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Cage


마츠쿠로(마츠카와 잇세이 X 쿠로오 테츠로) - M & S

아카쿠로(아카아시 케이지 X 쿠로오 테츠로) - Cage


글ㅣ성인본ㅣ제본ㅣA5ㅣ78pㅣ10000원




1. M & S (마츠쿠로) > M성향을 가진 마츠카와와 S성향을 가진 쿠로오가 만나 SM 플레이 하는 이야기

                (마츠른 성향이 있으므로 유의해주세요)

              ※SM, 폭력, 기구플 등의 취향타는 소재 포함


2. Cage (아카쿠로) > 아카아시가 고백을 하면서 아카아시에게 이상할 정도로 끌려다니는 쿠로오 이야기

              ※약 유혈, 강압 및 강제적인 성관계 묘사, 방뇨플 주의



현장수령 및 통판 폼 주소

>http://naver.me/FS3bnxRs








ㅡ SAMPLE ㅡ













1. [마츠쿠로] M & S






 따닥, 딱-, 마츠카와는 필터 안의 캡슐을 부수며 미간을 잔뜩 좁혔다. 몇 번째 허탕인지 몰랐다. 이렇게까지 이 바닥이 협소했었나 싶을 정도였다. 아니, 물론, 좁기는 좁은데, 좁은 바닥이니만큼 대놓고 자기 취향을 드러내 파트너 찾기도 쉽다고 들어왔건만 제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었다. 쓰읍, 평소 같았으면 짧게 뻐끔 거렸을 담배 연기를 폐부 깊숙한 곳까지 빨아들였다 뱉어내도 기분은 풀리지가 않았다. 마츠카와는 이미 잔뜩 씹어놓은 필터를 잘근거리며 주머니에 쑤셔 박듯 넣어 두었던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홀더를 눌러 화면을 켜자 폰을 끄기 전에 보았던 메시지가 그대로 켜졌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장난이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똑같은 글자의 나열을 보니 또 다시 열이 뻗치는 것 같았다. 끄응, 앓으며 마츠카와는 눈두덩이를 눌렀다. 메시지가 오고 나서 바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메시지를 보낸 이라 추측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 쪽 입장에서는 들키지 않는 편이 좋았다. 아마 잡혔으면 이 하나쯤은 가뿐히 나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화가 난 상태였으니까. 마츠카와는 손에 든 휴대전화를 확 집어 던지려다 꾹 쥐며 손을 내려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던져서 폰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대신 꽤나 짧아진 꽁초를 던지며 마츠카와는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많은 이름들 사이 눈에 익은 이름을 찾아낸 마츠카와는 바로 그 이름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대기음이 꽤나 길었다. 기어코 부재중임을 알리는 녹음이 흘러나왔지만 마츠카와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통화버튼을 누르며 찌푸려진 미간을 문질렀다. 이번에도 대기음이 길어지던 끝에 뚝, 소리가 끊겼다.






 “여보세요.”

 -어, 왜?

 “오늘 장사 하냐?”

 -하지. 왜, 또 바람 맞았냐?

 “닥쳐라.”






 숨넘어가게 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마츠카와는 새 담배를 꺼내 물며 끝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줄담배를 피우는 일도 드문데, 부쩍 담배를 태우는 일이 잦아졌다. 섹스 못해서 줄담배라니. 누가 안다면 비웃을 일이었다. 아니, 섹스는 할 수 있지. 다만 성에 안 차는 섹스여서 그렇지. 이번에도 빠르게 짧아진 담배를 던지듯 튕겨내며 마츠카와는 어느새 제 손아귀에 잡힐 만큼 길어진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겼다.






 “좀 이따 보자.”






 머금었던 담배연기와 함께 한숨을 내쉬듯 말한 마츠카와는 전화를 끊고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왔다. 찬바람에 답답했던 속이 조금 풀어지는 것도 같았다.











* 이어지는 장면이 아닙니다











 “엿들으려고 그런 건 아닌데, 오늘 무슨 일 있으셨나 봐요.”

 “네, 뭐 좀.”

 “아, 불편하시면 말씀 안 하셔도 괜찮아요.”

 “별건 아닙니다. 파트너 찾는 게 힘들어서 한탄 좀 하고 있었어요.”

 “왜요? 인기 많으실 것 같은데?”

 “아, 제가 돔이 아니라 섭이라서요.”

 “네. 인기 많으실 것 같은데?”






 변함없는 말에 마츠카와는 제 앞으로 두고 있던 시선을 돌려 남자를 보았다. 무표정하게 음료를 삼켜내던 남자가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렸다. 저만큼이나 날카로워보였던 인상이 입술이 휘며 금세 섹시하게 변했다. 술에 젖은 입술이 유난스레 붉은 것도 같았다. 술의 색이 입혀진 것처럼. 사실 제 취향이시거든요. 비밀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목소리가 낮았다. 슥 다가오는 얼굴에 문득, 상큼한 과일향의 숨결이 닿아왔다. 마츠카와는 제 쪽으로 다가온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사실, 꽤, 마음에 드는 얼굴이기도 했다. 이런 류가 취향이었나 싶어졌지만 뭐 아무래도 좋았다.






 “저는 돔이거든요. 이런 거에 거부감 없으시면.”






 나가실래요? 쐐기를 박는 말이었다. 저가 그토록 구해도 구해지지 않던 돔이, 그것도 먼저 저가 취향이라며 다가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제 손을 잡아오는 손에 마츠카와는 흘깃, 다른 손님과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 이를 보고 다시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괜찮으시다면.”






 긍정의 말에 남자가 조금 더 짙게 웃었다.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이 떨어지고, 남자는 잔에 담긴 음료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마츠카와는 따라 제 음료를 한 모금 더 삼키고 몸을 일으켰다. 다시 한 번 제 친우를 보았지만 저가 나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뭐, 괜찮겠지. 남자가 먼저 발걸음을 뗐다. 마츠카와는 그 뒤를 따라 걸으며 낮게 숨을 내쉬었다. 숨결에 옅은 알코올 향이 섞여 있었다.











 “음, 처음이세요?”

 “아뇨 처음은 아닌데 플레이한 지가 좀 오래 됐어요.”

 “그러면 어느 정도가 좋으세요? 뭐, 스팽킹이라든가 그런 거요.”

 “그 때는 그냥 다 좋았던 것 같아요. 오래 돼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럼 힘드실 때 말씀해주세요.”






 말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아마 경험이 꽤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마츠카와는 제 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까만 머리칼을 보았다. 남자의 외모에 홀린 채 성향을 듣자마자 무작정 따라 나오긴 했는데 사실 확신은 잘 들지 않았다. 제 성향을 자각하고 있긴 했지만 플레이도 한 지 오래 되었고, 여러모로 시험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꽤 신중하게 파트너를 골랐던 거였는데, 이렇게 돔이 접근을 해 올 줄 몰랐다. 우선은 저와 키도 비슷하고, 덩치도 작은 편은 아니니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였다. 귀찮은 일은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것이 좋았다. 앞장서서 걷던 남자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저희 통성명도 안 했죠.”

 “아, 그러게요.”






 마츠카와는 남자가 열어주는 문에 고개를 까닥, 하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모텔은 생각보다 깨끗한 편이었다. 경험이 있어 보인다 생각은 했지만 그 끝이 제 생각보다 더 최근인 것 같다. 마츠카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겉옷을 벗어 한 쪽에 걸어두었다. 철컥, 문이 닫히고 잠금장치가 걸리는 소리까지 듣고 나니 조금 실감이 나는 것도 같았다. 마츠카와는 뒤를 돌아 남자를 보았다.






 “쿠로오 테츠로라고 합니다.”

 “……마츠카와 잇세이입니다.”






 내밀어지는 손에 얼떨결에 악수까지 했다. 원래 이랬었나.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꽤나 된 일이라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먼저 씻으세요, 하며 제 등을 떠미는 것에 얼떨결에 샤워까지 깨끗이 하고 나왔다. 침대에 걸터앉아 있으니 약간의 후회가 드는 것도 같았다. 거의 흐릿해진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사실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는 것밖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랬기에 저가 아직도 마조히스트라는 걸 자각하고 살고 있는 거였지만. 초조하게 남자를 기다리던 마츠카와는 문득 남자의 샤워시간이 꽤 길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 오래 씻는 사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때까지 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혹시 안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한 건가. 몸을 일으켜 욕실 앞으로 가자 쏴아-, 하고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저기-…….”

 “네?”

 “아니, 아닙니다.”






 다행히 멀쩡했다. 근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다시 침대에 걸터앉아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남자가 나왔다. 삐죽삐죽 서 있던 머리칼이 축 늘어져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오래 기다렸죠, 준비할게 좀 있어서.”

 “아뇨, 괜찮아요. 안에서 일이라도 생기셨나 싶어서 불러본 겁니다.”

 “좋아요, 그럼 시작할까요?”






 성큼, 제 앞으로 다가온 남자가 뺨을 잡고 눈을 맞췄다. 마츠카와는 손을 늘어뜨린 채 얌전히 남자를 보았다. 여태 내내 퍽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남자는 어느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자의 무표정은 아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날카로워보였다. 조금, 흥분이 되는 것도 같았다.






 “갑자기 온 거라 제가 준비가 좀 안 되어 있어요. 오늘은 가볍게 묶고, 손으로만 할게요.”

 “……네.”

 “키워드 정할까요? 음, 만약에 제가 너무 과했다거나 견디기 힘드시다면 쿠로오, 하고 불러주세요. 그럼 바로 멈출게요.”

 “네.”

 “저는 플레이 중엔 마츠카와 씨를 마츠, 라고 부를게요. 마츠카와 씨라고 부르면 플레이를 끝낸 거예요. 아시겠죠?”

 “네.”

 “얌전해서 좋네요.”






 뺨을 감싼 손이 부드럽게 아래로 쓸어내려지고 젖어 축 쳐진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플레이 중엔 말 놓을게요. 아까 저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속삭였던 것처럼 낮고 퍽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개를 쓰다듬듯 머리칼과 귀, 뺨을 지나 턱까지 쓰다듬던 따끈한 손이 떨어지고, 꽤나 가까웠던 몸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꿀꺽,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바닥으로 내려와.”











2. [아카쿠로] Cage






 저가 눈치를 챘던 때는 언제였던가. 어떻게 눈치를 챘던가. 무심한 눈, 표정, 행동, 그 사이에서 앳된 달큰한 향을 맡았던 것은, 단순히 저가 남들보다 조금 더 눈치가 좋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온전히 저를 향한 호의, 그 사이에 섞인 분홍빛의 달콤한 내음. 초여름의 싱그러운 바람을 안고 흘러든 파란 눈빛은 열기를 품고 있었다. 노골적인 시선이었다가도 금세 여름 햇빛에 스러져 버리고, 또 다시 열기를 품었다가 바람에 식어버리는 것을 몇 번이고 본 끝에 자신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매끄러운 유리알 같은 파란 눈동자가 제게 주는 그 미적지근한 시선은 호의나 호감을 조금 더 넘어선 감정이라는 것. 그것을 우습게도, 그렇게 오랜 시간을 받아오고 의심했으면서, 가볍게 확신했다.



 그 확신을 가지고 저가 어떠한 행동을 그에게 해줬는가? 아니, 저는 부러 모르는 척을 했다. 호기심을 가졌다. 여자에게나 가질만한 감정이었다. 제 친우가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보내는 시선. 저가 받는 그 시선과 손길은 친우가 가진 그 시선과 닮아있었다. 평탄한 길은 아닌 것을, 누가 보아도 올곧은 길을 갈 것 같은 그가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이 궁금했다. 금방 접게 될 것 이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 호의를 대했다. 그것이 어긋난 것 인줄도 모르고.






 ‘쿠로오 상.’

 ‘으응?’






 저를 부르는 단정한 목소리와 저를 향한 파란 시선. 평소와 다르게 이질적이라고 생각은 했었던가. 도륵, 한쪽으로 구른 눈동자가 다시 저를 향했을 때의 눈빛은 평소와 똑같았다. 조금은 간지럽고, 조금은 따뜻한, 유리벽 너머로 숨긴 열 띤 감정. 드물게 휘어지는 눈매에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 떨어졌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휘어지는 눈매에 이어 부정하는 말을 남긴 채 그는 자리를 떠났다. 마치, 그 유리벽을 깨고 그 뜨거운 감정을 코앞에서 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마치, 그 웃음의 끝엔 아니에요, 가 아닌 좋아해요, 가 올 것만 같은 검게 그을린 눈짓이었다. 이토록 뜨거운 감정이었나? 제 입김 하나에 꺼질 만한 촛불 같은 것이 아니었나?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손끝이 차게 식어갔다.



 그 후로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감정은 여전히 조금 간지러웠고, 뜨뜻미지근해 보였으며, 조금씩 흘러드는 벚꽃 같은 호의도 그대로였다. 저 또한 똑같이 행동했다. 아니, 조금 더 필사적으로 굴었다. 아주 모르는 척, 그 감정을 눈치 채지 못한 것처럼 굴며 화기에 놀란 새끼 고양이처럼 그 근처로 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왠지 모르게 목이 조여드는 것 같은 압박감만 점차 심해져 갔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제 마음가짐만 달라졌을 뿐인데 자꾸만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왜지? 내가 뭘 놓친 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머리를 굴려 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 눈매만 제 속을 까맣게 태워놓았다. 결론이 나지 않을 생각들만 둥둥 떠다니던 나날을 끝내준 것은 그였다. 그래, 끝이 난 게 아니라, 끝을 내준 것이었다.






 ‘쿠로오 상.’






 그토록 피해 다닌 것을 눈치라도 챈 것처럼 뜨거운 손이 손목을 잡아채며 저를 불렀다. 으응? 한 박자 늦게 대답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시선은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 때와 다를 바 없는 단정한 목소리와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파란 시선. 간질거리고 뜨뜻미지근한 감정이 살갗에 닿아오는 것 같았다.






 ‘알고 계시죠.’






 제가 쿠로오 상 좋아하는 거. 유리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어졌다. 심장이 저기 아주 깊은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다. 뜨거울 정도의 감정이 잡힌 손목을 타고 전해졌다. 고작 촛불 따위의 감정이 아니었다. 굳어진 것처럼 잘 들리지 않는 고개를 뻣뻣하게 들자 그 곳엔 파랗게 타오르는 눈동자가 있었다. 휘어진 눈매와, 호선을 그리는 입술. 제 몸 전체를 까맣게 태워버릴 것 같은 열기가 시선을 따라 제 몸 위를 배회했다. 아니라고, 몰랐다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입술만 벙긋거릴 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뜨거운 손끝이 뺨에 닿아 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쿠로오 상.’

 ‘아카, 아카아시.’

 ‘좋아해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많이.











* 이어지는 장면이 아닙니다











 동아리 활동이 없는 날이었기에 훈련 없이 일찍 끝날 수 있었다. 오늘 후쿠로다니는 훈련이 있다고 했었나. 뿌연 기억을 더듬으며 짐을 챙긴 쿠로오는 버릇처럼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아까 이후로 메시지는 없었으니 일정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통화 버튼을 눌러 스피커를 귀에 댄 쿠로오는 어깨로 휴대전화를 받치며 가방을 맸다. 연결음은 그리 길지 않았다.






 -네, 쿠로오 상.

 “나 지금 나가려고.”

 -네, 저 교문 앞에 있어요.

 “벌써 왔어?”






 복도로 걸음을 옮기려던 쿠로오는 어깨로 받쳤던 휴대전화를 제대로 들고 창문으로 다가가 교문 쪽을 확인했다. 눈에 익은 교복들 사이로 이질적인 교복 하나가 서 있었다. 빨리도 왔다. 금방 내려갈게. 급하게 말하며 전화를 끊은 쿠로오는 퍽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성큼성큼 교실을 빠져나왔다. 금세 운동장까지 다다른 쿠로오는 교문 쪽만 바라보며 발을 재게 놀렸다. 급한 일도 아니면서, 다리가 흐느적거리는 것도 잊은 채 거의 뛰다시피 걷던 쿠로오가 아카아시를 부르기 위해 손을 올렸을 때.






 “아카아-,”

 “야! 쿠로오!”






 팍 어깨를 감싸는 팔에 그대로 다리가 꺾여 주저앉을 뻔 했다. 쿠로오는 미간을 확 찌푸린 채 뒤를 돌아보았다. 잔뜩 신이나 보이는 얼굴은 뭐 하나 걸릴 것을 찾고 있음이 뻔했다. 쿠로오는 제 어깨를 감싼 팔을 쳐내며 꺾이려는 다리를 억지로 세웠다.






 “뭔데?”

 “아니-, 우리 쿠로오가 그렇게 신이 나서 뛰어가면 내가 궁금해 안 궁금해?”

 “누가 네 쿠로오야?”

 “그래서 네 애인 님 어디 계시는데?”






 쿠로오는 퍼뜩 교문 쪽을 보았다. 교문 기둥에 기댄 채 서 있는 아카아시는 여전히 단정하고 차분한 얼굴로 저를 보고 있었다. 귀 끝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뭐야, 남자네?”






 그 말소리에 쿠로오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긴 했지만 흥미를 잃은 것 같지는 않았다. 쿠로오는 초조한 마음으로 다시 아카아시를 보았다. 기둥에 여전히 몸을 기댄 채 제 쪽을 보고 있던 아카아시가 기둥에 기댄 몸을 세우고, 걸음을 떼었다. 꽤 멀리 떨어져 있던 아카아시가 한 발, 한 발, 가까이 다가올 동안 주변의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기어코, 제 앞에 멈추어 섰다.






 “쿠로오 상.”

 “으응, 아카아시.”

 “진짜 얘가 그 문자 보낸 사람이야? 너 게이냐?”






 웃음 섞인 목소리로 가볍게 튀어나온 말에 심장이 쿵 떨어졌다. 쿠로오는 눈을 내리 깔아 바닥을 보며 눈을 굴리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제 앞에 선 아카아시는 그 웃음 섞인 무례한 말에 눈썹을 찡그린 채 저를 보고 있었다. 완벽히 곧은 얼굴이었다. 이탈을 모를 것 같은 단정하고 곧은 얼굴. 저가 처음 들었던 궁금증 또한, 이 얼굴이 평탄치 못한 길을 걸어가면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탈을 한 길에서 또한, 곧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얼굴을 제 손아귀에서 구길 수 없었다.






 “……게이는 뭔 놈의 게이야. 네 머릿속엔 그딴 것만 들었냐? 야동 좀 그만 보고 공부 좀 해라.”

 “야 내가 뭘!”

 “아는 후배거든? 너야말로 여친 좀 사귀어. 고작 그런 거 보고 여자냐고 달려들지 말고.”

 “아, 씨발 재수 없는 새끼.”






 욕지거리를 뱉어내면서도 낄낄 웃어댄다. 꺼져, 새끼야. 등짝을 치며 밀어내자 간다, 가! 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라도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재수 없는 등짝이 저 멀리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쿠로오는 시선을 돌렸다. 익숙한 무표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얼굴엔 미묘한 감정이 깔려 있었다. 쿠로오는 깜빡, 눈꺼풀을 움직였다. 파란 눈동자가 뜨겁다고 느껴졌다. 꾸욱, 느릿하게 제 손목을 잡아오는 손은 따뜻한 제 살갗에도 뜨겁다고 느낄 정도로 온도가 높았다.






 “아카아시?”






 손목을 움킨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성큼, 걸음이 옮겨지고 잡힌 손목이 당겨졌다. 평소 잘 보지 못한 뒤통수는 머리칼이 헝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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