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붕의 올가미, 캐붕의 덫, 캐붕의 감옥

 

 

 

 

 

 

 

 

 

 

 테루시마는 고개를 들어 제 손끝만 주시하고 있는 이를 올려다보았다. 겁나? 씩 웃으면서 말하자 손끝에 머물러있던 시선이 제 얼굴로 떨어져 내렸다. 할 거면 얼른 했으면 좋겠군. 늘 그렇듯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말이었다. 테루시마는 씩 웃으며 뒷덜미를 감싸 당겼다. 가볍게 입술이 닿았다. 안 아프게 해줄게. 깜빡, 눈꺼풀이 한 번 움직이고 테루시마는 손에 쥔 것을 살짝 만지작거렸다. 만지는 것 자체는 자주 해왔던 일이었기 때문에 물컹한 감촉이 그다지 불쾌하지는 않았다. 테루시마는 손에 쥔 바늘을 고쳐 잡고 날카로운 바늘 끝을 조심조심 구멍 끝에 맞췄다. 움찔, 묶인 손이 떨렸다.

 

 

 

 

 

 “움직이면 다쳐.”

 “……알고 있다.”

 

 

 

 

 

 테루시마는 열기에 마른 입술을 혀로 한 번 핥았다. 이 상태에서 흥분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었지만, 그 상대가 우시지마라면 달랐다. 테루시마는 침대 위에 올려놓았던 알코올 솜으로 손에 쥔 것의 끝을 문질러 닦아냈다. 차가운 듯 얌전히 앉아있던 몸이 살짝 떨렸다. , 이제 시작할게. 숙여지는 고개에 우시지마는 이를 꾹 다물었다. 서늘한 끝이 제 성기의 끝에 닿아왔다.

 

 

 

 

 

 

 

 

 

 

 사실 첫 만남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때 당시, 자신은 경기에서 패한 상태였었다. 매니저가 달래주긴 했지만 패한 사실은 변함이 없었고, 쳐진 기분을 일단 추슬러야했다. 다른 부원들을 모두 먼저 보낸 후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체육관 안에서 쓱, 누군가가 나왔다. 사실 누구든 별 상관은 없었다. 자신은 그 당시 기분이 꽤나 나쁜 상태였고, 건드리지만 않는다면야 폭발할 이유도 없었다. 단지 귀찮으니 자신을 건들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금방 가버릴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제 옆에서 얼쩡거리며 쉽게 가지 않았다. 자꾸만 시야에 거슬리니 울컥, 짜증이 밀려왔다. 위를 올려다본 순간.

 

 

 

 

 

 ‘……뭐야. 우시와카?’

 

 

 

 

 

 제 말에 저를 내려다보는 얼굴은 평소 잡지나 TV에서 나오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고개를 갸웃, 하는 꼴이 얼굴에 물음표를 달고 있는 것 같아 사실 좀 웃겼다. 한참 옆에서 꼼지락거린다 생각했건만 스트레칭 중이었던 듯 팔을 쭉 펴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 꼴을 보다 순간 이 새끼는 이번에도 이겼겠지, 싶은 생각이 들어 또 짜증이 밀려왔다. 내가 왜 이 꼴로 여기에 쪼그리고 앉아있나, 싶었다.

 

 

 

 

 

 ‘죠젠지인가.’

 ‘네네, 말 걸지 말고 가주실래요?’

 ‘말은 네가 먼저 걸지 않았나.’

 ‘감탄사 같은 거였다고. 나 기분 나쁘니까 지나가줄래?’

 

 

 

 

 

 그 말에 생각보다 순순히 입은 다물렸다. 원래도 그다지 말이 없는 타입이라 들었다. 한숨을 푹 내쉬고, 제 옆에서 얼쩡거리던 것은 곧 걸음을 옮겼다. 성큼, 한 걸음 나간 몸은 곧 뒤통수를 보이며 고개를 양 옆으로 꺾었다. 축 쳐져만 있지 마라. 툭 던져진 말에 고개를 들자 어깨를 한 바퀴 돌리며 서있는 것이 보였다. 나한테 한 소리인가 싶은 찰나.

 

 

 

 

 

 ‘너에겐 내년이 있지 않나. 할 의욕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며 박차듯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통수를 보며 자신이 한 생각은 그냥 웬 미친놈이 다 있냐, 가 전부였다. 어차피 우시와카는 3학년이었고 이 시합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마주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는, 이런 것까지 해줄 줄은 몰랐지. 테루시마는 쿡, 바늘을 찔러 넣으며 흠칫, 떨리려는 허벅지를 팔꿈치로 꾹 눌렀다. 크윽, 하고 뱉어지는 신음에 바늘을 놓고 부들부들 떠는 어깨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다 됐어. 어린 아이를 다루듯 다정하게도 속삭이는 소리에 우시지마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알코올 솜으로 닦아내 소독한 피어스를 바늘 끝에 연결해 그대로 바늘이 뚫어놓은 길로 밀어 넣자 몸이 한 번 더 크게 떨렸다. 테루시마는 바늘이 완전히 빠져나오고, 피어스의 끝이 보이자 씩 웃었다. 우시지마를 위해 저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피어스였다. 원뿔 모양의 장식이 달려있고, 그 바닥 부분에 새 모양이 조각된 모양새였다. 테루시마는 그것을 꽉 조여 제대로 달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피를 재빨리 닦아냈다.

 

 

 

 

 

 “다 됐다. 잘 참았어.”

 

 

 

 

 

 식은땀이 베어 나오는 뺨에 입술을 누른 테루시마는 잘게 떨리는 몸을 쓰다듬었다. 생각보다 잘 참았어, 많이 아파? 하얗게 질리도록 주먹을 움켜쥔 손을 쓰다듬으며 손발을 한꺼번에 묶은 것을 풀어준 테루시마는 아직 피가 나는 성기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귀를 뚫는 것과 달리 출혈이 꽤나 오래 지속될 테니 지혈을 해 주어야 했다. 고통을 참느라 씹었던 탓에 피가 비친 입술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춘 테루시마는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섰다. 손에 묻은 피를 씻어내며 테루시마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몇 년 전 샛노랗게 탈색했던 머리를 해볼까 싶어 얼마 전 다시 탈색을 한 채였다. 벌써 까만 머리가 나는 것 같아 이리저리 거울을 보다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욕실 밖으로 나오자, 아래는 차마 입지 못하고 상의만 주워 입은 우시지마가 보였다. 테루시마는 킥킥 웃으며 침대로 다가갔다.

 

 

 

 

 

 “생각보다 더 예뻐.”

 “바지도 못 입겠다.”

 “어차피 자고 갈 거잖아.”

 

 

 

 

 

 생각보다 더 아팠던 듯 비죽 튀어나온 입술에 불만이 한가득 얹혀 있는 것만 같았다. 테루시마는 낄낄 웃으며 그 튀어나온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엄지를 밀어 넣어 고른 치아를 한 번 훑어낸 후 검지와 중지를 안으로 쑥 넣자 입술이 스르륵 벌어졌다. 테루시마는 침대 위로 무릎을 대며 그 혀를 문지른 후 입천장을 슬슬 긁어냈다. 턱을 타고 진득하게 타액이 흘러내렸다. 테루시마는 씩 웃으며 우시지마의 귓바퀴를 핥아냈다. 달칵, 혀에 달려 있는 피어스가 귓바퀴에 걸렸다. 후읏, 손가락이 물린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뱉어졌다. 테루시마는 혀를 내민 채로 시선을 마주했다.

 

 

 

 

 

 “혀에도 하자니까.”

 “이것도 충분히 아프다.”

 

 

 

 

 

 손을 밀어내며 하는 말에 테루시마는 킥킥 웃었다. 진짜 커플 피어싱 할 수 있었는데. 투덜대듯 말 하며 테루시마는 그대로 우시지마를 뒤로 밀었다. 우시지마는 침대에 누우며 제 이마부터 쪽쪽 입을 맞춰 내려가는 테루시마를 내버려두었다. 야광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천장이 테루시마의 성격과 꼭 닮아 있었다. 시야에 불쑥 들어오는 얼굴에 우시지마는 시선을 그 얼굴에 두었다. 다른 생각 하지 마. , 입술이 가볍게 맞닿고, 우시지마는 손을 뻗어 테루시마의 아래를 더듬었다. 생각보다 단단히 발기해 있는 것에 우시지마의 눈썹이 쓱 들렸다.

 

 

 

 

 

 “언제 이렇게 섰나?”

 “너 아파하는 거 보고.”

 “그런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군.”

 “나도 몰랐어.”

 

 

 

 

 

 근데 너니까. 킥킥 웃으며 하는 소리에 우시지마는 그냥 손을 놓고 제 위에 올라타 있는 테루시마를 밀어냈다. 얼떨결에 옆으로 밀린 테루시마는 어정쩡하게 침대에 앉아 몸을 일으키는 우시지마를 빤히 보았다. 여전히 잘 짜인 몸매는 훌륭했다. 테루시마는 바닥으로 내려가 앉는 것에 침대에 걸터앉아 우시지마의 머리칼을 위로 움켜쥐었다. 이마를 덮은 앞머리가 걷혀지고, 반듯한 얼굴이 드러났다.

 

 

 

 

 

 “입으로 해주려고?”

 “아직 서면 아플 게 아닌가.”

 “, 그걸 생각 못했네.”

 

 

 

 

 

 찌푸려지는 얼굴에 우시지마는 낮게 웃었다. 네가 뚫어놓지 않았나. 웃으며 눈을 내리 까는 것에 테루시마는 따라 웃으며 우시지마의 머리칼을 놓으며 쓰다듬었다. 바지 안에서 이미 발기한 성기를 꺼내며 혀를 내어 핥은 우시지마는 자꾸만 제 귀를 만지작거리는 손에 눈을 치켜뜨며 귀두 끝을 물었다. 간질간질한 기분이었다. 테루시마는 씩 웃으며 우시지마의 이마며 눈썹을 핥아냈다. 혀에 달린 딱딱한 피어스가 이마에 그어지자 우시지마는 눈을 살짝 찡그렸다. 개새끼도 아니고. 추웁, 하고 고개가 움직이자 테루시마는 우시지마의 옷 사이로 손을 밀어 넣어 유두를 집적거렸다.

 

 

 

 

 

 “여기다도 하자.”

 “티가 나잖나.”

 “한쪽만.”

 “싫다.”

 

 

 

 

 

 테루시마는 그 뺨에 성기를 살살 문지르며 저가 핥았던 눈썹을 엄지로 문질렀다. 은근히 조르는 거라는 것을 알았지만, 전혀 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아래가 얼얼하게 아픈 걸로 족했다. 우시지마는 그 손을 딱딱 떼어내고 다시 테루시마의 것을 입에 물었다. 이미 발기한 지 시간이 좀 지났으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제 양 옆으로 벌어진 허벅지를 잡으며 고개를 움직이는 우시지마를 내려다보던 테루시마는 낮게 밭은 숨을 내쉬며 무릎을 꿇은 우시지마의 허벅지 위로 발을 올렸다. 탄탄한 허벅지를 꾹꾹 누르자 흐응, 앓는 소리가 나왔다.

 

 

 

 

 

 “내꺼 빨면서 세우면 안 돼. 덧나.”

 

 

 

 

 

 이마를 툭툭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하는 말에 허벅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불그스름하게 홍조를 띠는 양 뺨에 테루시마는 그 뺨을 감싸 쥐었다. 뺨이 홀쭉하도록 빨아들이는 것에 뺨을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츄읍, , 하고 빨아들이는 소리가 몇 번이나 나며 테루시마는 제 것을 문 우시지마의 얼굴을 뒤로 밀었다. 그 입에서 빠져나온 성기는 곧바로 그 얼굴 위로 왈칵, 정액을 쏟아냈다. 우시지마는 눈을 감고 정액을 그대로 받아냈다. 테루시마는 숨을 몰아쉬며 티셔츠 위로 도드라진 유두를 살짝 비틀었다. 우시지마는 입술로 흐르는 정액을 혀로 핥아내며 테루시마를 올려다보았다. 짐승과도 같은 눈빛이었다.

 

 

 테루시마를 다시 만난 것은 대학교에 입학하고 시간이 꽤 지난 후였다. 신입생이 들어온다는 술자리에서 다시 본 그 샛노란 머리에 시선이 닿았다. 그리고 그 때에도 지금의 짐승 같은 눈빛은 똑같았다. 한참을 술자리에 어울리다가 눈을 떴을 땐 단 둘이 제 자취방에 헐벗은 채 누워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인연인지 악연인지 모를 관계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가는 테루시마의 등짝을 보다가 수건에 무언가를 싸 들고 오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 꺾었다. 테루시마는 싱긋 웃으며 그것을 우시지마의 성기 위에 올려두었다. 싸늘한 것을 보니 얼음인 모양이었다.

 

 

 

 

 

 “빨리 가라앉으라고.”

 “고맙군.”

 

 

 

 

 

 우시지마는 제 위에 올려 진 것을 움직여 자리를 잡곤 제 옆에 드러누우며 제 가슴에 머리를 기대는 테루시마의 노란 머리통을 보았다. 꼭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야? 왜 웃고 있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래 아픈 게 좋아? 그런 취미였어?”

 

 

 

 

 

 놀리듯 부산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에 우시지마는 그대로 눈을 감고 테루시마의 얼굴을 밀어냈다. 잘 테니 조용히 해 줬으면 좋겠군. 그 말에 피어스를 박은 혀가 우시지마의 입술을 핥았다. 잘 자. 속살거리는 목소리에 우시지마는 베개에 머리를 파묻었다. 여전히 아래는 후끈하고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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