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같다. 공을 떨어뜨리지 않는 유연한 리시브, 빈틈을 정확히 파고드는 날카로운 스파이크, 팀원의 실수마저 커버하는 매끄러운 토스까지. 도쿄의 검은 재규어라 소문난 그를 보며  우시지마는 고양이를 떠올렸다. 짙게 느껴지는 페로몬에도 왠지 그는. 삐익-, 경기의 끝을 알리는 휘슬 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린 우시지마는 마주친 눈이 휘어지는 것을 보았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는 도둑 고양이의 그것이었다. 우시지마는 그런 그와 시선을 마주했지만 먼저 눈을 돌린 것은 그였다. 등번호 1번, 네코마.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그의 등에 적힌 숫자와 글자를 되뇌인 우시지마는 몸을 돌렸다. 더 안 보고 가십니까, 주장? 다급히 저를 부르는 소리에도 우시지마는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일본 내에서 반류는 원인보다 뛰어난 편에 속했다. 그 중 중종의 반류는 자신들의 혈통을 지키기위해 아등바등한 결과 일본 내의 전통 깊은 가문들은 보통 중종의 반류들 이었다. 그 중에는 우시지마 가문도 있었다. 개체 수가 적었던 비행종이 현혼이었던 선조들은 더욱 악착같이 혈통을 지켜냈고, 우시지마 가문은 일본 내 최고 유서깊은 가문이 되었다. 그들의 혈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경기장 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느긋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걸음은 빨랐다. 빠르게 성큼성큼 걷던 걸음이 코너를 돌려는 순간.






 "어이-."






 우시지마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저를 부르는 사람을 보았다. 팔짱을 낀 채 씩 웃고 있는 고양이가 보였다. 우시지마는 천천히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경기를 치룬 후 땀 때문인지 페로몬이 짙었다. 이 정도라면 같이 경기를 하던 놈들이 대단하다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지시마는 고양이의 앞에 섰다. 풍기는 페로몬 만큼 큰 키였다. 우시지마는 그 귀를 살짝 만졌다. 저도 모르게 뻗은 손에도 그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우시지마는 그 귀를 만지작거리며 고양이와 시선을 마주했다.






 "이름이 뭔가?"

 "쿠로오 테츠로."

 "쿠로오."






 더 짙게 웃는 것에 덩달이 호르몬에 짙어졌다. 우시지마는 한 걸음 더 그에게 다가갔다. 살짝 뒤로 물러난 쿠로오는 벽에 등을 기대며 제 귀에 닿은 우시지마의 손을 떼어냈다. 우시지마는 떨어진 손을 벽에 붙이고 남은 손으로 한 쪽 눈을 가린 머리칼을 살짝 쓸어올렸다. 땀에 젖은 머리칼은 쉽게 옆으로 재쳐졌다. 그대로 손을 내려 뺨과 턱을 쓰다듬은 우시지마는 제 얼굴을 기대며 살짝 뺨을 부비는 행동에 눈을 가늘게 떴다. 용케 여태껏 블라인드도 없이 잘도 속이며 살아왔다. 우시지마의 표정에 그 손에 뺨을 기대고 있던 쿠로오가 킥,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며 웃던 쿠로오는 저가 고개를 숙인 탓에 떨어진 손을 늘어뜨린 우시지마의 팔을 잡고 고개를 들었다.






 "감이 좋네. 다들 모르던데."

 "모르는 놈들이 이상한 거다."

 "네가 지나치게 감이 좋은 거야."






 중종? 현혼이 뭐야? 여태 내내 눈을 맞춰 왔으면서 지금은 저가 쥔 팔의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그곳에만 시선을 두었다. 독수리다. 우시지마는 순순히 대답을 하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짙은 페로몬과 격한 운동으로 인해 여태 붉게 달아오른 뺨, 젖은 피부가 눈에 띠었다. 그래, 이 앙큼한 고양이를 어찌 모를 수가 있는가. 우시지마는 시선을 제 팔에 고정한 채 들지 않는 턱을 쥐고 당겨 시선을 맞췄다. 조금 크게 뜨였던 눈은 금세 휘었다. 슥, 귓가에 입술을 가져간 우시지마는 땀에 젖은 손이 턱을 쥔 제 손을 잡아오는 것을 느꼈다. 조금쯤, 뜨거운.






 "네가 흥분한 모습을 보고싶다."






 풋, 다시 터진 웃음이 귓가에서 들렸다. 제 손을 쥐고 있던 손이 떨어져 제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부원들이 찾을텐데. 속삭이는 목소리는 조금쯤 즐거운 것 같았다. 우시지마는 그 관자놀이에 입술을 눌렀다. 피차일반이니 금방 끝내겠다.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 페로몬에 쿠로오는 벽에 몸을 기댔다. 그 허리를 한 팔로 감아 안은 우지시마는 다시 눈을 가린 검은 머리칼을 다시 쓸어올렸다. 왼쪽 눈이 금빛에서 서서히 붉은 색으로 물들어갔다. 우지시마는 그 눈꺼풀 위에 입술을 누르며 걸음을 옮겼다. 복도에는 짙은 페로몬만 감돌았다.





















 "읏, 아...."






 얽히던 혀를 떼고 뾰족하게 솟은 송곳니를 엄지로 문질렀다. 발갛게 달아오른 혀가 송곳니를 문지르는 엄지를 조금 핥다 말았다. 목덜미에 입술을 묻자 흐으, 하며 숨을 삼킨다. 좁은 화장실 칸 안에 건장한 남자 둘이 들어있자니 절로 밀착이 된 몸이 불편할 만도 하건만 껴안은 몸은 놓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머리 위로 튀어나온 까만 귀를 힘주어 문지르자 끄으응 앓는 소리를 내며 등허리의 옷깃을 움켜쥐는 손이 귀여웠다. 이 덩치를 귀엽다고 하는 것이 조금쯤 우스웠지만 사실이 그랬다. 상의 안으로 손을 넣자 옷깃을 움켜쥐었던 손이 흥분한 탓에 발현된 날개깃을 어루만졌다. 턱 밑까지 옷을 끌어올려 유두를 입에 물자 흐흥, 하고 웃더니 팔을 내려 바지춤에 손을 댄다. 우지시마는 눈만 굴려 그 금색과 붉은색의 오드아이를 보았다. 어지러운 페로몬이 진득히도 폐부 안으로 스몄다.






 "크네."

 "네 안으로 들어갈거다."

 "와, 엄청 야한 말."






 그렇게 안 생겨서. 씩 웃는 얼굴이 가까이 오더니 입술에 쪽, 닿았다 떨어졌다. 바지 안으로 들어온 손은 축축하고 뜨거웠다. 애무는 됐으니까. 저를 살짝 미는 손에 가슴에서 떨어지자 손목을 쥐어 제 뒤로 끈다. 시간 없잖아. 손이 뒤로 가있는 터라 닿을 듯 가까운 얼굴이 색스러웠다. 바지 안으로 손을 밀어넣으며 우시지마는 그 웃는 입에 입을 맞췄다. 다시 얽히는 혀는 여전히 뜨거웠다.





















 "쿠로."






 잠시 어디 좀 다녀 온다며 사라졌던 쿠로오는 한참이 지나고 부원들이 찾으러 나설 때 즈음에야 돌아왔다.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빨간 트레이닝복을 발견한 켄마가 쿠로오를 부르자 다른 부원들 또한 그쪽을 보았다. 슬슬 걸어오는 쿠로오가 손을 흔들었다. 켄마는 쿠로오가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켄마의 근처까지 다가온 쿠로오는 다른 부원들을 먼저 버스로 돌려 보냈다.






 "어디갔다 왔어. 찾았잖아."

 "그냥 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 하는 것에 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돌림의 말이었다. 한참 기다리게 해놓고는. 속으로 투덜거린 켄마는 먼저 발을 떼는 쿠로오를 따라 걸음을 옮기려다 멈추었다. 그에 덩달에 걸음을 멈춘 쿠로오는 켄마를 돌아보았다.






 "왜?"

 "쿠로, 뭐 뿌렸어?"






 네 원래 냄새랑 무슨 냄새랑 섞였어. 켄마의 물음에 눈을 깜빡이던 쿠로오는 씩 웃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대로 몸을 돌려 버스로 걸어가는 뒷모습에 켄마는 눈을 찡그렸다. 이상한데. 가만히 있던 켄마는 문득 저만치 가버리는 쿠로오에 걸음을 뗐다.






 "같이 가, 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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