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 어뜨케. 땡그랑,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진 것을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손아귀 가득 미끈거리는 감촉에 어쩔 줄 모를 뿐이었다. 비릿하게 올라오는 냄새와 새빨간 색이 심장을 빠르게 뛰게 했다. 칼이 살을 가르는 느낌, 뼈에 부딪히는 느낌, 뜨뜻미지근한 피가 손등 위로 쏟아지는 느낌 모두 저에겐 희열이 되어 돌아왔다. 저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파하하하. 터져 나온 웃음을 막지 않고 허벅지까지 두들겨가며 웃어댔다.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어지러운 쾌감이 심장을 간질이고 뇌를 뒤섞어 놓았다. 시체를 얼른 처리해야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리에프는 연신 낄낄거리며 웃다 진정이 되자 미소 띤 얼굴로 시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저가 웃는 사이 식은 피부를 손가락으로 살살 그어가며 만지던 리에프는 축 늘어진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죽일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아저씨다. , 다음부턴 좀 젊은 사람을 죽일까. 미소를 지워낸 리에프는 문득 제 앞에 어른거리는 그림자에 스륵, 고개를 들었다. 멈칫 뒷걸음을 치는 모양새에 리에프는 근육을 긴장시키고, 그 그림자의 주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꺄아악!!”

 

 

 

 

 

 그 팔을 붙잡은 리에프는 이마를 맞대며 눈을 번뜩였다. 여자였다. 여자는 죽인 지 좀 오래 됐으니까, 간만에 두탕을 뛰어 볼까 싶었는데. , 제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에 리에프는 여자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여자는 왠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리에프는 살짝 손을 등 뒤로 숨기며 번뜩거렸던 눈을 가라앉혔다. 익숙하게 사람 좋은 웃음을 얼굴 위로 띠운 리에프는 재빠르게 남자를 훑었다. 탄탄한 몸과 일본인 치고 커다란 키가 만만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여자는 꼭 죽여야 하는데. 여자의 흐느낌을 사이에 둔 적막을 깬 것은 남자였다.

 

 

 

 

 

 “무슨 일이에요?”

 “…… 여자 분과 저와의 비밀?”

 

 

 

 

 

 리에프는 씩 웃으며 남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어둠 속 빛나는 눈동자는 금빛이었다. 아름답다. 리에프는 더 짓궂게 웃으며 그 둘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여자는 흠칫, 몸을 떨며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남자가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확신. 남자는 이 상황이 조금쯤 어리둥절한 것 같았다. 사실이 그랬다. 자신은 아직 저 여자에게 어떠한 위협이 될 만한 행동도 한 것이 없으니까. 여자를 잡은 남자의 손에 조금쯤 힘이 빠진 순간. 리에프는 손을 뻗어 여자의 목줄기를 덥썩 쥐었다. 이미 사람 좋게 지어보이던 웃음은 싹 지운 채였다. 남자의 눈이 점차 크게 뜨이는 것이 보였다. 리에프는 손에 힘을 주었다. 공포에 질린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 쾌감.

 

 

 우드득-.

 

 

 여자는 목이 꺾인 채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리에프는 남자의 얼굴에 경악이 번지는 것을 보며 웃고는 그 팔을 움켜쥐었다. 생각보다도 몸이 탄탄했다. 남자의 하관을 손으로 감싸며 벽으로 밀어붙인 리에프는 쿵 소리를 내며 머리를 박은 남자가 신음하는 것을 보며 몸을 밀착했다. 찡그린 눈이며 당황스러운 상황에 배어나오는 식은땀에 젖은 목덜미, 탄탄한 허벅지까지 모두 흥분한 자신에겐 너무나 자극적인 것이었다. 리에프는 남자의 입을 막은 제 손에 가만히 입을 맞추며 남은 손으로 그 목을 꾹 조였다. 자유로워진 남자의 손이 리에프를 치고 할퀴며 발버둥 쳤지만 곧 남자의 눈은 산소부족에 까뒤집어졌다. 리에프는 남자의 몸에 힘이 전부 빠지는 순간 목을 조르던 손을 놓고 남자를 품에 안았다. 목이 졸리는 탓에 반사적으로 나온 눈물이 남자의 눈가를 적시고, 남자의 얼굴은 온통 붉었다. 리에프는 남자를 품에 단단히 안으며 제 뒤를 돌아보았다. 널브러진 여자의 시체와 골목 구석의 남자 시체가 보였다.

 

 

 

 

 

 “……, 섰는데.”

 

 

 

 

 

 리에프는 어깨를 으쓱, 하고 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금방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남자의 다리가 조금쯤 바닥에 끌렸다.

 

 

 

 

 

 

 

 

 

 

 쿠로오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밀려오는 두통에 다시 눈을 감으며 끄응, 앓는 소리를 낸 쿠로오는 머리를 짚으려 손을 움직이려다 퍼뜩 눈을 떴다. 손이 묶여있었다. 발을 움직여 본 쿠로오는 제 발도 묶여있는 것을 깨닫고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이게, 무슨? 쿠로오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이 꺼진 공간은 창문조차 없어서 코앞도 보이지 않았다. 쿠로오는 제 기억을 더듬었다. 여자의 비명 소리에 급히 달려갔던 곳엔 은발 머리의 남자와 여자가 있었고, 여자를 보호해주다가, 여자가 죽고, 자신은? 쿠로오는 물밀듯 떠오르는 기억들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제 코앞에서 번득이던 초록빛 눈동자가 기억이 났다. 쿠로오는 잘게 떨려오는 손에 주먹을 꾹 쥐었다. 곧 문이 열리고 빛이 새어 들어왔다.

 

 

 

 

 

 “, 뭐야. 일어났어요?”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환하게 켜지는 빛에 쿠로오는 눈을 찔끔, 감았다. 간신히 뜬 시야엔 검은 그림자처럼 보이는 남자가 쿠로오에게 다가왔다. 쿠로오는 움찔거리며 몸을 뒤로 물렸다. 가벼운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묶어놓고 나갔다 오길 잘 했네요. 이렇게 빨리 깨어날 줄 몰랐어.”

 “, 뭐야.”

 “, 하이바 리에프. 제 이름이에요. 아까 기억나요?”

 

 

 

 

 

 느긋하게 뻗어진 손이 쿠로오의 머리칼을 살짝 매만졌다. 쿠로오는 고개를 저어 그 손을 털어냈다. 허공에서 손가락을 까닥인 리에프는 씩 웃었다. 쿠로오는 등에 닿는 벽에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쪼그려 앉아 있던 리에프는 저를 노려보는 쿠로오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때리거나 한 적은 없으니 얼굴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저를 노려보는 눈에서는 얕은 공포와 두려움이 깔려있었다. 겁에 질린 금색 눈동자라, 생각만 해도 짜릿해지는 기분에 리에프는 다시 손을 뻗어 쿠로오의 뺨을 살짝 쓸어냈다. , 하고 제 손을 쳐내는 손에 눈을 조금 크게 떴던 리에프는 손을 거두며 활짝 웃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리에프는 저를 경계하듯 가슴 앞에 놓인 손목을 움켜쥐어 내리고, 쿠로오의 어깨를 쥐어 바닥에 내팽겨 쳤다. , 하고 바닥에 쓰러진 쿠로오는 부딪친 어깨에서 오는 고통에 신음하기도 전에, 제 바지 버클을 풀어내는 손에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무슨……!”

 “쿠로오 씨가 맘에 들었거든요.”

 

 

 

 

 

 휘어진 눈매와는 달리 리에프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순식간에 바지를 반쯤 내린 손이 쿠로오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쑥 들어오는 손가락에 쿠로오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며 비명을 내질렀다. 억지로 벌어진 아래에서 열이 올랐다. 바둥거리는 손을 위로 잡아 누른 리에프는 억지로 뻑뻑한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하나 더 집어넣으며 손가락을 벌렸다. , 하고 찢어지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쿠로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생각보다 더 찢어진 듯 왕복하는 손가락이 수월할 정도로 피가 났다. 리에프는 맘에 들게 손가락이 움직이자 끅끅거리는 쿠로오를 뒤집었다. 무릎께까지 바지를 내린 리에프는 제 성기를 꺼내며 쿠로오의 머리칼을 움켜쥐어 뒤로 꺾었다. 헐떡이는 얼굴이 벌겠다.

 

 

 

 

 

 “맘에 들게 울어 봐요.”

 

 

 

 

 

 그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춘 리에프는 핏방울이 흐르는 구멍에 제 성기를 맞추고 그대로 밀어 넣었다. 아아악!! 투둑, 하며 좁은 구멍이 더 찢어지는 느낌이 들며 쿠로오가 비명을 내질렀다. 리에프는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쿠로오의 상의를 위로 걷어내며 마른 허리를 쥐었다. 그만, 끄윽, , ……. 벌써 갈라진 목소리에 리에프는 허리를 숙여 터질 듯 달아오른 귀 끝을 잘근잘근 씹었다. 허벅지 사이로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곧 리에프는 허리를 뒤로 쑥, 뺐다가 퍽 소리가 나게 쳐올렸다. 흐악! 손톱이 부러질 듯 하얗게 질려 바닥을 긁었다. 리에프는 허리를 쳐올리며 비명을 내지르는 쿠로오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체취를 폐부 가득 들이마셨다. 혈향과 섞인 체취는 달콤했다.

 

 

 

 

 

 

 

 

 

 

 쿠로오는 멍하니 반대쪽 벽을 보고 있었다. 창고 비슷한 것이라 생각했던 공간은 단순히 가구가 없는 화장실이 딸린 방이었다. 묶여있던 손목과 발목은 처음 강간을 당한 날 기절했다 일어나보니 풀려있었다. 대신 목에 가죽 초커가 채워져 있었다. 꼭 집을 지키는 개가 된 기분이었다. 초커를 끊어 보려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두꺼운 가죽으로 된 초커는 긁힌 자국만 날 뿐 끊어지지 않았다. 연결된 쇠사슬도 똑같았다. 목이 잘리거나, 초커가 끊어지거나, 사슬이 끊어지거나, 사슬이 박힌 벽이 무너지거나 해야 저는 자유로워 질 수 있었다. 물론, 그 중에서 제일 간단한 것은 제 목이 잘리는 일이었다. 쿠로오는 멍하니 시선을 제 발치로 내렸다. 어제 바닥에 낭자했던 피들은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아마 저가 기절한 사이 리에프가 치웠을 것이었다. 쿠로오는 몸을 웅크려 제 무릎을 끌어안았다. 쿠로오가 입은 옷은 고작 쿠로오에게도 큰 반팔 티 한 장이 전부였다. 바지와 속옷은 필요 없다며 주지 않은 탓이었다. 문득 쿠로오는 제 옷을 확인했다. 잔뜩 튀었던 피가 없는 걸 보니 그 사이 갈아입힌 모양이었다. 쿠로오는 철컥, 하는 소리에 몸을 굳혔다.

 

 

 

 

 

 “일어나 있었네요, 착해.”

 

 

 

 

 

 쿠로오는 고개를 들어 웃으며 들어오는 그를 보았다. 어제완 달리 말끔한 차림이었다. 쿠로오는 문득 제 코를 자극하는 음식 냄새를 맡았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것을 죄 토해낸 이후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아 위가 요동을 쳤다. 쿠로오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리에프는 쿠로오의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활짝 웃었다. 배고프죠, 어제 다 토했잖아요. 쿠로오의 앞에 들고 온 접시를 내려놓은 리에프는 그 앞에 앉아 쿠로오의 손에 포크를 들려주었다. 접시 안에 들은 것은 스테이크였다. 쿠로오는 접시와 리에프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리에프는 손을 뻗어 덜덜 떨리는 쿠로오의 손을 잡아 살짝 당겼다.

 

 

 

 

 

 “얼른 먹어요.”

 

 

 

 

 

 눈꺼풀, , 입술에 차례대로 내려앉는 입술을 가만히 받은 쿠로오는 여전히 떨리는 시선으로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잘게 잘려있는 고기를 한 점 찍어 입에 넣은 쿠로오는 천천히 이를 움직여 씹었다. 맛있어요? 나른한 웃음에 쿠로오는 다시 한 점 고기를 입에 넣었다. 쿠로오가 접시를 전부 비울 때 까지 포크를 시선으로 좇던 리에프는 마지막 한 점이 쿠로오의 목구멍 너머로 넘어가자 활짝 웃으며 쿠로오의 손에서 포크를 가져갔다. 연이어 내미는 물까지 전부 들이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리에프는 몸을 일으켰다.

 

 

 

 

 

 “역시 어린 여자가 부드럽죠.”

 “……?”

 “다음엔 좀 더 어린애로 잡아 올까요?”

 

 

 

 

 

 쿠로오는 퍼뜩 스치는 어제의 기억에 입을 틀어막았다. 피에 젖어가던 교복 치마와 앳된 비명 소리. 쿠로오는 욱, 하고 올라오는 구역질에 급히 일어나 화장실로 뛰쳐갔다.

 

 

 

 

 

 “우웨에엑-!!”

 “, 다 토하면 어떡해요.”

 

 

 

 

 

 쿠로오는 토악질을 하며 저가 토해내는 토사물을 보았다. 고기. 쿠로오는 더 이상 나오지도 않으면서도 구역질을 계속 했다. 변기를 짚은 손이 벌벌 떨렸다. 맛은 있었어요? 어깨를 안아오는 팔에 쿠로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흐으으. 삼키던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리에프는 쿠로오를 변기에서 떨어뜨리고 물을 내렸다.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몸을 돌려 품에 안자 벌벌 떨리는 손이 저를 아등바등 밀어냈다. 리에프는 쿠로오의 턱을 들어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올려 주었다. 눈물을 쏟아내는 눈가를 엄지로 쓸어낸 리에프는 미소 지으며 귓가에 가만히 속삭였다.

 

 

 

 

 

 “다음엔 더 맛있게 만들어 올게요, 토하면 안돼요.”

 

 

 

 

 

 흐으윽, 결국 우는 소리를 내며 품으로 기대오는 몸에 리에프는 그 몸을 품에 안았다. 입 헹구고 나가요, 나 섰어. 다정한 듯 속삭이며 리에프는 쿠로오의 허리를 안아 일으켰다. 물을 입에 흘려 넣어주자 끅끅 울면서 물을 뱉어내는 것에 리에프는 뺨에 입을 맞추고 세면대를 잡게 했다. 엉덩이를 간신히 덮은 티를 올리자 바로 드러나는 엉덩이에 리에프는 급히 제 페니스를 꺼내 엉덩이 사이로 슬슬 문지르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제 싼 정액이 아직 안에 있어 윤활제 역할을 했다. 거울을 부여잡는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리에프는 쿠로오의 턱을 잡아 올려 거울을 보게 했다. 울음 탓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눈물 탓에 엉망이었다. 리에프는 등에 상체를 밀착하며 뺨에 줄줄 흐른 눈물을 핥아올렸다.

 

 

 

 

 

 “거울 잘 봐요. 쿠로 상 섹스할 때 표정이 얼마나 섹시한 지 놓치지 말고 봐야 해요.”

 

 

 

 

 

 다정하게 속삭이는 말에 쿠로오는 거울을 짚은 손을 그대로 주먹을 쥐었다. 턱을 잡은 손은 놓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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