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접시를 내려놓은 쿠로오는 시간을 확인했다. 얼추 시간은 맞춘 모양이었다. 쿠로오는 길게 숨을 내쉬며 식탁 위를 확인했다.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정도의 상태였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한 번 더 시간을 확인한 쿠로오는 철컹, 문이 열리는 소리에 걸음을 옮겼다. 철컹철컹 연달아 풀리는 잠금장치의 소리는 이젠 익숙했다. 소리를 따라 하나, 둘 속으로 숫자를 세며 현관쪽으로 다가가던 쿠로오는 마지막 철컹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열리는 문에 딱 그 앞에 서 얼굴에 미소를 띠웠다.

 

 

 

 

 

 “어서 와.”

 “다녀왔어, 테츠로.”

 

 

 

 

 

 제 쪽으로 벌어지는 팔에 쿠로오는 그 품에 안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쿠로오의 허리를 안은 팔 외에 다른 팔은 뒤로 뻗어져 문을 다시 잠갔다. 쿠로오는 서늘한 옷깃에 뺨을 살짝 문지르고 그 품에서 빠져나왔다. 배고프지, 얼른 밥 먹자. 가방과 벗은 겉옷을 받아들며 하는 말에 고개가 까닥여졌다. 쿠로오는 가방과 옷을 방 안에 정리하고 부엌 쪽으로 다가갔다. 넥타이를 살짝 느슨하게 하며 의자에 앉아있는 모양새에 쿠로오는 저도 그 맞은편에 앉았다.

 

 

 

 

 

 “먼저 먹지.”

 “얼마 안 걸릴 텐데, . 잘 먹겠습니다!”

 

 

 

 

 

 활짝 웃는 얼굴에 쿠로오도 마주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다행히 식탁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주절주절 말하는 것에 맞장구를 쳐주며 쿠로오는 몸을 조금 더 앞으로 기울였다. TV, 컴퓨터도 없는 집 안에서 자신이 바깥의 이야기를 듣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아무리 재미없는 이야기라도 재미있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쿠로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그 앞에 물 컵을 놓아주었다. 물을 몇 모금 홀짝이느라 말이 끊기고, 쿠로오는 남은 밥을 삼켜내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집에만 있었으니 밥의 양은 조금씩 줄고 있었다. ,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컸다.

 

 

 

 

 

 “벌써 다 먹었어?”

 “, . 배 별로 안 고파서.”

 “……?”

 “집에만 있잖아. 거의 안 움직이니까 배도 별로 안 고파.”

 

 

 

 

 

 빤히 저를 보는 시선에 쿠로오는 식탁 아래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설마 이런 걸로.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마주하고 있자 쓰윽, 시선이 식탁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쿠로오는 작게 숨을 뱉어냈다. 심기가 조금 불편해진 것 같았지만, 지금은 일단 넘어갔으니 잠시 뒤라도 풀어주면 될 것이었다. 쿠로오는 아직 움직이는 젓가락에 반찬을 몇 개 집어 그 위에 올려놓으며 침묵을 깼다.

 

 

 

 

 

 “그래서 아까 그 사람이 뭐라고 했다고?”

 “……왜 그게 궁금해?”

 “……?”

 “왜 그게 궁금하냐고.”

 “코타로.”

 “그 새끼한테 관심 있어? 그래서 그렇게 궁금해 하는 거야? 씨발, 괜히 얘기 해주고 있었네?”

 “잠깐, 코타로……!”

 

 

 

 

 

 식탁 위에 놓였던 그릇이 옆으로 확 밀쳐지며 바닥이 난장판이 되었다.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머리채를 움켜쥔 억센 손이 쾅, 식탁 위로 쿠로오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 꽤나 세게 부딪친 탓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암전이 되며 귀도 잘 들리지 않았다. 쿠로오는 끄으으, 낮게 신음하며 바르작거렸다. 심기를 거스를 거란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아직 의자 위에 앉아있던 몸이 억지로 일으켜져 식탁 위에 상체가 미끄러져 그대로 엎어진 모양새가 되었다. 쿠로오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제 머리칼을 움켜쥔 손목을 잡았다. 머리가죽이 벗겨질 것처럼 아팠다.

 

 

 

 

 

 “, 타로, 코타로, 아파, 잠깐, 코타로!”

 “닥쳐. 그 새끼랑 밥이라도 먹고 온 거야? 그래서 지금 밥도 얼마 안 먹은 거고? 이 좆같이 가벼운 엉덩이를 찢어버려야 하나.”

 

 

 

 

 

 쏟아지는 말에 저에게 대답을 바라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미 그 머릿속에 완성된 내용에 저는 끼워 맞춰져 있을 뿐이었다. 쿠로오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던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이 문질러지자 흠칫, 몸을 떨었다. 섹스는 언제든 보쿠토가 하고 싶을 때면 했기 때문에 갑작스럽다고 당황한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저는 누군지도 모르는 대상을 질투하며 눈이 돌아간 보쿠토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쿠로오는 손가락 세 개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에 허리를 휘며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아침에도 한 탓에 쉬이 벌어지자 움직이는 손가락이 더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씹새끼한테 벌써 대줬어? 걸레 같은 년아, 남자 좆이라면 환장을 하지?”

 “, 아욱, 코타로, 히윽! 아니, ! 아니야, 코타로, 아윽!”

 “아니긴 뭐가 아니야 미친년아. 뒷구멍이 이렇게 헐거운데. 창년도 너보다는 덜 구르겠다, 씨발.”

 

 

 

 

 

 분풀이를 하듯 퍽퍽 쑤시는 손가락에 쿠로오는 식탁을 긁었다. 마른 내벽에 손톱이 긁혀 상처라도 날 것 같았다. 몇 번이고 쑤셔지던 손가락이 빠지고, 쉴 틈도 없이 단단한 것이 파고들었다. 여전히 머리칼은 잡힌 채였다. 마른 내벽을 긁으며 꾸욱 안으로 들어온 단단한 살덩이는 익숙해질 틈도 주지 않고 마구잡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로오는 제 머리채를 쥔 손목을 결국 놓고 식탁만 긁었다. 마르고 뻑뻑한 아래가 아프고 뜨거웠다. 버겁게 움직이는 아래에 숨이 턱턱 막혔다.

 

 

 

 

 

 “아욱, , 아파, 흐윽, 코타로, , 아파…….”

 “왜 자꾸 다른 새끼들을 보는 거야, 테츠로. 집에만 가둬놔도, 왜 자꾸…….”

 

 

 

 

 

 되래 본인이 울 것 같은 목소리로 하는 말은 저를 탓하는 말이었다. 쿠로오는 식탁에 이마를 문지르며 끅끅대다 안에 쏟아지는 것에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 잔뜩 쓸려 아픈 구멍에서 성기가 빠져나가고, 쿠로오는 안에서 흐르는 느낌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팔을 잡은 손이 몸을 일으키고 다시 식탁 위에 눕혔다. 쿠로오는 눈물 탓에 흐릿한 시야에 눈가를 문질렀다. , 가슴팍으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쿠로오는 약간 깨끗해진 시야로 그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엉망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눈물로 젖어있었다.

 

 

 

 

 

 “테츠로, 나 떠나지 마. 헤어지자고 하지 마.”

 

 

 

 

 

 양 팔을 꽉 움킨 채 애원하듯 말이 눈물과 함께 쏟아졌다. 쿠로오는 숨을 고르며 제 상체 위로 눈물만 뚝뚝 떨어뜨리는 보쿠토를 보다 제 팔을 잡은 손을 떼어내고 그 머리를 끌어안았다. 와락, 저를 마주 끌어안는 팔이 단단하고 뜨거웠다. 쿠로오는 제 눈가를 닦아내며 그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나 아무데도 안가.”

 “테츠로…….”

 “널 두고 내가 어디를 가.”

 

 

 

 

 

 무서워하지 마, 코타로. 아까 식탁에 박은 탓에 욱신거리는 제 이마를 쓰다듬으며 쿠로오는 보쿠토를 다독였다. 쏟아진 음식들 탓에 엉망진창이 된 바닥을 보며 쿠로오는 제 어깨에 연신 얼굴을 문지르는 보쿠토의 뺨에 입술을 눌렀다. 눈물이 그렁한 눈이 그런 쿠로오를 보고, 그대로 입술이 겹쳐졌다. 쿠로오는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려 목덜미를 끌어안고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이게 일반적인 사랑의 방식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었다.

 

 

 저를 품에 끌어안고도 불안해하다 못해 집에 가둔 채 잠금장치를 몇 개나 설치하고, 입고 나갈 옷조차 없도록 찢고 불태웠으며, TV 속 사람들에게마저 질투해 TV를 부수고, 아무에게도 연락을 할 수 없게 컴퓨터를 없애고, 전화마저 수신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다.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본인을 기다리고, 본인만 생각하며, 본인만 보도록 만들어 놓고도 불안해하는 보쿠토를 신뢰가 없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그 말에 응해줬던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러니까, 책임을 져야했다.

 

 

 쿠로오는 제 몸을 안아 올리는 것에 그 허리에 다리를 감고 매달렸다.

 

 

 

 

 

 “살 빠진 것 같아. 가벼워졌어.”

 “잘 모르겠는데.”

 “잘 먹어.”

 “.”

 

 

 

 

 

 목덜미를 끌어안은 채 쿠로오는 어깨 너머로 난장판인 부엌을 보다 그저 그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아직은, 아직은 괜찮아. 버틸 만 해. 쿠로오는 침대 위에 눕혀지며 보쿠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눈물이 정리가 되지 않은 얼굴을 살살 쓰다듬어 닦아주자 제 손을 뺨에 잡아 누르는 것에 쿠로오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 마주 웃는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입이라도 맞추려나싶어 턱을 살짝 들었던 쿠로오는 제 목덜미를 덥썩, 잡는 손에 눈을 깜빡였다.

 

 

 

 

 

 “코타로……?”

 “그래서, 아까 그 새끼는 어떻게 만난 거야?”

 

 

 

 

 

 옷도 없고, 문도 다 잠가놨는데. 활짝 웃는 얼굴에 쿠로오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끝난 줄 알았는데. 붓기 시작하는 이마를 살살 쓰다듬던 손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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