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른 전력 60분 참여

 

 

 

 

 

 

 

 

 

 

 네코마는 봄고 예선에서 탈락했다.

 

 

 모두 한 걸음 더 내딛었고, 하나 더 리시브 했고, 하나 더 스파이크를 날렸지만 결국 경기는 네코마의 패배로 끝이 났다. 속상해 하는 모두를 달랜 것은 그였다. 괜찮아, 너희는 다음이 있잖아. 평소와 똑같이 짓궂게 웃는 표정이었지만 우리는 평소처럼 그에게 웃어 보일 수 없었다. 우리는 다음이 있지만, 당신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말을 목구멍 너머로 삼켜내며 먼저 걸음을 옮기는 그의 등을 보았다. 멋있는 척 하기는. 야쿠 상은 그렇게 툭하니 던지며 그의 뒤를 쫓아 걸음을 옮겼다. 모두가 먼저 경기장을 나서는 그의 등을 따라 나섰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간신히 떼어 나 또한 그의 뒤를 따랐다. 우리의 봄고는 그렇게 끝이 났다.

 

 

 

 

 

 

 

 

 

 

 리에프는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평상 시 같았으면 금방 도달했을 거리를 리에프는 미적거리고 있었다. 붉은 노을에 물든 체육관 벽은 평소와 달리 멀게만 느껴졌다. 리에프는 문 앞에 도착해 그 문을 슬쩍 밀었다. 굳게 잠겨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쉽게 밀려 열리는 문에 리에프는 가만히 서서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불이 켜져 있지 않아 캄캄한 체육관 안에 노을빛이 길을 만들어냈다. 리에프는 발을 떼어 그 안으로 들어섰다. 공이 튀는 소리와 신발이 마찰하는 소리, 급한 숨소리와 서로 주고받는 목소리로 시끄럽던 체육관 안은 고요했다. 리에프는 가방을 내려놓고 공을 하나 집어 들어 바닥에 튕겼다. , 하며 울리는 소리가 체육관 안에 울렸다. 리에프는 다시 걸음을 옮겨 한쪽 벽에 기대앉았다. 둥그런 공의 표면을 만지작거리던 리에프는 문득 노을빛을 가리는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 뭐야. 하이바 군?”

 “……쿠로오 상.”

 “이야, 하이바 군이랑 같은 생각을 했다니. 자존심 상해.”

 

 

 

 

 

 키득키득 웃으며 체육관 안으로 들어온 쿠로오는 리에프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쿠로오가 체육관 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 그를 빤히 쳐다보던 리에프는 제 앞에 쿠로오가 앉아 턱을 괼 때 까지고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런 리에프의 손에 들린 공을 슥 빼낸 쿠로오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몸을 돌려 공을 몇 번 튕기는 뒷모습은 여전히 커다랗고, 여전히 굳건했다. 쿠로오는 고개를 돌려 리에프를 보며 이를 드러내고 평소와 같이 짓궂게 웃었다.

 

 

 

 

 

 “리시브 연습하자, 하이바 군.”

 

 

 

 

 

 평소 같았으면 으엑, 하고 질색하는 소리가 나왔을 텐데, 리에프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리에프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본 쿠로오는 손가락으로 공을 돌리며 평소에 늘 연습하던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경기 선 안이 아닌 체육관 한 쪽 구석. 쿠로오는 늘 자신이 서 있던 곳에 서서 천천히 공을 바닥에 튕겼다. 시작한다. 평소와 똑같은 목소리에 리에프는 리시브 자세를 잡았다.

 

 

 

 

 

 

 

 

 

 

 “후우, 하이바 군 언제 이렇게 리시브 실력이 늘었어?”

 

 

 

 

 

 주르르 흐르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쳐낸 쿠로오는 허리에 손을 얹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리에프는 리시브 자세를 풀고 고개를 숙인 채 숨을 골랐다. 리시브에 관해서는 거의 처음으로 쿠로오에게 받는 칭찬이었다. 그러나 제 가슴 안에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은 풀리지 않았다. 쿠로오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고개만 숙인 채 서 있는 리에프를 빤히 보다 몸을 돌렸다. 벽 한 쪽에 던져 둔 가방 안에서 물병과 수건을 꺼낸 쿠로오는 다시 리에프에게 다가갔다. 저가 먼저 물을 쭉 삼키며 쿠로오는 리에프의 머리 위에 수건을 덮었다. 바닥으로 뚝뚝,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쿠로오는 입에서 물병을 떼며 씩 웃었다.

 

 

 

 

 

 “지금 우는 거야, 하이바 군?”

 

 

 

 

 

 채 가려지지 않았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쿠로오는 처음 입학했을 때 보다 훨씬 커진 리에프를 아래서 올려다보았다.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며 눈을 질끈 감은 채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얼굴에 쿠로오는 물병을 바닥에 내려놓고 가만히 그 목을 끌어안았다. 늘 이 체육관에서 보았던 빨간 저지가 짙은 색으로 물들어 갔다. 끅끅거리며 울음을 참던 리에프는 제 머리칼을 가만히 쓰다듬는 손에 결국 저를 안은 몸을 마주 끌어안고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쿠로오는 제 어깨에 얼굴을 묻은 리에프의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끄윽, …… 쿠로오 상이랑, 계속 경기하고 싶어요……. 흐윽…….”

 “하이바 군은 금방 나보다 잘하게 될 거야. 지금도 리시브를 이만큼 잘하게 됐잖아.”

 “선배들 없이, , 어떻게 해요…….”

 “1학년들도 새로 들어 올 거고, 우리의 뇌인 켄마도 남아 있잖아. 걱정하지 마.”

 “쿠로오 상…….”

 

 

 

 

 

 제 우상은 쿠로오 상 뿐이에요. 엉엉 우는 소리 사이로 뱉어지는 말에 쿠로오는 그 커다란 등을 쓸어내렸다. 그거 고맙네. 웃음 섞인 낮은 목소리에 리에프는 허리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어깨가 축축이 젖어들었지만 쿠로오는 제 어깨에 묻은 얼굴을 떼어내지 않았다. 점차 어두워지는 체육관 안은 리에프의 울음소리만 메아리쳤다.

 

 

 네코마의 봄고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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