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른 전력 60분 소재 사용

 

 

 

 

 

 

 

 

 

 

 마츠카와는 소유욕이 강했다. 자신의 구역 안에 들은 것들이 남의 손을 타는 것을 싫어했다. 그 탓인지 마츠카와는 자신의 것들엔 보통 이름을 써놓거나 표시를 해두는 것이 버릇이 있었다. 그건 사람에게도 적용이 되는 버릇이었다.

 

 

 쿠로오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제 목덜미 여기저기에 생긴 자국을 보며 멍하니 뺨을 긁적였다. 물린지 얼마 되지 않아 벌겋게 부어오른 자국이 있는가 하면 이미 노랗게 사라져가는 자국과 검퍼렇게 존재감을 뽐내는 자국들이 널려있었다. 이 정도면 붕대를 감아야 할 수준이었다. 새로 생겨 건드리기조차도 아픈 부분의 주변만 살살 만지던 쿠로오는 제 허리에 휙 감기는 손에 거울에서 시선을 떼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 멍들의 원흉이 허벅지 위로 머리를 올리고, 제 복부에 이마를 잔뜩 비비적대는 것에 쿠로오는 그 뒤통수를 가볍게 한 대 쳤다. , 소리가 나자 꾸물대던 고개가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반쯤은 잠에 취한 모양새였다.

 

 

 

 

 

 “넌 이러고도 잠이 와?”

 “…….”

 “이거 좀 봐. 네가 또 물어 대서 아파 죽겠어.”

 

 

 

 

 

 너 뭐 식인 같은 거 하는 거 아니지? 아님 드라큘라라던가. 투덜거리는 소리에 끔뻑거리던 눈이 휘어지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다시 허벅지에 얼굴이 파묻어졌다. 예뻐. 영 엉뚱한 소리였다. 쿠로오는 똑같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로 젖혔다. 침대를 짚으며 팔로 상체를 지탱하자 거울 속에 제 상체가 적나라하게 미쳤다. 멀쩡한 구석을 찾기가 힘든 목보다는 나았지만, 상체도 그리 깨끗한 편은 아니었다. 쿠로오는 벌겋게 부어오른 제 유두를 슬쩍슬쩍 만지다 따끔거리는 느낌에 결국 키스마크가 난잡한 상체를 한 번 쓸어내리는 것으로 끝을 내고 제 허벅지에 기댄 곱슬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적어도 일상생활은 하게 해줘야 할 거 아냐. 누가 봐도 여자가 낸 자국은 아니잖아.”

 “내거라고 매일같이 말해도 모자라.”

 “어련하시겠어요. 이렇게 커플링도 꼬박꼬박 끼고 있잖아!”

 

 

 

 

 

 눈앞에 들이 밀어지는 손가락을 보던 나른한 눈은 다시 휘어지고 그 손가락 사이사이로 자기 손가락을 껴 깍지를 껴냈다. 꽉 밀착하는 손에 화려한 반지가 나란히 자리를 하고 있었다. 임자가 있다는 것을 꼭 알려야겠다며 최대한 화려하고 눈에 튀는 것으로 고른 것이었다. 쿠로오는 허리를 숙여 그 등짝을 턱으로 꾹꾹 누르며 불만을 표시했다. 뒤척뒤척 몸을 움직이면서도 제 허리를 꽉 끌어안아 떨어질 생각이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단단한 팔에 쿠로오는 결국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 이러나저러나 자신이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현이니까, 예쁘게 봐줄 만도 했다.

 

 

 

 

 

 “나 배고파.”

 “뭐 만들어 줄까?”

 “볶음밥.”

 “알았어.”

 

 

 

 

 

 제 말에 벌떡 일어나 쪽, 짧게 입을 맞추고 방을 나서는 널따란 등짝을 흐뭇하게 보던 쿠로오는 그대로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프긴 했지만, 저도 좋아서 한 거니 무어라 투덜거릴 수도 없었다. 쿠로오는 베갯잇에 스쳐도 따가운 목을 한 번 만지작거리다 조심조심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마츠카와의 손이 빠르긴 해도, 잠깐 눈을 조금 더 붙일 시간은 있을 것이었다.

 

 

 

 

 

 

 

 

 

 

 “쿠로오 씨는 늘 목에 붕대 하고 다니네요. 패션 같은 거예요?”

 

 

 

 

 

 쿠로오는 저를 툭, 치며 물어오는 것에 웃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냥, , 목에 상처가 좀 있어서요. 시선을 받으니 저도 모르게 손끝으로 붕대 위를 더듬어 내렸다. 바로 어제 물린 자국 탓에 손이 살짝만 닿아도 아릿할 정도로 아플 지경이었다. 쿠로오는 넥타이를 조금 더 풀어 내리고 셔츠의 깃을 옆으로 제쳤다. 마츠카와가 보면 정색을 할 일이었지만 붕대 위로 만져도 아픈 탓에 이럴 수밖에 없었다. 쿠로오는 손에 든 커피를 홀짝였다.

 

 

 마츠카와의 소유욕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물건에 관한 소유욕이라면 상관없었지만, 그것이 사람에게 향한다면 질투와 집착을 불러 일으켰다. 사귀기 전 마츠카와의 애인들을 보며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사귄 후에도 그것을 체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 감당할 수 있고, 다 받아 줄 수 있기 때문에 마츠카와와 사귀고 있는 것이었다. 쿠로오는 빈 종이컵을 가볍게 구기며 제 약지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반지를 보았다.

 

 

 늘 보는 마츠카와의 몸엔 여기저기 진한 흉터가 나 있었다. 마츠카와의 버릇은 스스로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사람에게 표시를 하는 것처럼, 마츠카와는 스스로의 몸에도 그 사람의 것이라는 표시를 해댔다. 그 표시가 바로 상대의 이름 문신이었다. 짧게 스쳐지나간 인연들의 흔적은 마츠카와의 몸 여기저기에 문신을 지운 흉으로 남아있었다. 처음 연인으로 관계를 바꾸었을 때도 자신은 그런 게 필요치 않다고 몇 번이나 강조를 했었다. 그러나 어젯밤 마츠카와는 왼쪽 가슴 위쪽에 새겨진 제 이름을 보여주었다.

 

 

 

 

 

 ‘하지 않으면 불안해.’

 

 

 

 

 

 아직 채 아물지 않은 문신 위를 더듬는 손끝이 떨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미 지울 수 없는 것을 무어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괜찮다고만 말을 해 주었지만, 영 신경이 쓰였다. 쿠로오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점심시간은 조금 남아있었다. 담배라도 한 대 피우고 오면 조금은 기분이 나아질 것이었다. 쿠로오는 흡연구역에 도착해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아마 마츠카와도 오지 않을까, 따위를 생각하던 쿠로오는 제 어깨를 와락, 끌어안는 것에 입에 문 담배를 떨어뜨릴 뻔 했다.

 

 

 

 

 

 “!”

 “, ! 뭐하는 거야!”

 “너 멍 때리고 있길래 잠 깨라고.”

 

 

 

 

 

 제 어깨를 안은 채 엉덩이를 툭툭 치는 손에 쿠로오는 그 팔을 풀어내며 고개를 내저었다. 나이를 먹어도 왜 변하지를 않니. 한심하다는 어투에 왈칵, 화를 내는 동기를 보며 낄낄 웃던 쿠로오는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흡연구역으로 들어서는 이는 마츠카와였다. 손을 번쩍 들어 흔들자 씩 웃는 입술이 어쩐지 삐뚜름한 것 같아 쿠로오는 고개를 갸웃, 했다.

 

 

 

 

 

 “잇세이, ?”

 “.”

 

 

 

 

 

 라이터를 꺼내려 주머니를 뒤지던 쿠로오는 제 턱을 잡는 손에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담배를 문 채 얼굴을 가까이 한 마츠카와는 그 끝을 쿠로오가 물고 있는 담배 끝에 가져다 댔다. 조금씩 타들어가던 담배에 기어코 불이 붙고 나서야 잡았던 턱을 놓은 마츠카와는 멍하니 있는 쿠로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멍 때리지 말고 잠 깨라고. 동기가 했던 말을 비슷하게 읊는 것에 쿠로오는 찔끔, 입을 꾹 다물었다. 언제 그건 또 봤대. 뻐끔, 연기를 뱉어내는 쿠로오를 빤히 보던 마츠카와는 손을 뻗어 쿠로오의 목깃을 잡았다.

 

 

 

 

 

 “또 이렇게 해놨네.”

 “, 따가워서. 붕대 위로도 아파.”

 “흐응.”

 

 

 

 

 

 옷깃을 타고 붕대 위를 쓰다듬는 손에 쿠로오는 눈썹을 살짝 일그러뜨렸다. 진짜 따갑다니까. 그 손을 잡아 살짝 떨어뜨리니 마츠카와는 그대로 손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쿠로오는 아까까지만 해도 시끄럽던 동기가 돌아간 것을 확인하고 마츠카와 쪽으로 다가갔다.

 

 

 

 

 

 “자기 화난 거 아니지?”

 “내가 왜?”

 “……아님 말고.”

 

 

 

 

 

 쿠로오는 짧아진 꽁초를 재떨이에 넣곤 마츠카와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여기 나 연애 하는 거 모르는 사람 없는 거 알지? 눈을 깜빡깜빡하며 하는 말에 마츠카와는 그저 씩 웃으며 쿠로오의 어깨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다. 알겠으니까, 먼저 들어가. 집에서 보자. 짧게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고, 어깨에 감겼던 팔도 풀렸다. 쿠로오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츠카와의 입술에 한 번 더 쪽, 짧게 입을 맞추곤 손을 흔들었다. 끝나고 봐. 제 쪽으로 손을 흔드는 마츠카와를 보며 마음을 조금 놓은 쿠로오는 걸음을 옮기며 문득 떠오르는 것에 미간을 좁혔다. 아까 동기가 저한테 했던 행동과 똑같이 했다. 쿠로오는 머리를 헝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밤에 난 죽었다.

 

 

 

 

 

 

 

 

 

 

 쿠로오는 몸이 불편한 느낌에 눈을 떴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천장과 방이었다. 몸을 일으키려던 쿠로오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 졸음 탓에 거의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고개를 들자 노끈으로 꽁꽁 묶인 몸이 보였다. 이게 뭐야. 멍하니 제 몸의 상태를 확인하던 쿠로오는 급히 제 옆을 돌아보았다. 잠에 들어 있어야 할 마츠카와는 옆에 없었다. 쿠로오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집 안에서 잘만 자고 있던 자신이었는데, 어째서 몸이 꽁꽁 묶인 채 침대 위에 내던져지듯 있는 건지. 마츠카와는 어디 갔는지. 쿠로오는 몸을 풀어보려 바르작거리다 벌컥, 열리는 문에 고개를 돌렸다.

 

 

 

 

 

 “, 깼네.”

 “……잇세이?”

 “잠든 채로 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

 

 

 

 

 

 뭐, 어쩔 수 없나. 중얼거리는 말 중 자신에게 하는 말은 없었다. 쿠로오는 그런 마츠카와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제 쪽으로 다가온 마츠카와는 침대에 걸터앉아 벌어진 채 고정된 쿠로오의 허벅지 안쪽을 만지작거렸다. 아까 나눈 정사 탓에 쿠로오는 아래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채였다. 낮에 있었던 일 탓에 괴로울 것이라 생각했던 잠자리는 평소와 똑같았고, 마츠카와가 그다지 화가 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잇세이, 혹시 아까 일 때문에 그래?”

 “무슨 일?”

 “아까 동기랑 흡연실에서. 그거 그냥 장난친 거…….”

 “테츠로.”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전혀 화가 난 것 같지 않았다. 쿠로오는 물끄러미 마츠카와를 보았다. 빙긋 웃는 얼굴은 평소처럼 다정해보였다. 허벅지를 쓰다듬는 손은 한 부분만 반복해 쓰다듬고 있었다.

 

 

 

 

 

 “그냥 나는, 네가 내 거라는 표시가 있었으면 좋겠어.”

 “우리 반지도 끼고 있잖아.”

 “그런 거 말고, 네가 영원히 내거라는 그런 거.”

 

 

 

 

 

 문질러지는 허벅지에서 열이 오르는 것만 같았다. 쿠로오는 마츠카와가 도대체 무엇을 할지 몰라 머리만 굴려댔다. 마츠카와는 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는 경향이 있었다. 쿠로오는 제 시야에 들어오는 빛에 마츠카와의 몸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커터 칼?

 

 

 

 

 

 “여기에, 내 이름을 쓸 거야.”

 

 

 

 

 

 금방 끝나. 아프지 않게 해줄게. 눈을 휘어 웃는 것은 정말, 평소와 똑같았다. 쿠로오는 저가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 . 잠깐만, 잇세이. 그거 아니야, 그건……! 말을 끝마치지도 전에 칼날이 문질러지던 허벅지에 파고들었다. 흐아아악-!! 몸이 팽팽히 위며 발악을 해도 바르작거리는 수준에서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쿠로오는 제 비명 사이로 서걱거리며 살결이 베이는 소리를 들었다. 여린 살결을 후벼 파는 칼날에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잘못했어, 잇세이, 끄아악!! 그만, !! 잇세이, 잘못, 아아악-!!!!”

 “쉬이, 거의 다 했어.”

 

 

 

 

 

 허벅지를 단단히 움키는 손바닥 사이로 피가 흘러들어 질척거렸다. 쿠로오는 꺽꺽대다 허벅지에 박혀있던 칼날이 떨어지고 나서야 몸을 축 늘어뜨리고 눈을 커다랗게 뜬 채 헐떡거렸다. 허벅지가 놓인 시트에서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마츠카와의 옛 연인들의 마지막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다들 하나같이 공포에 질린 얼굴들이었지. 쿠로오는 숨을 헐떡이다 제 허벅지 위로 뿌려지는 것에 손을 벌벌 떨었다. 상처 위로 꾹, 손이 눌리고 허벅지에 뿌린 것을 상처 위에 문질러댔다. 쿠로오는 한 번 더 비명을 내질렀다. 꺼끌하게 굵은 알갱이가 상처를 헤집어놓았다.

 

 

 

 

 

 “이렇게 해야 흉터가 지니까.”

 

 

 

 

 

 차분하게 내뱉어진 말이 끝나고 손 또한 떨어져나갔다. 쿠로오는 이미 반쯤 정신을 놓은 듯 몸을 간헐적으로 떨고 있었다. 쿠로오의 허벅지 위로 물을 들이 부은 마츠카와는 상처 위에 거즈를 덧대고 붕대를 감았다. 그게 전부였다.

 

 

 

 

 

 “고생했어. 이제야 이름을 썼네.”

 

 

 

 

 

 이제 진짜 내거야.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쿠로오의 눈가에 입술을 누르며 마츠카와가 웃었다. 고통을 참느라 질근질근 씹힌 너덜한 입술이 파르르 떨리다 그대로 벌어졌다. , 꺾이는 고개에 마츠카와는 붕대가 감겨있지 않은 멍투성이인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그 몸을 끌어안으며, 가슴팍에 쓰인 쿠로오의 이름이 그대로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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