 ‘보쿠토 있을 땐 엄청 시끄러웠는데. 그치.’

 ‘네.’






 입 안이 바짝 말라갔다. 그다지 말주변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가 던지는 말들에 적당히 대답해주면 되는 것을, 유난히도 대화가 뚝뚝 끊겼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대화에 머리칼을 한 번 쓸어 올렸을 때, 제 옆으로 그가 성큼 얼굴을 내밀었다.






 ‘너 좋은 냄새 난다.’

 ‘……씻은 지 얼마 안 됐으니까요.’

 ‘나는?’

 ‘딱히…….’






 쑥 다가온 얼굴이 묘했다. 아. 저도 모르게 멍청한 소리를 냈다. 그의 표정은 어땠던가. 웃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고, 무표정 했던 것 같기도 했다. 어깨 위로 올라온 손이 뜨거웠다. 더워. 그런 생각이 들었음에도 눈을 내리깔고 그대로 부딪쳐오는 입술에 제 입술을 뭉갰다. 더위에 조금 까끌한 표면이 젖어들자 금세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말캉한 입술을 가르고 혀를 밀어 넣은 것은 자신이었다. 왜 그랬나. 되 물어봐도 딱히 이유는 없었다. 입술이 맞닿았고, 상대는 쉽게 입술을 벌렸다. 혀는 쉽게 엉켰다. 아이스크림의 단맛이 타액에 섞여 넘어왔다. 어깨 위에 있던 손이 어느새 뒤통수를 감싸고 있었다. 바짝 밀착한 가슴팍이 뜨겁고 더웠다. 그럼에도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다. 쪽, 쪽, 떨어질 듯 멀어졌던 입술은 방향을 틀어 다시 깊게 맞물렸다. 기갈이 난 사람처럼 서로의 혀를 놓아주지 않았다. 먼저 입술을 떨어뜨린 것은 자신이었다. 헉헉 부족했던 숨을 몰아쉬며 그의 눈을 보았다. 똑같이 헐떡이는 그는 평소와 똑같이 웃었다.






 ‘처음, 아니지.’






 입가로 흘러내린 타액을 옷소매로 훔쳤다. 반들하게 젖어 붉게 부르튼 입술이 자꾸만 시야에 걸려들었다. 얼굴이 자꾸만 달아올랐다.





















 그 후로 보쿠토를 빼고 몰래 만나는 날이 늘어났다. 대부분 제 집에서 시간을 보냈고, 서로 서로를 만지지 못해 안달이었다.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입을 맞추거나, 서로를 끌어안는 다던가, 그 무엇도 하지 못하면 손이라도 잡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둘이 있는 날이 늘어나며 배구 연습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연습 경기 도중 하는 실수가 늘어나진 않았지만, 다른 이들에 비해 실력은 제자리였다. 제 눈에도 그게 보일 정도니 제 토스를 받는 보쿠토는 더 예민하게 눈치 채고 있었다.






 ‘아카아시, 뭔가, 지루한 것 같은데?’






 뚝뚝 떨어지는 땀을 닦으며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보쿠토는 다른 이들에 비해 훨씬 예민하고 솔직했다. 지금은 보쿠토만 눈치 챘지만, 앞으로는 모두가 알아차릴 것이었다. 배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마음이 조급해졌다. 연습 시간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쿠로오와의 시간을 줄인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 전엔 어떻게 지냈더라. 떠올리려 했지만 이미 까맣게 잊은 채였다.





















 ‘쿠로오 상은 배구하기 전에 뭐 했어요.’






 조급함을 느낀 날에도 똑같이 쿠로오를 만났다. 제 침대에서 익숙한 듯 뒹굴던 쿠로오는 그 물음에 흘긋, 저를 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 와중에도 손은 맞잡은 채였다.






 ‘난 애기 때부터 배구 했어.’

 ‘조기 교육 같은 건가요.’

 ‘그냥, 내가 좋아서.’






 뒹굴, 마른 몸이 구르며 잡고 있던 손이 떨어졌다. 비어버린 손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내내 눈을 떼지 못하던 만화책에서 눈을 뗀 쿠로오는 몸을 일으켜 제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허벅지 위에 앉은 쿠로오는 제 양 뺨을 쥐고 쪽쪽 짧게 입을 맞추곤 몸을 일으켰다.






 ‘당분간 시험기간이라 못 와.’

 ‘네.’

 ‘너도 잘 보고.’






 연락할게. 휘어지는 눈매에 고개만 끄덕였다. 마주 잡고 있던 제 손이 후끈거렸다.





















 연락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쿠로오는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그가 사라진 생활이 어색했다. 원래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더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시험 기간이었으니 시험공부를 했고, 그 동안 쿠로오에게 밀려있던 배구 연습을 했다. 무엇이든 썩 즐겁지가 않았다. 늘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진짜 나 왜 이러지. 자책을 해 보아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어영부영 시간이 지났다. 쿠로오에게서 연락은 시험이 끝나는 날 왔다.






 ‘놀러 가자. 보쿠토랑 같이.’






 보쿠토에게 보내도 될 메시지를 저에게 보냈다. 근데 왜 보쿠토 상이랑 같이. 두 가지의 상반된 감성이 마음속에서 충돌하고 휘몰아쳤다. 하지만 애써 덮어둔 채 알겠다고 답장만 했다. 불안감이 생겨났다. 저와 쿠로오만 지내던 시간에 다시 보쿠토가 섞여들었다. 보쿠토가 있던 시간들은 어땠더라. 그 때의 쿠로오는 어땠지. 바로 얼마 전인데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뇌에 문제라도 생긴 것처럼. 머리가 아파왔다.





















 쿠로오가 끌고 온 곳은 놀이공원이었다. 시커멓고 키만 큰 남자 셋이 뭣하러 놀이공원까지 오나 싶었지만, 보쿠토와 쿠로오 둘 다 꽤나 들떠보였기에 장단을 맞춰주기 시작했다. 놀이기구를 못 타는 편은 아니었다. 보쿠토는 놀이 기구를 발견할 때마다 타자며 저와 쿠로오의 손목을 잡아끌었고, 쿠로오와 저는 그 장단을 맞춰주었다. 충분히 재미있었고, 충분히 유쾌한 하루였음에도 이질적인 기분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시간이 늦을 때까지 실컷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다 가장 먼저 지친 것은 쿠로오였다. 잠깐 쉬었다 가자며 저를 끄는 것에 아이스크림을 사 벤치에 앉았다.






 ‘아 진짜 보쿠토.’

 ‘진짜 재밌어!’

 ‘그래, 재밌었지. 난 토할 뻔 했고.’






 바이킹 재미있다고 다섯 번 연속으로 타는 미친놈이 어디 있어. 속이 좋지 않은지 가슴께를 툭툭 두드리는 손에 아카아시는 가방에서 물을 꺼내 쿠로오에게 내밀었다. 익숙하게 받아든 쿠로오는 꿀꺽꿀꺽 물을 삼켜냈다. 스친 손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아카아시는 아이스크림에 입술을 묻었다. 끈적거리는 단맛이 혀에 배어들었다. 어딘가 붕 뜬 것 같은 느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왤까. 아카아시는 쿠로오가 내미는 물병을 돌려받고 입술을 묻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웠다. 달고, 텁텁했다.






 ‘늦었으니까 이만 가자.’

 ‘왜?! 더 놀고 싶어!’

 ‘다음엔 애인이랑 오셔.’






 낄낄 웃으며 하는 말에 보쿠토는 아, 쿠로오! 하며 부산스럽게 굴었다. 아카아시는 머리를 한 번 쓸어 올렸다. 애인이랑. 흘깃, 쿠로오를 보았지만 쿠로오는 보쿠토와 말장난을 하느라 저를 보고 있지 않았다. 급격히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아, 우리 사진 찍자, 사진.’






 애들한테 자랑하자. 말을 꺼낸 것은 쿠로오였다. 둘을 찍어줄 생각이었건만, 쿠로오는 제 팔을 당겨 옆에 앉게 했다. 보쿠토가 제 옆에 앉으며 졸지에 가운데 앉게 되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지도 모른 채 찰칵, 사진이 찍혔다. 자기가 눈을 감은 것 같다며 다시 찍자고 하는 보쿠토의 말을 가뿐히 무시한 쿠로오는 휴대전화를 흔들어보였다. 내일 보내줄게. 이를 드러내며 짓는 웃음에 아카아시는 한 손으로 양 뺨을 쥐었다. 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중간에 보쿠토와 먼저 헤어진 후 쿠로오와 한참이나 시간을 보냈다. 그 긴 시간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을 잡고, 끌어안고, 몇 번의 입맞춤을 나눴을 뿐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았다. 본래도 그다지 말을 많이 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난히. 이상하게도. 빗방울이 한두 방울 툭툭 떨어질 때 쯤, 쿠로오는 제 몸을 껴안은 팔을 풀었다.






 ‘이만 가자.’






 정작 제 품에서 얼굴을 떼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은 것은 쿠로오 자신이면서, 쿠로오는 애써 손을 떼었다. 그것에 굳이 토를 달지 않았다. 잡은 손마저 놓고 앞서서 걸어가던 쿠로오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아참. 뭔가가 생각난 듯 걸음을 멈춘 쿠로오에 아카아시는 저도 걸음을 멈추었다. 가방을 뒤적거리던 쿠로오는 아카아시의 품에 뭔가를 턱 하니 안겨 주더니 활짝 웃으며 먼저 총총 뛰어갔다.






 ‘선물이야!’






 멀어지는 쿠로오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 품에 안겨진 것을 확인했다. 액자였다. 아마 아까 놀이공원의 기념품 가게에서 산 것 같았다.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었다.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붙어있었다. 감촉이 까끌거렸다. 입술을 꾹 다물며 가방 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뺨이 뻐근해질 정도로 당겨질 것 같았다.





















 다음 날 쿠로오가 준 사진을 끼워 넣어 거실의 장식장에 올려두었다. 저를 가운데 두고 양 옆에 활짝 웃고 있는 보쿠토와 쿠로오가 있었다. 어떤 표정을 지었었나, 하고 보니 저는 의외로 어떠한 표정도 짓고 있지 않았다. 괜히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나름대로 어떤 표정을 짓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평소에도 이런가 싶었다. 괜히 입꼬리를 조금 당겨보다 그만 두었다. 마냥 어색한 것만 같았다. 액자의 사진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다 몸을 돌렸다. 귀 끝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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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물게 훈련이 없는 날이었다. 주장인 저가 제일 먼저 알았어야 했지만 수업 시간, 쉬는 시간 할 것 없이 퍼질러 잤던 탓에 부주장인 아카아시가 종례시간이 다 되어서 알려주러 왔었다. 그 한심하다는 눈빛과 한숨에 딱히 할 말이 없어 턱에 흐른 침을 닦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훈련이 왜 없는 지에 대해서도 알려줬건만, 딱히 귀 담아 듣지 않았기에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보쿠토는 발에 차이는 돌에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어느 새 네코마 고교 앞이었다. 생각보다 조금 더 돌아 왔나보다. 보쿠토는 머리를 조금 긁적이다 단 위로 올라가 울타리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배구부 애들은 체육관 안에 있으려나, 구경이나 갈까, 따위를 생각하던 보쿠토는 뒤에서 엉덩이를 팍 치는 것에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악!!”

 “여기서 뭐하냐?ㅋㅋㅋㅋㅋ”

 “와, 씨! 욕 할 뻔 했어!!”

 “변태도 아니고 남의 학교를 왜 들여다보고 있어.ㅋㅋㅋㅋㅋㅋ”






 낄낄대며 웃는 얼굴에 보쿠토는 마구 뛰는 가슴을 꾹 누르며 머뭇머뭇 단 위에서 내려왔다. 쿠로오 뿐만 아니라 네코마 부원들도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보쿠토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쿠로오에게 걸린 것도 최소 한 달치 놀림감이건만 뒤늦게 도착한 애들은 배가 찢어져라 웃고 있는 쿠로오와 머쓱하게 서있는 저를 보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






 “야, 그만 웃어.”

 “아 진짜 존나 웃겨.”

 “너 훈련 중 아니냐?”

 “아 맞긴 한데. 너희 먼저 들어가 있어라, 나 좀 이따 들어갈게.”






 아직 웃음의 여운을 갈무리하지 못한 쿠로오가 끅끅대며 손을 내젓자 다른 부원들은 어깨를 으쓱, 하곤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쿠로오는 웃느라 눈가에 맺힌 눈물을 쓱 닦아내곤 보쿠토의 어깨에 척하니 팔을 올렸다. 축축한 체취가 훅 밀려들었다.






 “자, 우리도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학교 교복 입고 들어가도 되나?”

 “누가 뭐라 하겠어?”






 제 어깨를 당기는 손에 보쿠토는 입술을 비죽 내밀며 교문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고작 교문 하나일 뿐인데도 뭔가 기분이 미묘했다. 후쿠로다니 학원의 교복을 입고, 네코마 안에 있는 자신. 보쿠토는 흘깃, 쿠로오를 보았다가 그저 걸음을 옮겼다. 아래로 늘어뜨린 손이 조금 아쉬웠다.






















 “뭐 마실래? 아, 나 지갑 없다.”

 “사달라는 거지?”






 입술을 비죽 내밀며 주머니를 뒤적이자 쿠로오는 미안하다며 낄낄 웃었다. 마주 웃은 보쿠토는 콜라를 두 개 뽑아 벤치에 앉았다. 시원하다며 캔을 뺨에 댄 쿠로오는 그렇지 않아도 러닝 탓인지 양 뺨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보쿠토는 그저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캔을 땄다. 치익-, 퍽 시원한 소리가 났다.






 “그나저나 웬일?”

 “그냥 걷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쿠로오 씨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뭐래.”






 팔을 주먹으로 가볍게 툭 치자 쿠로오는 낄낄 웃었다. 몇 모금 꿀꺽꿀꺽 삼켜내자 목구멍이 따가워지며 더위가 훅 가시는 것 같았다. 여름이 다가오며 낮이 길어지는지 수업이 끝나고 왔음에도 아직 해는 아직 중천이었다. 고개를 뒤로 꺾자 보이는 나무는 몇 주 전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슴을 간질여 놓더니 벌써 녹음으로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곧 있으면 매미의 울음소리도 들릴 것이었다. 진짜 여름이다. 보쿠토는 눈을 가늘게 뜨다 제 어깨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촉감에 몸을 뒤척여 제 어깨를 내주었다. 치익, 뒤늦게 캔을 따는 소리가 났다.






 “오늘 훈련 없어?”

 “엉. 아카아시가 없대.”

 “주장은 너인데 왜 네가 모르냐.”





 후배한테 떠넘기면 안 되지. 피식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보쿠토는 목구멍까지 치솟은 말을 남은 콜라와 함께 삼켜냈다. 목이 따가웠다. 가깝게 밀착한 몸 탓에 스치는 팔은 어느새 땀이 식어 끈적거리지 않고 보송보송해져 있었다. 보쿠토는 고개를 기울여 제 어깨에 기댄 머리 위에 뺨을 기댔다. 쿠로오의 키가 저보다 조금 더 큼에도 이 자세가 편할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편해졌는가. 쿠로오에 관한 것이라면 본래도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력이 더 좋지 않아졌다. 보쿠토는 기억을 더듬느라 눈을 가늘게 떴다가 그 머리에 기댄 뺨을 문질렀다. 만지지 않아 조금은 까끌한 머리칼의 감촉에 뺨 아래 뭉개졌다.






 “이렇게 농땡이 피워도 돼?”

 “뭐 하루쯤이야 어때. 너희도 쉬는데.”

 “그렇긴 하지만.”






 괜히 손에 든 빈 캔을 구겨 휴지통에 던져 넣은 보쿠토는 눈만 굴렸다. 앞으로 모은 손을 까닥까닥 하던 보쿠토는 손을 뒤로 뻗어 제게 머리를 기댄 쿠로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약간 긴장했지만 손은 쳐내지지 않았다. 진즉에 이럴 걸. 보쿠토는 괜히 손에 쥐어지는 땀을 바짓단에 문질러 닦았다. 손아귀에 들어온 어깨는 생각보다 넓었고, 따뜻했으며, 마른 탓에 단단했다. 가슴께가 간질간질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눈앞의 까만 머리칼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축축했던 땀 냄새는 사라지고 평소와 같은 체취가 올라왔다. 뺨을 기댄 머리가 뒤척였다.






 “나 좀 졸린 것 같다.”

 “너희 언제 끝나는데?”

 “음, 글쎄. 애들 다 가고 나서야 내가 가겠지?”

 “주장이네.”






 어깨를 안고 있던 손을 올려 머리를 흐트러뜨리자 킥킥 웃음이 터지며 어깨에 기대고 있던 머리가 떨어졌다. 아쉬움이 가슴께에 들썩거리다 가라앉았다. 정말 졸음이 오는 지 머리를 몇 번 털어낸 쿠로오는 여태 손에 들고 있던 콜라를 비워내고 캔을 쓰레기통에 휙 던져 넣었다. 꽤나 큰 소리를 내며 캔이 골인하자 쿠로오는 예에, 하며 몸을 일으켰다. 쭉 기지개를 펴느라 티가 올라가 허리가 슬쩍 드러났다 가려졌다. 멍하니 그 허리를 보던 보쿠토는 그 허리가 틀어지는 것에 고개를 들었다. 장난기 가득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어이, 변태 씨. 지금 어디 보는 거?”

 “ㄴ, 내가 뭘!”

 “진짜 봤어? 반응이…….”

 “안 봤어!”






 낄낄 웃는 소리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 진짜.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고 고개를 숙이자 제 머리칼을 북북 쓰다듬는 손이 느껴졌다. 형이 다 안다. 장난스럽게 하는 말에 보쿠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숙였던 고개를 바로 들자 능글맞게 웃고 있는 얼굴이 마주했다. 의자 위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주워 매며 보쿠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은 그대로 내려와 뺨을 가볍게 쓰다듬고 떨어졌다. 손가락이 두드리고 간 자리가 간질거리는 것만 같았다.






 “가게?”

 “너 부 활동 해야지. 이만 갈게.”

 “응, 뭔가 아쉽네.”






 그러면서도 굳이 잡을 생각은 없어보였다. 보쿠토는 어깨를 으쓱, 하곤 쿠로오의 등허리를 툭툭 두드렸다. 농땡이 피우지 말고. 그러며 씩 웃자 마주 씩 웃으며 팔이 척 허리에 감겨왔다. 교문까지만 같이 가줄게. 반바지를 입은 탓에 쭉 뻗은 다리가 쑥 앞으로 성큼 내딛어졌다. 보쿠토는 못이기는 척 걸음을 옮겼다.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조금 더 같이 있는 거니까. 교문까지 오면서도 둘 사이의 대화는 없었다. 운동장에서 다른 운동부가 소리치는 것이 환청처럼 들려왔다. 교문에 도착해 보쿠토는 허리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손아귀 가득 쿠로오의 체온이 들러붙어 있는 것 같아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진짜 간다.”

 “연락해. 다음엔 부 활동 없는 날에 오고.”






 어깨를 툭 친 손이 살랑살랑 눈앞에서 흔들렸다. 보쿠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손을 흔들었다. 들어가, 애들 기다려. 솟아오르는 아쉬움을 애써 가라앉히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몸을 돌리려는 찰나, 허공에서 흔들리던 손이 덥석 잡혔다.






 “아쉽지.”






 씩 웃고 있는 얼굴에 보쿠토는 고개를 갸웃, 하다가 성큼 제 손을 끌어당기는 것에 앞으로 한 걸음 끌려갔다. 얼굴이 퍽 가까워졌다. 보쿠토는 제 손을 움켜쥔 손을 잡았다. 어느새 달아오른 손은 꽤 뜨거웠다. 손을 쥐지 않은 손이 어깨를 쥐고, 좀 더 가까이 다가온 얼굴이 얼굴 옆을 배회했다. 숨결이 살갗을 간질였다. 어느새 떠밀린 몸이 교문의 기둥에 등이 닿았다. 부드러운 감촉이 뺨에 꾹 눌렸다 금세 떨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밀착했던 몸은 멀어졌다. 보쿠토는 멍한 표정으로 제 뺨을 감싸 쥐었다. 싱글싱글 웃고 있는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였건만, 양 뺨이 아까 러닝을 하고 난 직후처럼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라있었다. 훅 열기가 올라왔다.






 “잘 가.”

 “어, 어어…….”






 교문까지 왔을 때의 느릿했던 걸음과는 달리 체육관으로 돌아가는 걸음은 퍽 빨랐다. 멀어지는 뒤통수의 귀는 새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툭, 어깨에 걸쳐져 있던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입술이 닿았던 부분이 화끈거렸다. 간질거리기만 했던 가슴이 쿵쿵 뛰느라 정신이 없었다. 열기 탓에 머리가 어지러운 것 같기도 했다. 허공에 흔들거리던 손이 절로 입가로 다가왔다.






 “난 몰라…….”






 빨간 반바지가 사라질 때까지, 보쿠토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시원하게만 느껴졌던 바람이 여름바람처럼 후덥지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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