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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그냥 하루 종일 학교에서 훈련을 하고, 부족한 부분을 코치 받고 그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 우시지마는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 평소처럼 뛰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등하교를 달리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생 때부터였다. 그러면 남들보다 좀 더 앞서나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달리기 시작한 것이 버릇이 된 채였다. 우시지마는 문득 다리를 멈추었다. 매캐한 담배냄새가 피어올랐다. 그다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었건만, 왠지 모르게 걸음이 멈추어졌다. 우시지마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한 번 쓸어 올렸다. 손목에 찬 시계를 쳐다보자, 시간은 벌써 5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었군.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데.

 

 

 

 

 

 “어라, 저거 우시와카 아냐.”

 

 

 

 

 

 우시지마는 귀에 꽂히는 제 이름에 그대로 멈춘 채 고개를 돌렸다. 그늘진 어두운 골목길 안쪽에서 빨간 불빛들이 어른거리며 훅, 매캐한 담배연기가 피어올랐다. 우시지마는 고개를 갸웃, 하며 그 안 쪽을 들여다보았다. 불빛 중 하나가 슥, 가까이 다가오며 어둠 속에서 얼굴이 드러났다. , 우시지마는 제 얼굴 위로 뿜어지는 담배연기에 눈을 찡그렸다. 제 집에서도 맡지 못한 냄새였다. 뒤에서 어른거리던 불빛들마저 골목 안에서 빠져나왔다. 담배 냄새가 짙어졌다. 중학생 치고 큰 저보다도 키가 큰 사람들이었다.

 

 

 

 

 

 “우시와카가 누군데?”

 “배구하는 새끼. 작년에 우리 팀 왕창 깨졌다니까.”

 “찌질한 새끼.”

 

 

 

 

 

 낄낄 웃는 목소리가 꽤나 위협적이었다. 우시지마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저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딱히 저를 붙잡아두거나 하려는 어투는 아니었으니까. 다시 걸음을 한 걸음, 옮기자 덥썩, 손목이 붙잡혔다. 우시지마는 다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후우. 다시 한 번 얼굴 위로 담배연기가 뱉어졌다. 눈이 따끔거려 한 번 깜빡이는데 벽에 담뱃불을 지져 끈 손이 우시지마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고 골목 안쪽으로 끌어들였다. , 운동화가 바닥과 마찰하며 걸음이 엉켰다.

 

 

 

 

 

 “이게 무슨 짓이지?

 “내가 너희 학교에 진 이후 배구를 그만 둬서 말이야.”

 

 

 

 

 

 다들 내 탓이라고 하더라고. 우시지마는 확 밀쳐지는 것에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넘어지며 퍽, 하고 부딪친 머리에 시야가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우시지마는 크윽, 앓으며 머리를 붙잡고 몸을 웅크렸다. 우시지마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우시지마의 몸 위로 올라탄 남자는 머리를 감싼 우시지마의 팔을 뒤로 젖혀 넥타이로 묶었다. 바르작거리며 팔이 움직이자 남자의 손이 우시지마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바닥에 쾅, 내리찍었다. 우시지마는 컥,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마를 타고 뜨끈한 것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를 부딪친 충격으로 캄캄해진 시야를 밝히려 끙끙대는 사이, 무릎 뒤에 발이 턱, 얹어졌다. 우시지마는 찡그린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야 이 새끼 따려고?”

 “그럴까.”

 “덩치도 존나 큰 새끼를 뭔 맛으로 따먹어.”

 “이런 새끼 꺾는 게 더 재밌는 거 모르냐?”

 

 

 

 

 

 그치, 우시와카? 우시지마는 제 머리채를 잡고 뒤로 꺾는 손에 고개를 들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것이 눈으로 흘러들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대답이 없자 무릎 뒤에 올려 진 발에 꾸욱, 힘이 들어갔다. 우시지마는 끄으윽, 앓으며 바르작거렸다. 무릎이 망가질 것만 같았다. 턱을 잡는 손이 고개를 좀 더 뒤로 꺾었다. 귓가에 기분 나쁘도록 뜨뜻한 입김이 닿았다.

 

 

 

 

 

 “우시와카, 배구 좋아하지.”

 

 

 

 

 

 그만 두면 기분이 어떻겠어. 속삭여지는 소리에 우시지마는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이를 악 무는 것을 발견한 듯 남자가 흐흐, 웃었다. 잠깐 어울려주기만 하면 돼, 그럼 그런 일 없을 거야. 턱이 놓이자 우시지마는 그대로 바닥에 이마를 박았다. 상처가 난 이마가 또 한 번 바닥에 쓸리는 느낌이 들어 우시지마는 낮게 앓았다. 뒤로 묶인 손목을 그대로 등 위로 누른 채 바지가 끌어내려졌다. 저도 모르게 다리를 꿈틀, 움직이자 다시 한 번 무릎 위에 얹어진 발이 힘이 들어갔다. 끄흑, 신음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얌전하게 굴어야지. 무릎 뒤를 누르던 발이 떨어지고 트레이닝복 바지가 완전히 벗겨졌다. 우시지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까 눈으로 흘러든 것에 눈이 따가웠다.

 

 

 

 

 

 

 

 

 

 

 “크윽, ……! , 흐윽, ……!”

 

 

 

 

 

 우시지마는 벽에 뺨이 눌린 채 다리가 꺾이지 않도록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뒤로 묶인 팔이 뻐근했다. 머리칼을 움켜쥔 채 머리를 벽에 누르고 있는 터라 다리가 꺾이지만 않게 버티면 되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할 지경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바닥에 엎드린 채 박힌 탓에 무릎이 아스팔트에 쓸려 엉망이었다. 우시지마는 제 엉덩이를 짝 치는 손에 흠칫, 몸을 떨었다. 몇 번이고 맞은 엉덩이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적응이 되지 않아 맞을 때마다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퍼억, 하고 박힌 성기가 엉덩이 안쪽에 사정을 하고 빠져나갔다. 우시지마는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기도 전에 제 머리를 누르고 있던 손이 놓여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벌벌 떨리던 손은 이미 지쳐 떨림조차 없었다.

 

 

 

 

 

 “아까 어떤 새끼가 덩치가 어쩌고 했냐.”

 “죄송. 후장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네요.”

 “등신 새끼.”

 

 

 

 

 

 낄낄 웃는 소리에도 우시지마는 벽에 이마를 기댄 채 숨을 헐떡였다. 아까 머리를 박았을 때 뭔가가 잘못된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토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애써 몇 번이고 마른 침을 삼킨 우시지마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엉덩이 사이로 처박혔던 성기들 탓에 구멍이 찢어져 생리적으로 눈물이 나와 눈에 들어갔던 피는 씻긴 듯 눈이 따갑지 않았다. 우시지마는 가만히 앉아 몸 여기저기를 감각으로 확인했다. 일단 무릎이 까지고, 이마에서 흐르던 피는 멈춘 채였다. 머리가 어지러운 것은 병원에 가면 될 것이었다. 구멍이 찢어져 피가 나는 것도 나을 수 있는 것이었다.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니 배구는 계속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어라, 이게 뭐야.”

 

 

 

 

 

 웬 사진? 우시지마는 그 소리에 퍼뜩 고개를 돌렸다. 처음 골목에서 넘어졌을 때 이미 그 입구에 떨어뜨렸던 가방이 활짝 열린 채로 골목 안쪽에 놓여 있었다. 뒤를 확인하는 것 덕분에 사진의 앞면이 보였다. 우시지마는 사진을 확인하는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남자에게 채 닿기도 전에 걷어차인 우시지마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퍼억, 옆구리를 또 한 번 걷어차이며 우시지마는 컥, 하고 숨을 멈추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남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인 우시지마를 보며 킥킥 웃었다.

 

 

 

 

 

 “얌전하게 굴랬잖아, 우시와카.”

 “그거, , ……내려 놔…….”

 “뭐야. 이거 중요한 거야? 그냥 사진이잖아.”

 

 

 

 

 

 우리 에이스가 이런 것도 들고 다녀? 팔랑팔랑 흔들리는 사진에 우시지마는 남자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남자는 낄낄 웃으며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이거 너희 아빠야? 뒤에 아빠 앤드 와카토시라고 적혀있네. 우시와카는 어릴 때도 별로 안 귀여웠네. 줄줄 흐르는 말에 우시지마는 몸을 일으키려다 가슴팍을 콱, 밟는 것에 컥, 하고 숨을 멈추었다. 더 맞는다면 토할지도 몰랐다. 우시지마는 찡그린 눈으로 남자의 손에 있는 사진만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남자는 헤에, 웃으며 다시 한 번 사진을 보았다. 이거 너한테 그렇게 소중한 거야? 그 표정 엄청 좋은데. 턱을 괴고 있던 남자는 다른 손으로도 사진을 잡았다. 우시지마의 눈이 점점 크게 뜨였다.

 

 

 

 

 

 “너한테 소중하다니. 그럼,”

 

 

 

 

 

 망가뜨려야지. , 하는 소리를 내며 반으로 찢어진 사진에 우시지마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 그대로 굳었다. 남자의 손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연달아 사진을 쭉쭉 찢어냈다. 우시지마는 고개를 들고 눈만 크게 뜬 채 그것을 보고만 있었다. 손톱보다도 작은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고 나서야 남자는 사진 조각을 공중에 흩뿌렸다. 우시지마는 바닥에 떨어지는 사진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남자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떨어진 사진만 쳐다보는 우시지마의 턱을 잡아 돌려 시선을 맞춘 남자는 싱긋 웃었다. 그래, 그 표정 좋잖아. 순간 우시지마는 남자에게 달려들어 콱,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아악!! 남자가 뜯긴 부위를 움켜쥐며 뒤로 쓰러졌다. 우시지마는 퉤, 입에 문 것을 뱉음과 동시에 퍽, 발에 차여 옆으로 쓰려졌다.

 

 

 

 

 

 “이 개새끼가!!”

 “, 우웨엑-!! 커흑, 크으윽……!”

 “이 씹새끼 토했는데?”

 “야 한 번씩 더 돌려. 아 씨발 골 때리는 새끼네, 이거?”

 

 

 

 

 

 우시지마는 위액이 나오도록 속에 든 것을 게워내다 제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것에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다시 바닥에 내팽겨 쳐지며 우시지마는 바닥에 흩뿌려진 사진조각을 죄 눈에 담았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흐른 정액과 피가 굳어있었다.

 

 

 

 

 

 

 

 

 

 

 “씨이발 새끼 존나 지독해요.”

 “카악-, ! 알아서 잘 처리해라?”

 

 

 

 

 

 간다-. 우시지마는 바닥에 누워 숨을 고르며 발자국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우시지마는 후들거리는 팔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손이며 다리가 전부 바닥에 쓸려 생체기가 잔뜩 나 있었고, 토하고 정액을 삼킨 탓에 입 안이 텁텁했다. 우시지마는 티셔츠를 끌어올려 대충 얼굴을 닦아냈다. 아까 얼굴로 정액을 받은 탓이었다. 우시지마는 먼지와 피, 정액으로 더러워진 제 티셔츠를 내려다보다 벽을 짚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바닥 한 쪽에 나뒹구는 바지는 티셔츠보단 상태가 나은 편이었다. 처음부터 벗겨진 터라 몇 번 밟힌 흔적을 제외하고는 깨끗했다. 우시지마는 비틀거리며 속옷과 바지를 주워 입고 벽에 기대 숨을 헐떡였다. 뱃속에 무엇인가 들은 느낌도 불쾌했고, 허벅지 사이가 끈적거리는 것도 불쾌했지만 지금으로썬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시지마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가 거의 다 져가는 참이었다. 깜빡, 하고 작은 소리를 내며 가로등이 켜졌다. 우시지마는 가로등 불빛이 세어 들어오는 덕에 훤해진 골목 안쪽으로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아까 남자가 찢은 사진조각들 앞에 주저앉은 우시지마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그것들을 줍기 시작했다.

 

 

 

 

 

 “흐윽, ……, …….”

 

 

 

 

 

 눈물이 자꾸만 시야를 일렁거리게 했다. 상처 가득한 손으로 우시지마는 억지로 시야를 씻어내며 조각들을 손아귀 안에 쓸어 담았다. 손아귀 안에서 사진 조각들은 떨어진 눈물에 젖어갔다. 한 조각도 빼놓지 않고 주워든 우시지마는 그것들을 가방 안에 쑤셔 넣고 가방을 챙겨 비틀비틀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깜빡, 깜빡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는 길을 걷던 우시지마는 쓰레기통이 보이자 가방을 쓰레기통 안에 퍽, 던져 넣었다. 줄줄 흐르는 눈물을 한 번 손등으로 훔쳐낸 우시지마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질질 끌리는 걸음을 애써 추스르며, 우시지마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미 날은 전부 저문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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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월 님이 주신 썰로 3차 연성했습니다.

 

 

 

 

 

 

 

 

 

 

 “쿠로.”

 “, 여기.”

 

 

 

 

 

 쿠로오는 켄마에게 물통을 건네주며 그 옆에 앉았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훈련 탓에 학교에 나온 참이었다. 벌써 마지막 쉬는 시간이라 쿠로오는 턱을 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같이 하는 연습이지만 끝나는 것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켄마는 지겹다고 하겠지만. 쿠로오는 물을 쭉 들이키며 우르르 제 쪽으로 다가오는 부원들을 보았다. 따로 연습을 했던 터라 뒤늦게 끝난 듯 했다. 쿠로오는 제 옆에 있는 남은 물통을 하나 건네주며 씩 웃었다. 다들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거리긴 했지만 힘이 든다거나 싫은 기색은 없었다.

 

 

 

 

 

 “둘은 먼저 끝난 거야?”

 “, 대신 완벽하게 했음.”

 “, 기대한다.”

 

 

 

 

 

 낄낄 웃으며 등을 툭툭 치는 손에 쿠로오는 마주 웃으며 제 옆에 있는 켄마에게 머리를 기댔다. 저보다 키가 한참은 작아 불편하게 기대야 했지만 둘 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켄마는 물을 몇 모금 들이키다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댄 쿠로오의 머리에 제 머리를 기댔다. 익숙한 관경이었다. 켄마, 안 힘들어? 나긋한 목소리로 묻는 소리에 켄마는 눈을 굴리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별로. 늘 듣는 소리였다. 쿠로오는 흐응, 웃으며 수건으로 제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제 몸을 스윽 훑는 시선이 느껴졌다. 쿠로오는 제 옆에 놓인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켄마에 건네주었다.

 

 

 

 

 

 “쿠로오 상은 켄마 상이 말하지 않아도 잘 챙겨주시는 것 같아요.”

 “으응? 그런가?”

 “평소에도 켄마 상이 걸어가면서 게임하다가 부딪치려고 할 때면 막아주시잖아요.”

 “얘네가 붙어 있던 시간이 얼만데.”

 

 

 

 

 

 평소엔 더 징그러워. 그 소리에 쿠로오는 낄낄 웃었다. 얘가 그러는 게 한두 번 이어야지. 그런 소리를 하며 켄마를 돌아본 쿠로오는 입술이 비죽 튀어나온 것을 보았다. 기댔던 몸을 일으키며 낄낄 웃은 쿠로오는 몸을 일으켰다. 조금만 더 쉬면 다리가 흐느적거릴 것 같았다. , 다들 집합하자! 그 소리에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쿠로오는 켄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벌써 지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실제로는 그냥 지겨운 거겠지만. 쿠로오는 제 손을 턱 잡는 온기에 씩 웃었다. 얼른 하고 끝내버리자. 그 말에 켄마는 조금 흘러내린 머리칼을 위로 쓸어 올렸다. 쿠로오를 따라 배구를 한 지도 꽤 오래된 참이었다. 졸업할 때 까지만 해야지. 켄마는 제 앞에 먼저 걸어가는 쿠로오의 뒤통수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게 더 가까울 수 있으니 선택했을 뿐이었다.

 

 

 

 

 

 “공 던진다?”

 “.”

 

 

 

 

 

 켄마는 제 쪽으로 던져지는 공을 보며 가볍게 뛰어올랐다. 손끝을 스쳐지나간 공이 쿠로오의 손에서 점수가 나온다. 켄마는 제 쪽을 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숨을 골랐다. 역시, 나름대로 짜릿했다.

 

 

 

 

 

 

 

 

 

 

 “쿠로, 집에 아무도 없다고 했지.”

 “. 부모님 할머니 댁 가셔서.”

 

 

 

 

 

 난 훈련 때문에 안 갔지만. 그런 말을 하며 쿠로오는 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저녁 반찬은 냉장고에 있다는 엄마의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쿠로오는 버튼을 꾹꾹 누르며 켄마의 어깨에서 흘러내리려는 가방끈을 추켜올려 주었다. 켄마는 흘끔, 쿠로오를 돌아보았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늘 저가 앞장을 서고 그 뒤를 쿠로오가 쫓아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켄마는 게임기의 버튼을 누르다 게임 오버를 확인하고 나서야 게임기를 덮었다. 벌써 쿠로오의 집 앞이었다. 뒤에서 걸어오던 쿠로오는 먼저 제 집 현관 앞으로 다가갔다. 철컥, 문이 열리고, 쿠로오는 제 집 안쪽으로 턱을 까닥였다. 켄마는 당연하단 듯 자연스레 그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집 안은 어둑했다.

 

 

 

 

 

 “켄마, 밥은?”

 “별로.”

 “먹고 가.”

 

 

 

 

 

 끄덕, 고개가 움직이며 쿠로오는 신발을 벗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 불이 켜지며 아침에 나갔던 상태 그대로인 거실이 보였다. 쿠로오는 제 쪽으로 내밀어지는 가방을 받아들어 벽 한쪽에 놓아두고 소파에 먼저 앉는 켄마의 앞, 바닥에 앉았다. 켄마는 익숙한 듯 다릴 꼬고 그대로 턱을 괴었다. 무릎을 꿇고 앉은 채였던 쿠로오는 켄마의 트레이닝복 바지를 위로 끌어올려 양말을 벗기고 그 발등에 입을 맞췄다. 쪽쪽 천천히 발등에서 시작한 입맞춤은 천천히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켄마는 손을 들어 그 머리칼을 콱 붙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눈을 살짝 찡그렸던 쿠로오는 그대로 켄마를 올려다보았다.

 

 

 

 

 

 “허락 안 했잖아.”

 “……미안.”

 “고개 내밀어.”

 

 

 

 

 

 쿠로오는 켄마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제 턱을 잡는 손에 그대로 눈을 감았다. 머리칼을 단단히 움켜쥐었던 손이 놓이고 머리칼 사이로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뒤통수가 눌려 입술이 깊이 겹쳐졌다. 쿠로오는 바닥을 짚은 채 입술을 벌렸다. 마치 앉아 명령을 받은 개 같은 자세였다. 켄마는 만족스러운 듯 턱을 잡았던 손을 풀고 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흐응, 작게 비음이 흐르자 입술이 떨어지고, 쿠로오는 혀를 내어 켄마의 입술을 한 번, 제 입술을 한 번 핥았다. 켄마는 가만히 쿠로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느릿하게 눈이 한 번 깜빡이고 나서야 켄마는 쿠로오의 턱을 놓아주었다. 쿠로오는 몸을 원래대로 하고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켄마를 올려다보았다.

 

 

 

 

 

 “해도 돼.”

 

 

 

 

 

 어쩔 수 없다는 듯 뱉어진 말에 쿠로오는 다시 켄마의 다리를 잡고 무릎에 꾸욱 입술을 눌렀다. 늘 저녁마다 하는 짓이었다. 그게 왜 좋은데? 지난번에 물어봤을 때 쿠로오는 반쯤 감은 눈으로 켄마의 다리에 입을 맞추며 그렇게 말했었다. 여긴 나밖에 입 맞춘 사람 없을 거 아냐. 집착어린 말이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옷을 벗겼었지. 켄마는 제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구는 쿠로오를 떨어뜨리고 몸을 일으켰다. 배고파.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저를 올려다보던 시선이 곧 떨어지고, 쿠로오가 몸을 일으켰다.

 

 

 

 

 

 “밥 먹고 가려고?”

 “. 잠만 짐에서 자면 되니까.”

 “내일 훈련이 없는 게 다행이네.”

 

 

 

 

 

 그 정도는 아냐. 약간 불퉁하게 나온 소리에 쿠로오는 낄낄 웃으며 냉장고를 열었다. 꺼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반찬 몇 개가 들어있었다. 반찬통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쿠로오는 켄마를 돌아보았다. 져지를 벗어 소파 위에 대충 던져놓곤 양말을 다시 주워 신는 켄마를 보며 쿠로오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밥통을 열었다. 밥은 켄마랑 나눠 먹어도 내일 저녁은 먹을 만큼 되었다. 아마 켄마랑 같이 저녁을 먹을 것을 염두 해두고 지으신 것 같았다. 약간 죄책감이 드는데. 밥을 뜨며 그런 생각을 하던 쿠로오는 제 뒤에서 제 허리를 감싸는 팔에 고개를 돌렸다.

 

 

 

 

 

 “다 됐어.”

 “쿠로.”

 

 

 

 

 

 오늘 자고 갈래. 등에 부벼지는 얼굴에 쿠로오는 눈을 깜빡이다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내일 일어날 수는 있게 해주라. 고개를 숙이자 바로 닿아오는 입술에 쿠로오는 흐흥 웃었다. 하교하기 전 씻은 탓에 옅은 비누향이 맴돌았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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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츠로 형.”

 “와카토시-.”

 

 

 

 

 

 쿠로오는 제 쪽을 향해 팔을 벌리는 아이를 품에 쏙 끌어안았다. 형 없는 동안 잘 놀고 있었어? 형 보고 싶진 않았어? 뺨을 연신 맞대며 비비는 것에 아이는 쿠로오의 옷깃을 움켜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특유의 오동통한 뺨에 입술을 부비며 쿠로오는 키득키득 웃었다. 와카토시는 제 앞집에 살고 있는 아이였다. 원래 앞집의 아주머니와 제 어머니는 친분이 있는 편이었다. 아주머니가 임신을 하시고 처음 와카토시가 제 집에 오던 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저는 외동이라 동생이 없었기에 늘 동생을 갖고 싶다 생각했었건만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왔을 때 소파에서 아주머니의 품에 안겨 잠이 든 아기를 발견하고 저는 온통 정신을 빼앗겼었다. 조그만 손이 처음 자신의 손가락을 잡아주었던 환희를 아직도 기억했다.

 

 

 

 

 

 “, 친구는 까먹었냐?”

 “. 진짜 잊고 있었어.”

 “미친…….”

 

 

 

 

 

 쿠로오는 제 엉덩이를 툭, 가볍게 걷어차는 것에 낄낄 웃고는 다시 와카토시의 양 뺨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형 오늘 숙제해야 해서 조금 이따 저녁 때 놀아줄게, 와카토시 기다릴 수 있지? 조그만 손을 꼭 부여잡고 하는 말에 뚱한 표정으로 쿠로오를 보던 얼굴이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였다. 쿠로오는 활짝 웃고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뽀뽀-. 조르듯 하는 말에 금방 쪽 하고 닿는 입술에 쿠로오는 입을 턱 막았다. 형 감동. 울먹거리는 표정을 짓던 쿠로오는 다시 한 번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나서야 쪼그려 앉았던 다리를 폈다. 안녕-, 하고 손을 흔드는 것에 와카토시는 조그만 손을 들어 흔들었다. 쿠로오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헉 미친 내 심장.”

 “이거 순 변태새끼 아니야.”

 “, , . 솔직히 진짜 귀엽잖아.”

 

 

 

 

 

 친구와 떠들며 집 안으로 들어가는 쿠로오의 등을 보던 와카토시는 걸음을 옮겼다. 쿠로오 네 집과 와카토시 네의 집은 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어차피 두 집 전부 왔다 갔다 할 수 있었으니 상관이 없었다. 와카토시는 손에 쥐고 있던 공을 한 번 바닥에 튕기고 제 집안으로 총총 뛰어 들어갔다. 뽀로로 할 시간이었다.

 

 

 

 

 

 

 

 

 

 

 “-, 대박 하기 싫어.”

 “얼마 안 남았다며.”

 “와카토시 보고 싶다.”

 “, 거참. 너 애인 옆에 두고 자꾸 그럴래?”

 “. 애한테도 질투해?”

 

 

 

 

 

 쿠로오는 고개를 반짝 들고 제 앞에 불퉁한 표정인 보쿠토를 보았다. 하루 종일 와카토시, 와카토시 노래 부르잖아 너. 투덜투덜 하며 펜을 놀리는 보쿠토를 턱을 괴고 보던 쿠로오는 흐흐 웃으며 손을 뻗어 보쿠토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형한테 잘해라, 너 못하면 와카토시한테 갈아 탈거다. 그 와중에도 농담을 하며 낄낄 웃는 쿠로오에 보쿠토는 푹 한숨을 내쉬고 상 위에 엎어졌다. 학교에서도 하루 종일 와카토신지 와카토낀지 하는 아이 사진을 들여다보며 끙끙 앓는 것이 일상이었다. 쿠로오는 그런 보쿠토를 보며 웃다가 다시 펜을 놀렸다. 정말 조금만 더 하면 끝날 참이었다.

 

 

 

 

 

 “다 해가?”

 “아니. 반쯤 남았어.”

 “내꺼 보여줄 테니까 빨리 끝내.”

 

 

 

 

 

 보쿠토는 제 쪽으로 쏙 내밀어지는 책에 쿠로오를 한 번 흘끔, 보았다. 아무 말 없이 그걸 받아 들고 옮겨 적기 시작했다. 보쿠토 삐쳤어? 고개를 쭉 내밀고 하는 말에 보쿠토는 펜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치고, 쿠로오는 고개를 좀 더 내밀어 보쿠토의 입에 살짝 입을 맞췄다. 빨리 끝내, 나 심심해 죽겠다. 펜을 빙글빙글 돌리며 하는 소리에 보쿠토는 입을 꾹 다물고 펜을 탕, 상 위에 소리 나게 놓았다. 그것에 쿠로오는 몸을 뒤로 젖히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어깨를 잡아오는 손이 꾹, 눌렸다.

 

 

 

 

 

 “유혹하고 있어.”

 “, 이런 거 좋아해?”

 “잡아먹고 싶게.”

 

 

 

 

 

 허리를 숙여 가까워지는 얼굴에 쿠로오는 킥킥 웃었다. 아까 제 어머니는 장을 보러 간다며 외출을 하신 상태였다. 쿠로오는 제 입술을 덮는 것에 인상을 썼다. 더럽게 이렇게 하냐. 쿠로오는 곧 다시 제대로 입술이 겹치고 쪽쪽거리는 것에 턱을 들었다. 상을 넘어 저를 덮칠 듯 구는 보쿠토에 쿠로오는 짧게 끊어 호흡하며 침대에 몸을 기댔다. 쪽쪽 소리를 내며 키스하던 보쿠토는 입술을 떼고 목덜미에 쪽, 입을 맞췄다. 쿠로오는 제 상체를 더듬는 손에 끙끙 앓았다. 손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맛있냐.”

 “. 엄청.”

 

 

 

 

 

 앙, 하고 목덜미를 가볍게 깨무는 것에 쿠로오는 꺅, 하고 장난스런 비명을 질렀다. 제 와이셔츠를 벗기려는 손에 똑같이 보쿠토의 것을 벗기려는데 문 앞에서 탁, 하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쿠로오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슬쩍 열린 문틈으로 시선이 마주쳤다. 쿠로오는 그대로 굳어 멍하니 있다 급하게 보쿠토를 밀어냈다. 벌어진 와이셔츠 사이로 입을 맞춰 내려가던 보쿠토는 저를 밀어내는 손에 문득 고개를 들었다. 쿠로오의 시선이 닿은 곳으로 시선을 돌린 보쿠토는 조그만 얼굴을 발견했다. .

 

 

 

 

 

 “, 와카토시……?”

 

 

 

 

 

 쿠로오는 급히 주섬주섬 옷을 추스르며 몸을 일으켰다. 놀란 듯 드물게 눈을 동그랗게 뜬 와카토시가 쿠로오가 다가가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것에 쿠로오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 아니 와카토시, , 이건…….”

 “테츠 형.”

 “으응?”

 “형 먹히는 거야?”

 

 

 

 

 

 응? 쿠로오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저를 올려다보는 아이와 시선을 맞추려 쪼그려 앉았다. 아이의 눈이 울망울망 해지더니 주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쿠로오는 동시에 제 옷깃을 꾹 움켜쥐는 조그만 손에 귀엽다 생각하는 자신을 추스르며 와카토시의 말을 다시 생각했다. 내가, 먹혀? 쿠로오는 뚝뚝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꾸욱 깨무는 와카토시의 눈물을 손으로 훔쳐 주었다.

 

 

 

 

 

 “와카토시, 다시 말해봐. 형이 먹혀?”

 “저기, 형 친구가, 형 맛있, 다구…….”

 

 

 

 

 

 형 잡아먹지 마! 하고 드물게 소리치고는 와락 안겨 엉엉 소리 내어 우는 것에 쿠로오는 그 작은 몸을 품에 껴안고 고개를 돌려 보쿠토를 보았다. 역시나 차림은 엉망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는 보쿠토를 보던 쿠로오는 끅끅 우는 와카토시의 등을 쓸어내리며 터지는 웃음을 꾹 누르고 그 뺨에 쪽쪽 입을 맞췄다. 귀여워서 죽을 것만 같다.

 

 

 

 

 

 “형이 잘 도망갈게, 와카 짱.”

 “, 징챠아……?”

 

 

 

 

 

 응, 진짜! 늘 또박또박 하던 발음이 코가 막혀 뭉그러지는 것에 쿠로오는 몰래 심장을 움켜잡았다. 대박 귀여워. 그 둘의 모습을 보던 보쿠토는 한숨을 푹 내쉬고 침대에 주저앉았다. 쿠로오에 안겨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저를 경계하는 것에 보쿠토는 그대로 벌렁 뒤로 드러누웠다. 애인을 다른 남자랑 공유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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