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톡회에서 드렸던 앜쿨 뒷내용....










 와이셔츠가 젖어들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그치기는커녕 점점 더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다. 쿠로오는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손등으로 훔쳐냈다. 숨통이 죄여드는 것 같았다. 완벽히 벗어났다 생각했었고, 며칠간은 확실히 그랬었다. 놈이 분명 저를 찾아낼 것이란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젖은 바지가 다리에 감겨들어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빠르게 걷기가 힘이 들었다. 어느새 꽤나 길어진 머리칼이 젖은 탓에 축 늘어져 시야를 가렸다. 쿠로오는 씹어뱉듯 욕설을 토해내며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골랐다. 잔뜩 물이 찬 주머니를 뒤져 휴대전화를 꺼내 든 쿠로오는 홀더를 누르려다 그대로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 퐁당, 경쾌하기도 한 소리를 내며 휴대전화는 그대로 고여 있던 물웅덩이에 빠져 버렸다.






 “아-, 씨-발.”






 어느새 입에 붙은 욕을 뱉어내며 휴대전화를 주우려 허리를 숙인 쿠로오는 제 앞에 턱, 서는 구두에 눈을 깜빡였다.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갈색의 구두는 흙과 빗물에 잔뜩 더럽혀져 있었다. 물웅덩이 속에서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음에도, 쿠로오는 허리를 펴지 못했다. 온통 빗소리만 주변에 가득했다.






 “고개 언제 들 겁니까?”






 반듯하게 서 있던 구두가 삐딱하게 움직여 마치 짝 다리를 짚은 모양새를 했다. 쿠로오는 숙였던 허리를 천천히 펴며 구두 끝부터 시선을 들어올렸다. 더러운 구두에 비해 입고 있는 정장 바지는 바짓단이 조금 젖은 것만 제외하면 퍽 깔끔했다. 그와 상반되게 빗물에 젖은 생쥐 꼴을 하고 있는 자신이 웃겼다. 반듯하게 다듬어진 손끝이 쥐고 있던 우산을 기울였다. 저가 봐도 하얗게 질린 손으로, 쿠로오는 시야를 가리는 머리칼을 위로 쓸어 올렸다.






 “이미 다 젖었어.”

 “알아요.”

 “너나 써.”






 뒤로 한 걸음 물러서, 쿠로오는 다시 빗속으로 들어섰다. 차가운 빗방울이 연신 몸 여기저기를 두드리며 체온을 빼앗아갔다. 쿠로오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 더 기울여지던 우산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이번엔 걸음이 움직였다. 성큼, 제 쪽으로 다가오는 걸음에 쿠로오는 똑같은 보폭으로 뒤로 물러섰다. 찰박, 찰박, 걸음이 움직일 때마다 좁은 골목에 발자국 소리만 메아리쳤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뒷걸음질을 치던 쿠로오는 등 뒤로 선뜻한 감촉에 닿아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등이 벽에 닿았다. 등 뒤의 벽을 흘깃, 한 번 본 쿠로오는 다시 시선을 제 앞에 두었다. 우산으로 얼굴이 반쯤 가려진 탓에 그 눈이 보이지 않았다. 자박자박 아까보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우산이 슥, 위로 들렸다. 푸른 눈이 마주했다. 빗방울이 더 이상 속눈썹을 두드리지 않았고, 우산 속엔 단 둘 뿐이었다.






 “어디까지,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세요?”

 “너 때려 칠 때까지.”

 “인내심 대결 같은 걸 하시자는 거면 저는 좋아요.”






 이런 거 자신 있거든요. 고개를 까닥, 옆으로 기울이는 것을 보며 쿠로오는 비를 맞아 다시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단 하나의 빈틈이라도 보인다면 단박에 목덜미든 옆구리든 물어뜯길 것만 같았다. 쓱, 손이 제 앞으로 내밀어졌다. 빗물에 퉁퉁 불어 퍼렇게 보일 지경인 제 손과는 전혀 다르게 멀끔한 손을 보자니 여러 감정이 뇌리에 엉겨 붙었다. 입술만 꾹 깨물고 있자 내밀어진 손은 재촉이라도 하듯 허공에서 흔들거렸다. 쿠로오는 슬쩍 눈을 굴리다 고개를 내저었다.






 “안 가.”

 “왜요?”

 “너랑 안 가.”






 허공에서 흔들거리던 손이 내려갔다. 심장이 쿵쿵, 귀 옆에 뛰는 것만 같았다. 고작 그 말 몇 마디 했다고 불안함에 그 손끝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제가 싫었음에도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그 몇 달 새에 길들여진 몸이 잘 말을 듣지 않았다. 그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인가. 볼 안 쪽 살을 잘근잘근 씹으며 손이 떨리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낸 쿠로오는 제 뺨에 닿아오는 것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뺨이 차요. 높낮이 없는 목소리가 매끄럽게도 흘러나왔다. 전 같았으면 그저 그 손에 뺨을 기댔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쿠로오는 고개를 저어 그 손을 떼어냈다. 말끔했던 손이 제 뺨에 있던 물기에 젖어있었다. 손이 툭, 떨어지며 한숨이 터져 나왔다. 쿠로오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곧 다시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네코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한숨과 함께 툭 튀어나온 말이 가슴을 후벼 팠다. 쿠로오는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눈만 깜빡였다.






 “누구도 반기지 않을 거 아시잖아요. 근데 왜 이렇게 고집부리세요.”

 “……고집?”

 “현실을 보세요. 자꾸 헛짓 하지 마시고.”

 “그래서 너랑 안 가겠다는 거야.”






 현실을 보라며. 쿠로오는 입술을 꽉 깨물고 제 앞에 있는 이의 어깨를 확 밀쳤다. 그 말끔한 몸이 비틀거리는 사이 쿠로오는 그 옆을 지나쳤다. 성큼성큼, 자신이 뒷걸음질을 치며 걸어왔던 길을 단숨에 지나친 쿠로오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머리로 열이 몰려 귀끝이 뜨거운 것도 같았다. 골목을 막 벗어나려는 찰나, 손목이 덥석 잡혀 몸이 뒤로 끌려갔다.






 “놔, 이 새끼야!”

 “일단 여기서는 할 말이 아니니까요, 돌아가서 얘기해요.”

 “내가 어디로 돌아ㄱ……!”






 어깨를 가볍게 쥔 손이 몸을 앞으로 당기며 무릎이 쿠로오의 복부를 강하게 가격했다. 컥, 소리만 간신히 낸 쿠로오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고,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이 쓰러지는 몸을 가뿐하게 품에 안았다.






 “차.”

 “네.”






 골목 바깥쪽에 있던 남자가 차를 준비시킬 동안, 말끔한 손이 쿠로오의 젖은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차가워. 하얗게 질린 살갗을 훑던 눈은 다시 앞을 향했다. 지익, 바닥에 구두가 끌렸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한 준비는 몇 달이나 걸렸다. 계획을 세우고, 거취 할 곳을 찾고, 이용할 돈과 이동수단까지 모두 정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에 몇 달이나. 그럼에도 그는 제 노력을 전부 비웃듯 고작 며칠 만에 저를 찾아냈다. 그 삼엄한 경비를 뚫고 탈출한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해야 하나.



 쿠로오는 느릿하게 눈을 떴다. 익숙한 방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돌아왔다. 돌아왔다 말하기도 싫지만. 쿠로오는 욱신거리는 제 배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몸 여기저기를 움직여 확인해보았다. 다행히 기절하기 전 복부를 맞은 거 말고는 통증이 있는 부위가 없었다. 단순히 씻기고 옷만 갈아입힌 채 방에 놔둔 모양이었다. 쿠로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눈을 깜빡였다. 무거운 발목을 내려다보자 굵직한 족쇄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가지가지 한다. 잠이 아닌 기절을 했던 탓인지 머리칼이 축 쳐져 시야를 가렸다. 쿠로오는 제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걸을 때마다 복부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참는 건 익숙했다. 저가 깨고 나갔던 창문은 멀쩡하게 복구되어 있었다. 가볍게 유리를 두드리자 둔탁한 촉감이 느껴졌다. 유리의 재질을 바꿨다. 좁은 우리 안에 갇힌 햄스터가 된 기분이었다.






 “일어나셨어요?”






 뒤에서 말을 걸어왔지만 쿠로오는 창밖만 내다보고 있었다. 달칵, 접시를 내려놓는 소리가 나고 인기척이 등 뒤로 바짝 다가왔다. 쿠로오는 저도 모르게 손끝을 입으로 가져갔다. 초조하게 입술을 뜯고 있자 등 뒤에서 손이 뻗어져 나와 허리를 감싸 안았다. 어깨에 턱이 걸쳐진 듯 조금은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익숙한 체취가 코끝을 맴돌았다. 투둑, 손끝에서 물기가 묻어났다. 흘깃, 손을 내려다보자 벌겋게 피가 묻어났다.






 “또 입술 물어뜯었죠.”






 허리를 안고 있던 팔이 성큼 다가와 제 손을 채갔다. 피가 묻은 손끝을 핥아내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피는 전부 지워졌을 텐데도 제 손가락을 사탕이라도 녹이듯 녹진하게 핥는 것에 쿠로오는 손에 힘을 주어 잡힌 손을 빼냈다. 축축한 손가락 끝을 바짓단에 문지르기 무섭게 턱이 잡혀 뒤로 돌아갔다. 미적지근한 혀가 입술을 핥아냈다. 흠칫, 몸을 뒤로 뺀 것이 무색하게 허리를 안고 있던 팔이 쉽게 풀어졌다.






 “배고프죠. 밥 먹어요.”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런 행동들뿐이었다. 그 사이에 틈은 없었다. 그게 더. 쿠로오는 손등으로 입술을 문지르려다 혀를 내어 제 입술을 핥아냈다. 혀끝에 아릿한 쇠 맛이 퍼져나갔다. 쿠로오는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인 접시를 한 번, 그 옆에 서서 저를 보고 있는 남자를 한 번 보곤 걸음을 떼었다. 무작정 남자를 거절하는 것은 남자에게도, 저에게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쿠로오는 침대 위에 앉아 남자가 내미는 것에 입을 벌렸다.






 “멍이 좀 크게 들긴 했는데, 장기에 문제가 있진 않대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음식은 부드러운 걸로 준비했어요.”






 입에 맞으세요? 저를 보는 시선에도 쿠로오는 고개를 들지 않고 고개만 한 번 까닥였다. 다시 음식이 입 앞에 놓여, 쿠로오는 다시 입을 벌려 그것을 받아먹었다. 음식을 덜어내는 소리와 저가 저작운동을 하는 소리를 제외하면 침묵뿐인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웠다. 마지막 한 점까지 먹고 나서야 달그락거리던 소리는 멈추었다. 쿠로오는 제 쪽으로 내밀어지는 컵에 물을 몇 모금 삼키고 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남자는 저가 도망친 일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돌아와서 얘기하자며. 입 안에 텁텁한 음식의 느낌에 쿠로오는 물을 몇 모금 더 삼키고 제 쪽으로 내밀어지는 손에 컵을 들려주었다.






 “누워보실래요? 배 좀 봐요.”






 저가 기절해 있는 동안 씻기고, 옷도 갈아입히고, 의사에게까지 보였으면서도 태연스레 저런 말을 한다. 불퉁한 마음이 들었지만 쿠로오는 순순히 침대 위에 누웠다. 단정한 손끝이 제일 아래쪽부터 톡, 톡, 단추를 풀어나갔다. 슥, 침대 위로 한쪽 무릎이 올라왔다. 미묘해지는 기류에 쿠로오는 시선을 천장에 두었다. 지겨운 패턴. 명치 즈음에서 얼쩡대던 손이 멈추고, 옷깃이 옆으로 벌어졌다. 쿠로오는 고개를 들어 제 배를 보았다. 몇 달간 제대로 햇빛을 보지 못해 희게 질린 살결에 물감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얼룩덜룩하게 멍이 들어있었다. 단정한 손이 멍 위를 가볍게 쓸어냈다. 옅은 통증이 느껴졌다.






 “멍이 좀 심하게 들었네요. 힘 조절을 한다고 했는데.”






 제 쪽을 보는 파란 눈과 눈이 마주쳤다. 쿠로오는 들었던 고개를 젖혀 천장을 보았다. 배를 쓰다듬는 손이 조금 더 넓은 부위를 쓸어냈다. 손의 온도는 조금 차가운 것도 같았다. 배를 쓰다듬던 손이 위로 올라와 뺨을 살짝 쓸었다. 열이 조금 있네요. 뺨을 더듬어 내린 손이 목줄기를 쥐었다. 다른 손이 머리 옆에 짚어지고, 그대로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쪽, 쪽, 느릿하게 입술을 몇 번 빨았다 떨어진 입술이 완벽히 겹쳐지고, 그대로 혀가 파고들었다. 슥, 바닥을 짚고 있던 무릎마저 침대 위로 올라왔다. 집요한 키스였다. 혀 놀림 하나, 호흡 하나까지 전부 통제하겠다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비틀려 하자 덥썩, 머리칼이 잡혔다. 쿠로오는 눈썹을 찡그렸다. 숨을 쉬기 위해 조금 더 벌어진 입술마저 전부 삼켜졌다. 으응, 흐, 응. 절로 앓는 소리가 났다. 몸을 들썩거려도 제 위에 올라탄 몸 탓에 반항이 쉽지가 않았다. 목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흐윽, 읏, 으, 응, 푸하, 하, 아카아, 읏!”






 짧게 떨어졌던 입술이 다시 바짝 붙어왔다. 침대 시트만 움켜쥐었던 손은 제 목을 잡은 팔을 쥐고 손톱을 세웠다. 혀가 온통 입 안을 전부 채우고 입술을 물어 뜯어낼 것처럼 굴었다. 검붉게 멍이 든 배 위로 문질러지는 것에 쿠로오는 있는 힘껏 제 위에 올라탄 몸을 밀어냈다. 간신히 입술이 떨어졌다. 쿠로오는 헉, 헉,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손등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헉, 흐으, 하, 미친, 하아, 이 미친 새끼야.”

 “……보고 싶었어요.”






 뻗어온 양 손이 벌겋게 자국이 남은 목덜미를 쓸어냈다. 쿠로오는 금세 무표정한 가면을 덧쓴 얼굴을 노려보았다. 숨이 쉽게 진정이 되지를 않았다. 목덜미를 쓰다듬던 손이 그대로 위로 올라와 뒤통수를 감쌌다. 이마가 맞닿아 호흡이 닿았다.






 “돌아가 버린 줄 알았어요.”






 갈 곳도 없는데. 쪽, 느릿하게 입술이 이마에 닿았다. 쿠로오는 잘근, 제 입술을 깨물었다.






 “전부 다 당신이 찾을 수 없을 만큼 부숴 놨는데.”






 이마에서 떨어진 입술이 눈꺼풀 위에 닿았다.






 “내가 그렇게 해놨는데. 웃기죠.”






 눈꺼풀에서 떨어진 입술이 쪽, 가볍게 뺨에 닿았다 떨어졌다. 웃기죠, 그렇게 말을 해 놓고 정작 본인도 웃지를 않았다. 쿠로오는 제 바로 앞에서 저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남자를 밀어냈다.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뒤통수를 감싸 쥐고 있던 손 하나가 제 가슴팍을 밀어내는 손 위로 겹쳐졌다.






 “당신은 그 어디도 갈 수 없는데, 금방이라도 어디로 또 도망가 버릴 것 같아.”






 손을 움켜쥔 손에 힘이 콱, 들어갔다. 쿠로오는 고통에 눈을 찌푸리다 잡히지 않은 손으로 퍽, 제 앞에 놓인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다행스럽게도 제 위에 올라타 있던 몸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쿠로오는 본인이 쳐 놓고도 얼얼한 주먹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쥐며 몸을 일으켰다. 호흡이 불규칙하게 드나들었다. 쿠로오는 비틀대며 침대에서 일어나 벽으로 몸을 붙였다.






 “내가, 씨발, 왜 어디도 갈 수 없어.”

 “……제가 그렇게 할 거니까요.”






 퉤. 조금 어긋난 것 같은 턱을 맞추던 남자가 뱉어낸 것 시뻘건 색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멀쩡한 얼굴로 일어난 남자는 맞은 뺨을 한 번 손등으로 문지르곤 쿠로오의 앞에 섰다. 분명 저보다도 큰 키 일 것이 분명한데도 눈을 맞추자 잔뜩 움츠린 탓인지 고개를 조금 숙여야 했다. 남자는 웃었다.






 “네코마도 부쉈고, 당신의 가족들은 죽였고, 친구들도 모조리 당신이 갈 수 없는 바닥까지 전부 밀어 넣었어요. 원한다면 하나하나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알려드릴 수도 있어요.”

 “아카아시…….”

 “굳이 알려드리지 않아도 다 보셨겠지만.”






 입가에 희미하게 걸려있던 웃음이 짙어졌다. 늘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눈동자가 완벽하게 깨어진 것을 보는 쾌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지는 시선에 아카아시는 한 걸음, 그에게 다가가 품 안 가득 그를 끌어안았다. 처음 안았을 때보다도 마른 몸은 이제 이렇게 얌전히 품에 안기기도 했다. 아까 맞은 뺨을 그 머리에 기대며 아카아시는 물기가 말라 부슬거리는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먹었으니까 좀 잘까요?”






 제 물음에 대답은 없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아카아시는 더 움츠러드는 몸을 안은 채 침대로 향했다. 스릉, 발목에 연결된 사슬이 바닥에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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