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킷 님 썰로 3차 연성했습니다.

 

 

 

 

 

 

 

 

 

 

 “잇세이-!”

 

 

 

 

 

 마츠카와는 저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직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 학교에서 저를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딱 한 명 뿐이었다. 마츠카와는 들이 마셨던 연기를 뱉어내며 코너를 주시했다. 곧 쏙하니 튀어나오는 얼굴은 역시나 예상한 얼굴이었다. 저를 발견하자 씩 웃는 얼굴에 마츠카와는 살짝 손을 흔들어주었다. 또 수업 재꼈지. 잔소리처럼 하는 말에 마츠카와는 고개를 돌리며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곧 뒤에 털썩, 앉는 소리는 두 사람의 몫이었다. 마츠카와는 짧아진 꽁초를 난간에 비벼 끄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와카토시가 네 도시락 가져왔어.”

 “땡큐.”

 “귀찮으니 앞으로는 미리 가져와라.”

 “어엉.”

 

 

 

 

 

 마츠카와는 대충 대답하며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저 새끼 존나 영혼 없다. 낄낄 웃으며 우시지마 쪽으로 기대는 꼴을 보며 마츠카와는 입에 밥을 넣고 우물거렸다. 예전 같았으면 붙지 말라며 칼같이 밀어냈을 우시지마는 꽤나 다정한 눈을 할 줄 알았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제 애인이었던 쿠로오 테츠로는 저와 헤어진 지 거의 두 달 만에 스트레이트였던 친구를 꼬셔내 커플이 되는 것에 성공했다. 꼬셔낸 쿠로오도 대단했지만 그대로 넘어온 우시지마도 웃긴 놈이었다. 그 동안 열심히 붙어먹던 저와 쿠로오를 보며 인상을 쓰거나 자신이 안 보이는 데에서 하라며 툭툭 쳐대더니 이제는 자기가 커퀴짓이었다. 우시지마가 내미는 반찬을 받아먹으며 주머니를 뒤지던 쿠로오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입안 한 가득 음식을 씹고 있어 말을 못하는 듯 열심히 우물거리는 것에 우시지마는 물을 내밀었다. 마츠카와은 뚝 떨어진 입맛에 젓가락을 내려놓고 우유나 빨고 있었다. 음식을 다 삼킨 쿠로오가 마츠카와의 어깨에 탁, 손을 얹었다.

 

 

 

 

 

 “잇세이, 나 담배 하나만.”

 “넌 왜 나한테 만날 빌리냐.”

 “오늘 아침에 선생한테 뺏겼어. 하나만-!”

 

 

 

 

 

 제 옷깃을 쥐며 쨍알쨍알 조르는 것에 마츠카와는 인상을 쓰며 주머니를 뒤졌다. 제 험악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인물이 이토록 귀찮은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마츠카와가 담배를 내밀자 잽싸게 받은 쿠로오는 제 도시락을 대신 치우고 있는 우시지마의 뺨에 쪽, 입을 맞췄다. , 쿠로오를 돌아보는 우시지마의 눈빛은 불만이 가득해보였다. 쿠로오는 입에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물며 우시지마의 다리 위에 올라 앉아 그 허리에 다리를 감고 어깨 위에 팔을 얹었다. 우시지마의 팔이 쿠로오의 허리에 둘러졌다.

 

 

 

 

 

 “키스할 때 담배 냄새 나는 거 싫다.”

 “이거 하나만 피고 끊을게.”

 

 

 

 

 

 불신이 가득한 눈에 쿠로오는 키득키득 웃으며 우시지마의 얼굴에 쪽쪽 입을 맞췄다. 마츠카와는 얼굴을 구기며 몸을 일으켰다. 우시지마가 왜 질색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아까처럼 난간에 몸을 기대며 담배에 불을 붙인 마츠카와는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무언가 얹힌 듯 갑갑했던 가슴이 조금쯤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철컹, 하며 단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저와 똑같은 자세로 쿠로오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떻게 우시지마를 잘 구슬린 모양이었다. 나른하게 눈을 반쯤 감은 모습으로 담배연기를 천천히 뱉어내던 쿠로오는 축 늘어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잇세이는 같이 펴서 신경을 안 썼는데, 비 흡연자랑 사귀니 신경 쓸게 많아.”

 “네가 끊으면 된다.”

 “이거 피고 끊는다니까.”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는 것에 마츠카와는 쿠로오를 돌아보았다. 담배 냄새가 싫다며 짐을 챙겨 옥상을 빠져나가는 우시지마를 보며 쿠로오가 뒤에서 야유를 했다. 애인도 버리고 가는 나쁜 새끼! 물론 우시지마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우시지마가 아주 나가자 쿠로오는 키득키득 웃으며 다시 몸을 돌렸다. 언뜻, 목덜미에 붉게 물든 잇자국이 보였다. 마츠카와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목 조심해라, 다 보인다. 흘리듯이 한 말에 쿠로오가 꺄, 하며 여자 같은 비명을 지르고 목을 가렸다. 마츠카와는 어이가 없어져 허, 하고 쿠로오를 보았다. 키도 비슷한 게 징그럽게. 마츠카와의 표정이 구겨지자 쿠로오는 낄낄 웃으며 마츠카와의 등을 퍽, 쳤다.

 

 

 

 

 

 “, 이런 건 모르는 척 단추를 잠가줘야지. 무드 없는 새끼.”

 “그런 건 네 애인한테나 바래라.”

 “그래서 네가 안 된다는 거야.”

 “뭐 이 새끼야?”

 

 

 

 

 

 팔을 찰싹 때리자 아프다 하면서도 웃는 얼굴에 마츠카와는 잘근잘근 필터를 씹어 캡슐을 깨뜨렸다. 시원한 민트 향이 입 안으로 흘러들었다. 마츠카와를 따라 딱딱거리며 캡슐을 깨뜨리던 쿠로오가 머리를 기댔다. 어깨를 탁, 튕겨 떼어내도 이번엔 팔을 붙잡으며 머리를 기대는 통에 마츠카와는 그 이마에 딱밤을 놓았다. ! 꽤나 아프게 들어간 듯 내지르는 비명이 날카로웠다. 이마를 문지르며 불퉁하게 저를 흘기는 얼굴에도 마츠카와는 모른 척 마지막 한 모금을 빨고 꽁초를 비벼 껐다. 푸흐, 하며 한숨 쉬듯 연기를 뱉어내자 쿠로오는 난간에 몸을 기대어 후, 하고 연기를 뱉어냈다. 잘하냐? 저도 모르게 튀어나간 말에 마츠카와는 모른 척 턱을 괴고 운동장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질문은 진짜 찌질했다. 뱉은 말을 후회하며 볼 안쪽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데, 짧아진 꽁초를 바닥에 던져 발로 밟아 끈 쿠로오는 뻐끔뻐끔 연기를 뱉어내며 대답했다.

 

 

 

 

 

 “테크닉은 잇세이가 훨씬 좋지. 와카토시는 내가 처음인걸.”

 

 

 

 

 

 별 거 아니라는 듯 술술 나오는 말에 마츠카와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까닥여 난간을 툭툭 쳤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려는 것에 마츠카와는 양 뺨을 잡아 눌러 막았다. 근데 와카토시는 힘이 좋아, 여러 번 하거든. 개구지게 웃으며 저를 보는 얼굴에 마츠카와는 제 뺨을 누르던 손을 뻗어 쿠로오의 얼굴을 밀치고 걸음을 옮겼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쿠로오가 뒤로 휘청거렸다. 야 이 새끼야! 빽 내지르는 소리에도 마츠카와는 귀를 후비며 옥상을 빠져나왔다. 내가 조루란 거야 뭐야. 작게 투덜거리며.

 

 

 

 

 

 

 

 

 

 

 “와카토시-, 나 뭐 부를까.”

 

 

 

 

 

 쿠로오가 자연스레 우시지마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으며 리모콘을 들자, 우시지마는 그 얼굴을 잡고 뺨에 입술을 문질렀다. 마츠카와는 음료를 들고 들어오며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썼다.

 

 

 

 

 

 “야 진짜 오지게 붙어있다.”

 “꼬우면 너도 하나 꼬셔서 사겨.”

 “테츠로는 내거니까 안 된다.”

 “탐 안 나거든 시발?”

 

 

 

 

 

 마츠카와는 우시지마의 말에 그 뺨에 뽀뽀를 해대는 쿠로오의 손에서 리모컨을 빼앗아 들고 버튼을 눌렀다. 노래방은 간만이었다. 쿠로오나 저나 노래 부르는 건 꽤나 좋아했기 때문에 자주 왔었지만 한동안은 시험기간이란 핑계로 잘 오지 않았었다. 마츠카와는 시작 버튼을 누르고 마이크에 커버를 씌우며 흘긋, 딱 붙어있는 둘을 보았다. 우시지마는 성격 상 노래를 부르기 보다는 듣는 축에 속했기 때문에 노래방에 와서는 늘 앉아서 휴대전화를 만지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을 구경하거나 했었다. 물론 둘이 사귀기 전에는. 쿠로오는 익숙한 듯 우시지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리모컨을 누르고, 우시지마는 그런 쿠로오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허리를 안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제 노래를 끝내고 몸을 일으켰다. 담배가 말렸다.

 

 

 

 

 

 “오자마자 어디가?”

 “담배 피러.”

 “우와, 나도 피고 싶다.”

 “너 끊는다며. 노래나 불러.”

 

 

 

 

 

 주머니 안에 들은 담배와 라이터를 확인한 마츠카와는 키득키득 웃으며 마이크를 집어 드는 쿠로오에게 대충 대답해주며 방을 나섰다. 노래방 밖으로 나온 마츠카와는 벽에 기대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제 기분이 왜 이런지 아는데, 그 이유가 너무 찌질한 것이 화가 났다. 마츠카와는 제 머리를 헝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쿠로오와는 좋게 헤어졌고, 그렇게 보여야만 했다. 마츠카와는 볼이 홀쭉해지도록 담배를 빨고 바닥에 꽁초를 던졌다. 후우, 하고 길게 연기를 뱉어낸 마츠카와는 헝클어진 머리를 살살 가다듬으며 다시 노래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신 차리자, 나 새끼야. 문을 열려던 마츠카와는 문득, 유리창 너머로 방 안을 보았다. 반주만 들려오는 노래방 안에서, 우시지마와 쿠로오는 키스 중 이었다. 쿠로오는 우시지마의 목을 끌어안고 뒤로 넘어갈 듯 했고, 우시지마는 쿠로오의 허리를 받쳐 안은 채 앞으로 숙인 채였다. 얼핏, 우시지마와 눈이 마주쳤다. 날카로운 눈동자는 정확히 마츠카와를 보며 고개를 틀었다. 허리를 안은 손이 쿠로오의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 진짜.”

 

 

 

 

 

 마츠카와는 허탈하게 웃으며 문고리에서 손을 놓았다. 양 손을 들어 올리자 저를 노려보던 우시지마는 곧 시선을 쿠로오의 얼굴로 돌렸다. 마츠카와는 걸음을 떼어 문 옆에 몸을 기댔다. 존나 찌질하다. 마츠카와는 쿠로오의 노랫소리가 들릴 때 까지 그대로 문 옆에 서 있었다. 한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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