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아시는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새벽에 떠진 눈에 잠이 오지 않아 내내 뒤척일 바엔 잠깐 산책이라도 하자는 생각이었다. 여름임에도 밤이 되니 복도의 공기는 조금쯤 싸늘해 남아있던 졸음마저도 전부 날아가 버렸다. 괜히 나왔나. 아카아시는 헝클어진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둠은 학교에서 켜 둔 불빛마저 잡아먹을 듯 새카맸다.
끼긱-.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아카아시는 고개를 돌려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나무가 비틀리는 소리였다. 학교 내에는 합숙 탓에 남은 저들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어차피 잠도 안 오는데. 아카아시는 발을 떼었다. 소리는 그 한 번이 전부였다. 일단 계단을 올라오긴 했지만, 복도는 그저 깜깜할 뿐이었다. 아카아시는 계단 앞에 서서 길게 뻗은 복도를 보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교실 하나하나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며 아카아시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어둑한 복도를 걸으니 조금쯤 잠이 오는 것도 같았다. 하품을 한 번 한 아카아시는 찔끔 배어나온 눈물을 쓱 닦아내며 교실 안을 훑다 보이는 광경에 걸음을 멈추었다. 창문 밖에서 세어 들어오는 빛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는 분명 제 주장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목에는 낮에 썼던 수건이 매어져 있었다. 아카아시는 다급하게 문을 열어 젖혔다.
“보쿠토 상!!”
아카아시는 그 안으로 성큼, 발을 들였다가 그대로 멈추었다. 활짝 열린 문 너머의 공기는 복도와 달리 미적지근했다. 깜깜한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미약한 빛에도 교실 내부를 전부 보여 주었다. 평소와 달리 축 쳐진 머리칼과 수건이 둘러진 목, 무릎께 까지 내려온 바지와 공중에 떠 있는 엉덩이까지 전부. 빳빳하게 굳어있을 것만 같던 다리가 슥 굽혀지고, 팽팽하던 수건이 느슨해졌다. 목을 꽉 조이던 수건이 헐렁하게 내려앉았다. 성기를 움킨 손이 번들하게 젖어있었다.
“아카, 아시……?”
목소리에서는 쇳소리가 났다. 목이 조인 탓인지 쾌감의 여운 탓인지 풀린 눈이 저를 보고 있는 것에도 아카아시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교실 안에는 헉헉 숨을 몰아쉬는 소리만 맴돌았다.
“그래서 목을 맸다고요?”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높아지는 것에 아카아시는 한숨을 내쉬며 제 목을 쓰다듬었다. 목을 졸린 것은 보쿠토인데, 꼭 저가 목을 매고 있는 것처럼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보쿠토의 목은 벌겋게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잘못한 것을 들킨 아이마냥 무릎까지 꿇고 앉아 있는 것에 아카아시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냉큼 저를 따라 몸을 일으키며 제 눈치를 보는 것이 커다란 개가 실수를 해놓고 눈치를 보는 것과 겹쳐보였다. 아카아시는 마른세수를 하곤 보쿠토를 흘긋, 보았다.
“그렇게 제 눈치 보실 필요 없어요. 잘못하신 것도 아니고.”
“아카아시…….”
또 눈물이 그렁해져 저를 보는 것에 아카아시는 한숨을 내쉬며 그 목덜미에 살짝 손을 댔다. 후끈한 열기와 수건에 쓸려 살갗이 조금 부풀어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내일이면 가라앉을 것 같았기에 아카아시는 속으로 안도했다.
보쿠토가 털어놓은 것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목을 매고 있었던 이유는 한 마디로, 자위의 한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목을 조른 채 자위를 하면, 그 쾌감이 끝내준다는 것이 보쿠토의 말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손은 두 개 뿐이고, 한 손으로는 목을 제대로 조르지 못하니 수건으로 목을 매 자위를 해왔다고 했다. 아카아시는 그 말에 보쿠토는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목을 맸다가 제 때 풀어내지 못한다면? 끔찍한 일이었다. 아카아시는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챙겨들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혼자 이런 짓 하면 위험하잖아요.”
“응……. 미안해.”
“미안하실 거 없다니까요. 앞으로는, 저라도 부르세요.”
풀이 죽어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아카아시는 그 등을 툭툭 두드려주고 걸음을 옮겼다. 큰 소리를 냈음에도 다행히 누가 깨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카아시는 제 옆을 털레털레 따라오는 보쿠토를 한 번, 제 손에 들린 수건을 한 번 보곤 어깨를 으쓱, 했다. 오늘 잠은 다 잤다.
그냥 빈 말 같은 거였다. 크게 한 번 데였으니 다시는 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한 말이었다. 그러나 제 주장은 제 생각보다 단순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 후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자위를 실시간으로 구경해야만 했다. 목이 졸려 얼굴이 벌게지고, 침이 뚝뚝 떨어지며, 소리가 나오지 않아 끅끅 대는 신음소리만 간신히 새어나왔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고 경악스럽기만 했던 것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구경할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거에 익숙해져서 뭐에 쓸 건가 싶었지만, 어쨌든 제 주장의 징징거림을 듣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다지 크게 신경을 쓸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읏, 윽, 끄으, 흐윽……!”
며칠 빼지 않은 탓에 양이 많아 정액은 마치 소변줄기처럼 찍 튀어나왔다. 아카아시는 그것을 보다 재빨리 목에 걸린 끈을 빼는 보쿠토를 보았다. 굳이 저렇게 해야 되나 싶어 물어봤었지만, 이젠 숨이 막히지 않으면 사정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아카아시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빤히 보았다. 바닥에 흐른 정액을 대충 닦아낸 보쿠토는 성큼 침대로 다가와 아카아시의 옆에 벌렁 누웠다.
“바지 먼저 추스르시는 게 어떠세요.”
“아 좀 이따가. 귀찮아!”
성기를 내놓은 채 드러누워 있는 보쿠토의 목은 붉은 끈 자국이 꽤나 선명하게 나 있었다. 점 차 목을 조이는 끈의 강도가 세지고 있었다. 손을 뻗어 그 자국을 살짝 쓸자 부풀어 오른 느낌이 선명했다. 다른 부위보다 유난히 달아오른 온도도 느껴졌다. 그 자국을 유심히 보던 아카아시는 제 얼굴에 박히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흥분감이 가시지 않은 눈동자가 저를 보고 있었다. 한동안 시선을 맞추던 보쿠토는 몸을 일으켜 조금 가까이 다가왔다. 여전히 갈무리하지 않은 아래가 우스웠지만, 웃을 상황은 아니었다.
“아카아시.”
“네.”
“내 목 좀, 졸라 볼래?”
“……네?”
아카아시는 미간을 좁혔다. 싫어요. 단번에 나온 말에 이번엔 보쿠토의 미간이 좁아졌다. 한 번만! 안돼요. 진짜 잠깐만 해주면 돼! 싫어요. 몇 번의 말이 오고 가는 사이 결국 승자는 보쿠토였다. 아카아시는 서서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침대에 반듯이 누워있는 보쿠토를 흘겨보았다. 빨리빨리. 기어코 재촉하는 소리에 아카아시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 위로 올라섰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목에 손을 가져다대자,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카아시는 무릎을 대고 양 손으로 보쿠토의 목을 감싸 쥐었다. 저를 올려다보는 표정이 반짝반짝 했다. 아카아시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목울대에 가져다댄 엄지에 약간 힘을 주었다. 흐윽. 숨이 삼켜지는 소리가 들려 흠칫, 손을 떼자 보쿠토가 그 손목을 쥐었다.
“사정할 때까지, 놓지 마.”
벌써 뺨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라있었다. 아카아시는 마른 침을 삼키고 다시 보쿠토의 목을 감싸 쥐었다. 제 벌어진 다리 사이로 손이 통과해 아직 드러나 있는 성기를 쥐었다. 아카아시는 손에 힘을 주었다. 흐윽, 하고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보쿠토의 입이 벌어졌다. 다리 아래로 통과한 팔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목이 핏대가 섰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끄윽, 숨을 들이마시려고 노력하는 소리에도 아카아시는 힘을 풀지 않았다. 움직이는 팔도 멈추지 않았고, 보쿠토의 허리가 들썩였다. 놀고 있는 손이 시트를 움켜쥐었다. 몸은 숨을 쉬려 바르작거리는데, 정신은 아직 아니라는 것에 제 손을 밀어내지 않고 있었다. 아카아시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끄으, 윽, 끄흐…….”
벌어진 입술이 벙긋거렸다. 아카, 아시. 아, 카아, 시. 벙긋거리는 입술이 그려내는 말은 제 이름이었다. 아카아시는 저가 목을 졸린 것 마냥 숨을 멈추었다. 몸이 점점 팽팽히 휘어지고 있는 찰나, 아카아시는 한 손을 풀어 보쿠토의 것을 그것을 흔드는 손과 함께 콱, 움켜쥐었다. 목을 조르던 손이 풀리자 산소를 흡입하는 동시에, 보쿠토는 그대로 사정했다.
“허억, 헉, 흐, 하윽, 하…….”
아카아시는 상체를 일으켜 저도 같이 숨을 헐떡였다. 손은 아직도 보쿠토의 것을 움켜쥔 채였다. 아카아시는 멍하니 보쿠토를 내려다보았다. 목덜미에 새빨갛게 손자국이 나 있었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는 자국이었다. 아카아시는 문득 제 손에서 흘러내리는 느낌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을 타고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카아시는 꽉 움킨 보쿠토의 것을 천천히 놓으며 제 손을 보았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 카아시…….”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과하게 쉬어있었다. 아카아시는 멍청히 보쿠토를 보았다. 흐트러진 채 저를 보는 얼굴은 완전히 풀어져있었다. 입가로 언제 흘린 지 모를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진짜, 최고. 헤 벌어졌던 입술이 휘었다. 아카아시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숙여 제 아래를 확인했다. 조금 부풀어 오른 앞섬이 보였다. 아카아시는 다시 보쿠토를 보았다. 웃고 있는 얼굴은 여전했다.
“보쿠토, 목에 이 멍 뭐야?”
보쿠토는 제 어깨를 당기며 묻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 목을 쓰다듬었다. 그냥, 뭐에 잘못 쓸려서. 씩 웃으며 걸음을 옮기는 보쿠토의 목은 새까맣게 멍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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