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킷 님 썰로 3차 연성했습니다.

 

 

 

 

 

 

 

 

 

 

 “잇세이-!”

 

 

 

 

 

 마츠카와는 저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직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 학교에서 저를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딱 한 명 뿐이었다. 마츠카와는 들이 마셨던 연기를 뱉어내며 코너를 주시했다. 곧 쏙하니 튀어나오는 얼굴은 역시나 예상한 얼굴이었다. 저를 발견하자 씩 웃는 얼굴에 마츠카와는 살짝 손을 흔들어주었다. 또 수업 재꼈지. 잔소리처럼 하는 말에 마츠카와는 고개를 돌리며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곧 뒤에 털썩, 앉는 소리는 두 사람의 몫이었다. 마츠카와는 짧아진 꽁초를 난간에 비벼 끄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와카토시가 네 도시락 가져왔어.”

 “땡큐.”

 “귀찮으니 앞으로는 미리 가져와라.”

 “어엉.”

 

 

 

 

 

 마츠카와는 대충 대답하며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저 새끼 존나 영혼 없다. 낄낄 웃으며 우시지마 쪽으로 기대는 꼴을 보며 마츠카와는 입에 밥을 넣고 우물거렸다. 예전 같았으면 붙지 말라며 칼같이 밀어냈을 우시지마는 꽤나 다정한 눈을 할 줄 알았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제 애인이었던 쿠로오 테츠로는 저와 헤어진 지 거의 두 달 만에 스트레이트였던 친구를 꼬셔내 커플이 되는 것에 성공했다. 꼬셔낸 쿠로오도 대단했지만 그대로 넘어온 우시지마도 웃긴 놈이었다. 그 동안 열심히 붙어먹던 저와 쿠로오를 보며 인상을 쓰거나 자신이 안 보이는 데에서 하라며 툭툭 쳐대더니 이제는 자기가 커퀴짓이었다. 우시지마가 내미는 반찬을 받아먹으며 주머니를 뒤지던 쿠로오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입안 한 가득 음식을 씹고 있어 말을 못하는 듯 열심히 우물거리는 것에 우시지마는 물을 내밀었다. 마츠카와은 뚝 떨어진 입맛에 젓가락을 내려놓고 우유나 빨고 있었다. 음식을 다 삼킨 쿠로오가 마츠카와의 어깨에 탁, 손을 얹었다.

 

 

 

 

 

 “잇세이, 나 담배 하나만.”

 “넌 왜 나한테 만날 빌리냐.”

 “오늘 아침에 선생한테 뺏겼어. 하나만-!”

 

 

 

 

 

 제 옷깃을 쥐며 쨍알쨍알 조르는 것에 마츠카와는 인상을 쓰며 주머니를 뒤졌다. 제 험악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인물이 이토록 귀찮은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마츠카와가 담배를 내밀자 잽싸게 받은 쿠로오는 제 도시락을 대신 치우고 있는 우시지마의 뺨에 쪽, 입을 맞췄다. , 쿠로오를 돌아보는 우시지마의 눈빛은 불만이 가득해보였다. 쿠로오는 입에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물며 우시지마의 다리 위에 올라 앉아 그 허리에 다리를 감고 어깨 위에 팔을 얹었다. 우시지마의 팔이 쿠로오의 허리에 둘러졌다.

 

 

 

 

 

 “키스할 때 담배 냄새 나는 거 싫다.”

 “이거 하나만 피고 끊을게.”

 

 

 

 

 

 불신이 가득한 눈에 쿠로오는 키득키득 웃으며 우시지마의 얼굴에 쪽쪽 입을 맞췄다. 마츠카와는 얼굴을 구기며 몸을 일으켰다. 우시지마가 왜 질색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아까처럼 난간에 몸을 기대며 담배에 불을 붙인 마츠카와는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무언가 얹힌 듯 갑갑했던 가슴이 조금쯤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철컹, 하며 단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저와 똑같은 자세로 쿠로오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떻게 우시지마를 잘 구슬린 모양이었다. 나른하게 눈을 반쯤 감은 모습으로 담배연기를 천천히 뱉어내던 쿠로오는 축 늘어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잇세이는 같이 펴서 신경을 안 썼는데, 비 흡연자랑 사귀니 신경 쓸게 많아.”

 “네가 끊으면 된다.”

 “이거 피고 끊는다니까.”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는 것에 마츠카와는 쿠로오를 돌아보았다. 담배 냄새가 싫다며 짐을 챙겨 옥상을 빠져나가는 우시지마를 보며 쿠로오가 뒤에서 야유를 했다. 애인도 버리고 가는 나쁜 새끼! 물론 우시지마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우시지마가 아주 나가자 쿠로오는 키득키득 웃으며 다시 몸을 돌렸다. 언뜻, 목덜미에 붉게 물든 잇자국이 보였다. 마츠카와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목 조심해라, 다 보인다. 흘리듯이 한 말에 쿠로오가 꺄, 하며 여자 같은 비명을 지르고 목을 가렸다. 마츠카와는 어이가 없어져 허, 하고 쿠로오를 보았다. 키도 비슷한 게 징그럽게. 마츠카와의 표정이 구겨지자 쿠로오는 낄낄 웃으며 마츠카와의 등을 퍽, 쳤다.

 

 

 

 

 

 “, 이런 건 모르는 척 단추를 잠가줘야지. 무드 없는 새끼.”

 “그런 건 네 애인한테나 바래라.”

 “그래서 네가 안 된다는 거야.”

 “뭐 이 새끼야?”

 

 

 

 

 

 팔을 찰싹 때리자 아프다 하면서도 웃는 얼굴에 마츠카와는 잘근잘근 필터를 씹어 캡슐을 깨뜨렸다. 시원한 민트 향이 입 안으로 흘러들었다. 마츠카와를 따라 딱딱거리며 캡슐을 깨뜨리던 쿠로오가 머리를 기댔다. 어깨를 탁, 튕겨 떼어내도 이번엔 팔을 붙잡으며 머리를 기대는 통에 마츠카와는 그 이마에 딱밤을 놓았다. ! 꽤나 아프게 들어간 듯 내지르는 비명이 날카로웠다. 이마를 문지르며 불퉁하게 저를 흘기는 얼굴에도 마츠카와는 모른 척 마지막 한 모금을 빨고 꽁초를 비벼 껐다. 푸흐, 하며 한숨 쉬듯 연기를 뱉어내자 쿠로오는 난간에 몸을 기대어 후, 하고 연기를 뱉어냈다. 잘하냐? 저도 모르게 튀어나간 말에 마츠카와는 모른 척 턱을 괴고 운동장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질문은 진짜 찌질했다. 뱉은 말을 후회하며 볼 안쪽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데, 짧아진 꽁초를 바닥에 던져 발로 밟아 끈 쿠로오는 뻐끔뻐끔 연기를 뱉어내며 대답했다.

 

 

 

 

 

 “테크닉은 잇세이가 훨씬 좋지. 와카토시는 내가 처음인걸.”

 

 

 

 

 

 별 거 아니라는 듯 술술 나오는 말에 마츠카와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까닥여 난간을 툭툭 쳤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려는 것에 마츠카와는 양 뺨을 잡아 눌러 막았다. 근데 와카토시는 힘이 좋아, 여러 번 하거든. 개구지게 웃으며 저를 보는 얼굴에 마츠카와는 제 뺨을 누르던 손을 뻗어 쿠로오의 얼굴을 밀치고 걸음을 옮겼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쿠로오가 뒤로 휘청거렸다. 야 이 새끼야! 빽 내지르는 소리에도 마츠카와는 귀를 후비며 옥상을 빠져나왔다. 내가 조루란 거야 뭐야. 작게 투덜거리며.

 

 

 

 

 

 

 

 

 

 

 “와카토시-, 나 뭐 부를까.”

 

 

 

 

 

 쿠로오가 자연스레 우시지마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으며 리모콘을 들자, 우시지마는 그 얼굴을 잡고 뺨에 입술을 문질렀다. 마츠카와는 음료를 들고 들어오며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썼다.

 

 

 

 

 

 “야 진짜 오지게 붙어있다.”

 “꼬우면 너도 하나 꼬셔서 사겨.”

 “테츠로는 내거니까 안 된다.”

 “탐 안 나거든 시발?”

 

 

 

 

 

 마츠카와는 우시지마의 말에 그 뺨에 뽀뽀를 해대는 쿠로오의 손에서 리모컨을 빼앗아 들고 버튼을 눌렀다. 노래방은 간만이었다. 쿠로오나 저나 노래 부르는 건 꽤나 좋아했기 때문에 자주 왔었지만 한동안은 시험기간이란 핑계로 잘 오지 않았었다. 마츠카와는 시작 버튼을 누르고 마이크에 커버를 씌우며 흘긋, 딱 붙어있는 둘을 보았다. 우시지마는 성격 상 노래를 부르기 보다는 듣는 축에 속했기 때문에 노래방에 와서는 늘 앉아서 휴대전화를 만지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을 구경하거나 했었다. 물론 둘이 사귀기 전에는. 쿠로오는 익숙한 듯 우시지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리모컨을 누르고, 우시지마는 그런 쿠로오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허리를 안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제 노래를 끝내고 몸을 일으켰다. 담배가 말렸다.

 

 

 

 

 

 “오자마자 어디가?”

 “담배 피러.”

 “우와, 나도 피고 싶다.”

 “너 끊는다며. 노래나 불러.”

 

 

 

 

 

 주머니 안에 들은 담배와 라이터를 확인한 마츠카와는 키득키득 웃으며 마이크를 집어 드는 쿠로오에게 대충 대답해주며 방을 나섰다. 노래방 밖으로 나온 마츠카와는 벽에 기대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제 기분이 왜 이런지 아는데, 그 이유가 너무 찌질한 것이 화가 났다. 마츠카와는 제 머리를 헝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쿠로오와는 좋게 헤어졌고, 그렇게 보여야만 했다. 마츠카와는 볼이 홀쭉해지도록 담배를 빨고 바닥에 꽁초를 던졌다. 후우, 하고 길게 연기를 뱉어낸 마츠카와는 헝클어진 머리를 살살 가다듬으며 다시 노래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신 차리자, 나 새끼야. 문을 열려던 마츠카와는 문득, 유리창 너머로 방 안을 보았다. 반주만 들려오는 노래방 안에서, 우시지마와 쿠로오는 키스 중 이었다. 쿠로오는 우시지마의 목을 끌어안고 뒤로 넘어갈 듯 했고, 우시지마는 쿠로오의 허리를 받쳐 안은 채 앞으로 숙인 채였다. 얼핏, 우시지마와 눈이 마주쳤다. 날카로운 눈동자는 정확히 마츠카와를 보며 고개를 틀었다. 허리를 안은 손이 쿠로오의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 진짜.”

 

 

 

 

 

 마츠카와는 허탈하게 웃으며 문고리에서 손을 놓았다. 양 손을 들어 올리자 저를 노려보던 우시지마는 곧 시선을 쿠로오의 얼굴로 돌렸다. 마츠카와는 걸음을 떼어 문 옆에 몸을 기댔다. 존나 찌질하다. 마츠카와는 쿠로오의 노랫소리가 들릴 때 까지 그대로 문 옆에 서 있었다. 한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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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에프는 아이의 양 팔을 단단히 움켜쥔 채 웃고 있었다. 제 앞에서 커다랗게 뜨인 눈이 엉망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가학심을 자극했다. 리에프는 쥔 채 덜덜 떨리는 손을 가만히 잡았다. 흠칫, 몸을 떨며 저를 보는 금빛 눈동자에 리에프는 씩 웃었다.

 

 

 

 

 

 “안 하고 뭐해요.”

 “, 리에프…….”

 “제가 뭐라고 했죠, 쿠로 상?”

 “, 못 하겠어…… 리에프, 제발…….”

 “그럼 쿠로 상 부모님이 죽어도 좋아요? 저는 쿠로 상 부모님이라면 쉽게 죽여 드릴 생각 없어요.”

 

 

 

 

 

 쿠로 상이랑 닮은 사람이잖아요. 그러며 웃는 얼굴에 쿠로오는 덜덜 떨리는 손을 다잡았다. 제 앞에 보이는 아이는 제 허리에도 미치지 못한 작은 아이였다. 손과 발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입에 재갈까지 물린 아이는 끅끅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마 엄마를 찾고 있거나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을 것이었다. 쿠로오는 자꾸만 흐려지는 눈을 손등으로 문질러 씻어냈다. 리에프는 농담을 하는 법이 없었다. 죽일 거라면 죽였고, 섹스를 할 거라 하면 섹스를 했다. 이번 말도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닐 것이었다. 쿠로오는 몇 달 동안 보지 못한 부모님의 얼굴이 눈앞에 스쳐지나 가는 것을 느꼈다. 혹시 리에프가 자신의 집을 모르지 않을까, 얄팍한 생각이 스쳤다.

 

 

 

 

 

 “쿠로 상 혹시 내가 쿠로 상 부모님이 어디 사시는 지 모를 것 같아서 이러는 거예요? 날 너무 과소평가한다.”

 

 

 

 

 

 입가를 휘었던 리에프는 아이의 어깨를 놓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퍼억-! 옆으로 날아가는 아이를 보며 쿠로오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 굳었다. 리에프의 발에 차인 아이는 벽에 부딪친 후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져 미동도 없었다. 쿠로오는 제 턱을 당기는 손에 시선을 돌렸다. 드물게 웃고 있지 않는 얼굴이 코앞에 다가왔다. 등골이 오싹하도록 어둡게 가라앉은 초록빛 눈동자가 닿을 듯 가까웠다. 쿠로 상 저한테 이름 가르쳐 줬어요? 쿠로오는 눈조차 깜빡이지 못하고 그 눈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차라리 광기라도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리에프의 눈동자는 차분했다. 쿠로오는 문득 리에프에게 납치된 날을 떠올렸다. 가방 안에 들어있던 지갑과 주머니에 들어있던 휴대전화. 리에프가 그걸 보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커다란 손이 눈을 가렸다.

 

 

 

 

 

 “결론이 났어요?”

 

 

 

 

 

 속살거리는 목소리가 어린 아이를 어르듯 부드러웠다. 쿠로오는 입술을 짓씹었다. 선택지는 결국 하나 뿐이었다. 리에프는 손바닥에서 묻어나는 물기에 손을 떼고 쿠로오의 몸을 돌렸다. , 내가 도와줄게요. 칼을 쥔 손 위로 제 손을 덮은 리에프가 몸으로 쿠로오를 밀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간신히 떼어 아이에게 다가간 쿠로오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세게 부딪친 듯 아이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쿠로오는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눈물이 자꾸만 눈앞을 흐렸다. 준비 됐어요? 속삭이는 목소리는 악마의 목소리였다. 쿠로오는 칼을 양 손으로 쥐고 천천히 높게 치켜들었다. 제 손을 감싼 손의 체온이 차가웠으면 좋았으련만, 악마의 손은 따뜻하기만 했다. 쿠로오는 이를 앙 물며 눈을 질끈 감고 그대로 칼을 찍어 내렸다.

 

 

 푸욱.

 

 

 

 

 

 “아흐윽!!”

 “, 착하다.”

 “, , 흐으…….”

 “잘했어요. 하면 되잖아.”

 

 

 

 

 

 쿠로오는 살과 뼈가 갈리는 느낌에 퍼뜩 칼을 놓고 뒤로 몸을 물렸다. 자연스레 등에 닿아오는 체온에 쿠로오는 흐려진 정신으로 그 체온으로 파고들었다. 몸이 덜덜 떨려왔다. 생고기를 썰 때의 느낌과 전혀 달랐다. 뼈가 갈리고 핏물이 베어 나왔다. 쿠로오는 여전히 제 손을 쥐고 놓아주지 않는 리에프를 돌아보았다. 리에프는 웃고 있었다.

 

 

 

 

 

 “칼 뽑아서 저 주셔야죠.”

 “, 리에프…… 나 못해…… 못하겠어…… ? 제발, 리에프…….”

 “이건 안 돼요. 이거까지 해야 인정해 줄 거예요.”

 

 

 

 

 

 어린 아이를 어르듯 하는 소리에 쿠로오는 차게 식은 손끝을 움켜쥐었다. , 얼른. 재촉하는 소리에 쿠로오는 칼을 쥐었다. 바닥을 적시기 시작하는 피에 시야가 어지러웠다. , 칼을 뽑아들자 울컥, 피가 솟구쳐 쿠로오를 적셨다. 쿠로오는 덮쳐오는 비릿한 피 냄새에 칼을 떨어뜨리고 제 손아귀를 보았다. 피에 젖어 붉은 손에 쿠로오는 제 옷에 손을 문질러 닦아냈다. 싫어, 싫어……. 멍하니 울며 읊조리는 말에 리에프는 쿠로오의 고개를 돌려 입술에 묻은 핏물을 핥고 그대로 혀를 밀어 넣었다. 쿠로오는 섞이는 혀 사이로 아릿한 쇠 맛이 느껴지자 리에프를 밀어내려 버둥거렸다. 리에프는 그런 쿠로오의 어깨를 잡고 그대로 바닥에 눕혔다. 쿠로오는 등에 닿는 축축한 느낌에 화들짝 놀라 제 어깨를 누르는 리에프의 팔을 잡았다.

 

 

 

 

 

 “그만, 리에프, 싫어, 하지 마!”

 “착하지? 가만히 있어.”

 “싫어 리에프, 여기서 싫어, 하지 마, 제발!”

 

 

 

 

 

 리에프는 쿠로오의 목에 연결된 쇠사슬을 위로 콱, 잡아 올렸다. 쿠로오는 순간 턱하니 목을 죄는 초커에 컥, 하며 입을 벌렸다. 그 사이로 혀를 집어넣은 리에프는 피에 젖은 손바닥으로 쿠로오의 뺨을 더듬었다. 온 몸이 선홍빛으로 예쁘게 물들어간다. 리에프는 혀를 떼며 이미 붉게 젖은 쿠로오의 티셔츠를 위로 밀어 올렸다. 초점을 잃은 금빛 눈동자가 무기력하게 리에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롯이 무력감과 공포로 점칠된 눈동자와 자신의 손아귀 안에 길들여져 가는 마른 몸뚱이 전부 자신의 마음에 꼭 드는 것들뿐이었다. 리에프는 피로 쿠로오의 허벅지에 붉은 선을 그으며 웃었다.

 

 

 

 

 

 “역시 빨간 색이 잘 어울리네요. 예뻐.”

 

 

 

 

 

 쿠로오는 맨 살갗에 닿아오는 미끈거리고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가는 끈적한 액체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자신이 찌른 상처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 쿠로오는 느릿하게 제 살결을 핥아 올리는 혀에 리에프의 어깨를 쥐었다. 리에프의 눈이 휘었다. 공범 됐네요, 그쵸. 피에 흠뻑 젖은 쿠로오는 꼭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 같았다. 리에프는 이미 초점을 잃고 흔들리는 눈동자에 쿠로오를 안아 올려 욕실 안으로 향했다. 금세 식은 피가 쿠로오의 체온을 낮추고 있었다. 욕조에 쿠로오를 내려놓은 리에프는 따뜻한 물을 틀어 쿠로오의 머리 위로 쏟아냈다.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떠는 어깨가 처음 보았을 때보다 작아져 있었다. 내일 메뉴를 뭐로 만들어 줄까. 리에프는 씻겨 내려가는 핏물을 보다 쿠로오의 턱을 들어 시선을 맞추었다.

 

 

 

 

 

 “뭐 먹고 싶어요? 쿠로 상 첫 살인 기념으로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요. 지난번처럼 토하면 안돼요.”

 

 

 

 

 

 싱긋 웃는 얼굴에 쿠로오는 다시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웃고 있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질 때 즈음, 쿠로오가 낮게 중얼거렸다. , 먹고 싶은 거. 그 말에 다시 씩 웃은 리에프는 쿠로오의 젖은 머리칼을 매만졌다. 맛있는 걸로 해줄게요. 붉게 물들었던 옷에서 핏기가 빠져가는 걸 가만히 보건 쿠로오는 제 어깨를 감싸 안는 팔에 머리를 기댔다. 비릿한 피비린내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리에프는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며 봉지를 흔들었다. 쿠로오가 끊어내려 안간힘을 쓴 탓에 헤진 초커를 사러 다녀오는 길이었다. 요 며칠 쿠로오는 꽤나 얌전하게 굴었다. 살인을 시킨 이후 쿠로오는 핏기가 싹 가신 얼굴로 밀랍인형 마냥 제 손길에 따라 움직였다.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마음에 들어 내버려두고 있었다. 그것에 재미가 없어지면 또 다른 일을 시켜야겠지만. 시간을 시킬까 따위를 생각하며 문을 연 리에프는 그 자리에서 봉지를 떨어뜨렸다. 허공에 흔들리는 발끝에 리에프는 급히 축 늘어진 그 몸뚱이를 안아 들어올렸다. 툭하니 뒤로 꺾이는 목에 친친 감긴 얇은 사슬들에 리에프는 이를 갈았다.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 벽에 몸을 붙이며 한 손으로 버틴 리에프는 손을 뻗어 그 목에 감긴 사슬을 풀어냈다.

 

 

 

 

 

 “-, -.”

 

 

 

 

 

 진짜 재밌어. 이를 드러내며 웃은 리에프는 바닥에 시체처럼 차가운 몸을 내려놓았다. 목줄기를 눌러 맥박을 잡자 얄팍하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리에프는 죽은 듯 누워있는 쿠로오의 옆에 앉아 낄낄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숨넘어갈 듯 웃어 재끼던 리에프는 쿠로오의 손끝이 움찔, 움직이는 것을 놓치지 않고 그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마음대로 죽을 수 있을 것 같아?”

 

 

 

 

 

 힘없이 뜨인 눈은 탁한 빛이었다. 리에프는 이제 조금씩 핏기가 도는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혀를 밀어 넣은 입 안은 여전히 따뜻했다. 리에프는 제 가슴팍을 밀어내는 손을 아랑곳 하지 않고 좀 더 깊게 키스했다. , 하는 목소리가 긁듯이 튀어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목이 졸려 숨이 모자랐건만 짙은 키스 탓에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리에프는 제 옷깃을 움켜쥐는 손에 힘이 들어가자 입술을 떼고 쿠로오의 몸을 일으켜 제 품에 안았다. 휘청거릴 틈도 없이 그 품에 기댄 쿠로오는 여전히 핑핑 도는 어지러운 머리에 눈을 감고 숨을 헐떡였다. 처음 떠오른 생각은 아, 못 죽었다. 쿠로오의 숨이 좀 진정되자 리에프는 새빨갛게 줄이 난 목덜미를 선을 따라 혀를 내어 핥았다.

 

 

 

 

 

 “죽고 싶었어요?”

 

 

 

 

 

 쿠로오는 입을 다문 채 말이 없었다. 튀어나온 목젖을 혀로 돌려 핥은 리에프는 이를 세워 쿠로오의 턱 밑을 살살 긁었다. 쿠로오는 하얗게 질린 손을 리에프의 가슴 위에 얹은 채 눈을 가만히 깜빡였다. 아직 피가 돌지 않은 사지가 늘어져 움직이기 힘들었다. 쿠로오는 문득 저를 바닥에 눕히는 리에프를 슬며시 올려다보았다. 리에프는 드물게 무표정했다. 축 쳐진 손을 당긴 리에프는 그 손바닥에 가만히 입을 맞추더니 입술을 당겨 웃었다. 쿠로오는 문득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쿠로 상이 죽는 건 내 손에서 에요.”

 “…………에프…….”

 "어딜 마음대로 죽으려 들어."

 

 

 

 

 

 목소리가 섬짓했다. 쿠로오는 제 손목을 움켜쥐는 손에 잡히지 않은 손으로 리에프의 팔을 잡았다. 쿠로오가 그 팔을 밀어내기 전에, 잡힌 손목이 먼저 꺾였다. 아아아악-!!! 쿠로오가 발작하듯 발버둥 쳤다. 그럼에도 팔뚝을 붙잡은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괴이한 각도로 꺾인 손목을 잡아 다시 돌려놓으며 쿠로오가 한 번 더 비명을 내질렀다. 바들바들 떠는 반대쪽 손을 끌어다 팔을 잡게 한 리에프는 몸을 일으켜 붕대를 가져왔다. 그 사이 눈물에 젖은 뺨을 핥은 리에프는 쿠로오의 손목에 붕대를 감았다. 으스러지는 것 같은 감각에 쿠로오는 신음했다.

 

 

 

 

 

 “또 이러면 다음에는 다리를 부술 거예요.”

 

 

 

 

 

 다정하게 속삭이는 말의 내용에 쿠로오는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착하게 굴어요. 쿠로오를 품에 안은 리에프는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면서도 얌전히 제 품에 안겨오는 쿠로오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쿠로오의 의지는 완전히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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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 어뜨케. 땡그랑,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진 것을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손아귀 가득 미끈거리는 감촉에 어쩔 줄 모를 뿐이었다. 비릿하게 올라오는 냄새와 새빨간 색이 심장을 빠르게 뛰게 했다. 칼이 살을 가르는 느낌, 뼈에 부딪히는 느낌, 뜨뜻미지근한 피가 손등 위로 쏟아지는 느낌 모두 저에겐 희열이 되어 돌아왔다. 저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파하하하. 터져 나온 웃음을 막지 않고 허벅지까지 두들겨가며 웃어댔다.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어지러운 쾌감이 심장을 간질이고 뇌를 뒤섞어 놓았다. 시체를 얼른 처리해야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리에프는 연신 낄낄거리며 웃다 진정이 되자 미소 띤 얼굴로 시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저가 웃는 사이 식은 피부를 손가락으로 살살 그어가며 만지던 리에프는 축 늘어진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죽일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아저씨다. , 다음부턴 좀 젊은 사람을 죽일까. 미소를 지워낸 리에프는 문득 제 앞에 어른거리는 그림자에 스륵, 고개를 들었다. 멈칫 뒷걸음을 치는 모양새에 리에프는 근육을 긴장시키고, 그 그림자의 주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꺄아악!!”

 

 

 

 

 

 그 팔을 붙잡은 리에프는 이마를 맞대며 눈을 번뜩였다. 여자였다. 여자는 죽인 지 좀 오래 됐으니까, 간만에 두탕을 뛰어 볼까 싶었는데. , 제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에 리에프는 여자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여자는 왠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리에프는 살짝 손을 등 뒤로 숨기며 번뜩거렸던 눈을 가라앉혔다. 익숙하게 사람 좋은 웃음을 얼굴 위로 띠운 리에프는 재빠르게 남자를 훑었다. 탄탄한 몸과 일본인 치고 커다란 키가 만만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여자는 꼭 죽여야 하는데. 여자의 흐느낌을 사이에 둔 적막을 깬 것은 남자였다.

 

 

 

 

 

 “무슨 일이에요?”

 “…… 여자 분과 저와의 비밀?”

 

 

 

 

 

 리에프는 씩 웃으며 남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어둠 속 빛나는 눈동자는 금빛이었다. 아름답다. 리에프는 더 짓궂게 웃으며 그 둘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여자는 흠칫, 몸을 떨며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남자가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확신. 남자는 이 상황이 조금쯤 어리둥절한 것 같았다. 사실이 그랬다. 자신은 아직 저 여자에게 어떠한 위협이 될 만한 행동도 한 것이 없으니까. 여자를 잡은 남자의 손에 조금쯤 힘이 빠진 순간. 리에프는 손을 뻗어 여자의 목줄기를 덥썩 쥐었다. 이미 사람 좋게 지어보이던 웃음은 싹 지운 채였다. 남자의 눈이 점차 크게 뜨이는 것이 보였다. 리에프는 손에 힘을 주었다. 공포에 질린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 쾌감.

 

 

 우드득-.

 

 

 여자는 목이 꺾인 채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리에프는 남자의 얼굴에 경악이 번지는 것을 보며 웃고는 그 팔을 움켜쥐었다. 생각보다도 몸이 탄탄했다. 남자의 하관을 손으로 감싸며 벽으로 밀어붙인 리에프는 쿵 소리를 내며 머리를 박은 남자가 신음하는 것을 보며 몸을 밀착했다. 찡그린 눈이며 당황스러운 상황에 배어나오는 식은땀에 젖은 목덜미, 탄탄한 허벅지까지 모두 흥분한 자신에겐 너무나 자극적인 것이었다. 리에프는 남자의 입을 막은 제 손에 가만히 입을 맞추며 남은 손으로 그 목을 꾹 조였다. 자유로워진 남자의 손이 리에프를 치고 할퀴며 발버둥 쳤지만 곧 남자의 눈은 산소부족에 까뒤집어졌다. 리에프는 남자의 몸에 힘이 전부 빠지는 순간 목을 조르던 손을 놓고 남자를 품에 안았다. 목이 졸리는 탓에 반사적으로 나온 눈물이 남자의 눈가를 적시고, 남자의 얼굴은 온통 붉었다. 리에프는 남자를 품에 단단히 안으며 제 뒤를 돌아보았다. 널브러진 여자의 시체와 골목 구석의 남자 시체가 보였다.

 

 

 

 

 

 “……, 섰는데.”

 

 

 

 

 

 리에프는 어깨를 으쓱, 하고 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금방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남자의 다리가 조금쯤 바닥에 끌렸다.

 

 

 

 

 

 

 

 

 

 

 쿠로오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밀려오는 두통에 다시 눈을 감으며 끄응, 앓는 소리를 낸 쿠로오는 머리를 짚으려 손을 움직이려다 퍼뜩 눈을 떴다. 손이 묶여있었다. 발을 움직여 본 쿠로오는 제 발도 묶여있는 것을 깨닫고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이게, 무슨? 쿠로오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이 꺼진 공간은 창문조차 없어서 코앞도 보이지 않았다. 쿠로오는 제 기억을 더듬었다. 여자의 비명 소리에 급히 달려갔던 곳엔 은발 머리의 남자와 여자가 있었고, 여자를 보호해주다가, 여자가 죽고, 자신은? 쿠로오는 물밀듯 떠오르는 기억들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제 코앞에서 번득이던 초록빛 눈동자가 기억이 났다. 쿠로오는 잘게 떨려오는 손에 주먹을 꾹 쥐었다. 곧 문이 열리고 빛이 새어 들어왔다.

 

 

 

 

 

 “, 뭐야. 일어났어요?”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환하게 켜지는 빛에 쿠로오는 눈을 찔끔, 감았다. 간신히 뜬 시야엔 검은 그림자처럼 보이는 남자가 쿠로오에게 다가왔다. 쿠로오는 움찔거리며 몸을 뒤로 물렸다. 가벼운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묶어놓고 나갔다 오길 잘 했네요. 이렇게 빨리 깨어날 줄 몰랐어.”

 “, 뭐야.”

 “, 하이바 리에프. 제 이름이에요. 아까 기억나요?”

 

 

 

 

 

 느긋하게 뻗어진 손이 쿠로오의 머리칼을 살짝 매만졌다. 쿠로오는 고개를 저어 그 손을 털어냈다. 허공에서 손가락을 까닥인 리에프는 씩 웃었다. 쿠로오는 등에 닿는 벽에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쪼그려 앉아 있던 리에프는 저를 노려보는 쿠로오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때리거나 한 적은 없으니 얼굴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저를 노려보는 눈에서는 얕은 공포와 두려움이 깔려있었다. 겁에 질린 금색 눈동자라, 생각만 해도 짜릿해지는 기분에 리에프는 다시 손을 뻗어 쿠로오의 뺨을 살짝 쓸어냈다. , 하고 제 손을 쳐내는 손에 눈을 조금 크게 떴던 리에프는 손을 거두며 활짝 웃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리에프는 저를 경계하듯 가슴 앞에 놓인 손목을 움켜쥐어 내리고, 쿠로오의 어깨를 쥐어 바닥에 내팽겨 쳤다. , 하고 바닥에 쓰러진 쿠로오는 부딪친 어깨에서 오는 고통에 신음하기도 전에, 제 바지 버클을 풀어내는 손에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무슨……!”

 “쿠로오 씨가 맘에 들었거든요.”

 

 

 

 

 

 휘어진 눈매와는 달리 리에프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순식간에 바지를 반쯤 내린 손이 쿠로오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쑥 들어오는 손가락에 쿠로오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며 비명을 내질렀다. 억지로 벌어진 아래에서 열이 올랐다. 바둥거리는 손을 위로 잡아 누른 리에프는 억지로 뻑뻑한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하나 더 집어넣으며 손가락을 벌렸다. , 하고 찢어지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쿠로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생각보다 더 찢어진 듯 왕복하는 손가락이 수월할 정도로 피가 났다. 리에프는 맘에 들게 손가락이 움직이자 끅끅거리는 쿠로오를 뒤집었다. 무릎께까지 바지를 내린 리에프는 제 성기를 꺼내며 쿠로오의 머리칼을 움켜쥐어 뒤로 꺾었다. 헐떡이는 얼굴이 벌겠다.

 

 

 

 

 

 “맘에 들게 울어 봐요.”

 

 

 

 

 

 그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춘 리에프는 핏방울이 흐르는 구멍에 제 성기를 맞추고 그대로 밀어 넣었다. 아아악!! 투둑, 하며 좁은 구멍이 더 찢어지는 느낌이 들며 쿠로오가 비명을 내질렀다. 리에프는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쿠로오의 상의를 위로 걷어내며 마른 허리를 쥐었다. 그만, 끄윽, , ……. 벌써 갈라진 목소리에 리에프는 허리를 숙여 터질 듯 달아오른 귀 끝을 잘근잘근 씹었다. 허벅지 사이로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곧 리에프는 허리를 뒤로 쑥, 뺐다가 퍽 소리가 나게 쳐올렸다. 흐악! 손톱이 부러질 듯 하얗게 질려 바닥을 긁었다. 리에프는 허리를 쳐올리며 비명을 내지르는 쿠로오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체취를 폐부 가득 들이마셨다. 혈향과 섞인 체취는 달콤했다.

 

 

 

 

 

 

 

 

 

 

 쿠로오는 멍하니 반대쪽 벽을 보고 있었다. 창고 비슷한 것이라 생각했던 공간은 단순히 가구가 없는 화장실이 딸린 방이었다. 묶여있던 손목과 발목은 처음 강간을 당한 날 기절했다 일어나보니 풀려있었다. 대신 목에 가죽 초커가 채워져 있었다. 꼭 집을 지키는 개가 된 기분이었다. 초커를 끊어 보려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두꺼운 가죽으로 된 초커는 긁힌 자국만 날 뿐 끊어지지 않았다. 연결된 쇠사슬도 똑같았다. 목이 잘리거나, 초커가 끊어지거나, 사슬이 끊어지거나, 사슬이 박힌 벽이 무너지거나 해야 저는 자유로워 질 수 있었다. 물론, 그 중에서 제일 간단한 것은 제 목이 잘리는 일이었다. 쿠로오는 멍하니 시선을 제 발치로 내렸다. 어제 바닥에 낭자했던 피들은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아마 저가 기절한 사이 리에프가 치웠을 것이었다. 쿠로오는 몸을 웅크려 제 무릎을 끌어안았다. 쿠로오가 입은 옷은 고작 쿠로오에게도 큰 반팔 티 한 장이 전부였다. 바지와 속옷은 필요 없다며 주지 않은 탓이었다. 문득 쿠로오는 제 옷을 확인했다. 잔뜩 튀었던 피가 없는 걸 보니 그 사이 갈아입힌 모양이었다. 쿠로오는 철컥, 하는 소리에 몸을 굳혔다.

 

 

 

 

 

 “일어나 있었네요, 착해.”

 

 

 

 

 

 쿠로오는 고개를 들어 웃으며 들어오는 그를 보았다. 어제완 달리 말끔한 차림이었다. 쿠로오는 문득 제 코를 자극하는 음식 냄새를 맡았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것을 죄 토해낸 이후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아 위가 요동을 쳤다. 쿠로오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리에프는 쿠로오의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활짝 웃었다. 배고프죠, 어제 다 토했잖아요. 쿠로오의 앞에 들고 온 접시를 내려놓은 리에프는 그 앞에 앉아 쿠로오의 손에 포크를 들려주었다. 접시 안에 들은 것은 스테이크였다. 쿠로오는 접시와 리에프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리에프는 손을 뻗어 덜덜 떨리는 쿠로오의 손을 잡아 살짝 당겼다.

 

 

 

 

 

 “얼른 먹어요.”

 

 

 

 

 

 눈꺼풀, , 입술에 차례대로 내려앉는 입술을 가만히 받은 쿠로오는 여전히 떨리는 시선으로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잘게 잘려있는 고기를 한 점 찍어 입에 넣은 쿠로오는 천천히 이를 움직여 씹었다. 맛있어요? 나른한 웃음에 쿠로오는 다시 한 점 고기를 입에 넣었다. 쿠로오가 접시를 전부 비울 때 까지 포크를 시선으로 좇던 리에프는 마지막 한 점이 쿠로오의 목구멍 너머로 넘어가자 활짝 웃으며 쿠로오의 손에서 포크를 가져갔다. 연이어 내미는 물까지 전부 들이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리에프는 몸을 일으켰다.

 

 

 

 

 

 “역시 어린 여자가 부드럽죠.”

 “……?”

 “다음엔 좀 더 어린애로 잡아 올까요?”

 

 

 

 

 

 쿠로오는 퍼뜩 스치는 어제의 기억에 입을 틀어막았다. 피에 젖어가던 교복 치마와 앳된 비명 소리. 쿠로오는 욱, 하고 올라오는 구역질에 급히 일어나 화장실로 뛰쳐갔다.

 

 

 

 

 

 “우웨에엑-!!”

 “, 다 토하면 어떡해요.”

 

 

 

 

 

 쿠로오는 토악질을 하며 저가 토해내는 토사물을 보았다. 고기. 쿠로오는 더 이상 나오지도 않으면서도 구역질을 계속 했다. 변기를 짚은 손이 벌벌 떨렸다. 맛은 있었어요? 어깨를 안아오는 팔에 쿠로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흐으으. 삼키던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리에프는 쿠로오를 변기에서 떨어뜨리고 물을 내렸다.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몸을 돌려 품에 안자 벌벌 떨리는 손이 저를 아등바등 밀어냈다. 리에프는 쿠로오의 턱을 들어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올려 주었다. 눈물을 쏟아내는 눈가를 엄지로 쓸어낸 리에프는 미소 지으며 귓가에 가만히 속삭였다.

 

 

 

 

 

 “다음엔 더 맛있게 만들어 올게요, 토하면 안돼요.”

 

 

 

 

 

 흐으윽, 결국 우는 소리를 내며 품으로 기대오는 몸에 리에프는 그 몸을 품에 안았다. 입 헹구고 나가요, 나 섰어. 다정한 듯 속삭이며 리에프는 쿠로오의 허리를 안아 일으켰다. 물을 입에 흘려 넣어주자 끅끅 울면서 물을 뱉어내는 것에 리에프는 뺨에 입을 맞추고 세면대를 잡게 했다. 엉덩이를 간신히 덮은 티를 올리자 바로 드러나는 엉덩이에 리에프는 급히 제 페니스를 꺼내 엉덩이 사이로 슬슬 문지르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제 싼 정액이 아직 안에 있어 윤활제 역할을 했다. 거울을 부여잡는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리에프는 쿠로오의 턱을 잡아 올려 거울을 보게 했다. 울음 탓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눈물 탓에 엉망이었다. 리에프는 등에 상체를 밀착하며 뺨에 줄줄 흐른 눈물을 핥아올렸다.

 

 

 

 

 

 “거울 잘 봐요. 쿠로 상 섹스할 때 표정이 얼마나 섹시한 지 놓치지 말고 봐야 해요.”

 

 

 

 

 

 다정하게 속삭이는 말에 쿠로오는 거울을 짚은 손을 그대로 주먹을 쥐었다. 턱을 잡은 손은 놓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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