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햔 님이 주신 대사로 연성 했습니다("난 너한테 뭐야?")











 “나는 너한테 뭐야?”






 마츠카와는 대뜸 튀어나온 말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바닥에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옷가지를 입고 있는 뒤통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보여주지 않았다. 제 침묵에도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에 마츠카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군데군데 얼룩진 천장은 이 건물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가만히 매트리스에 씌워진 시트를 쓰다듬던 마츠카와는 낮게 들리는 한숨 소리에 눈을 깜빡였다. 뭔가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기억을 더듬어도 그다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평소와 똑같이 연락을 했고, 평소와 똑같이 만나서 데이트를 하고, 평소와 똑같이 마지막 코스로 모텔에 왔을 뿐이었다. 평소와 다른 것은 없었다.






 “난, 너에게 내가 얼마만큼 중요한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






 지익-. 바지 지퍼를 올리는 소리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섞였다. 마츠카와는 상체를 일으켰다. 소매의 단추를 잠그는 모습을 보며 마츠카와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가늠이 잡히지 않았다. 복잡한 머릿속을 애써 정리하는 사이 풀어놓았던 시계까지 말끔하게 찬 하나마키는 의자에 걸쳐두었던 겉옷을 집어 들며 문고리를 잡았다. 생각 정리 되면 연락 줘. 말은 그게 끝이었다. 철컥, 녹슨 쇳소리를 내며 열렸던 문은 그대로 삐걱대며 굳게 닫혔다. 제 침묵의 뜻마저 알 정도로 저를 잘 알고 있으면서. 마츠카와는 그대로 다시 누웠다. 얼룩진 천장이 다시 눈 안 가득 들어찼다.



















 하나마키와 만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었다. 고등학생 때 배구부에 같이 입부를 하며 알게 된 하나마키는 저와 꽤나 성격이 잘 맞았고,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 관계가 미묘해진 것은 배구부를 은퇴할 때쯤이었고, 대학시절 내내 혼란과 부정을 거쳐 결국 이런 관계가 된 것은 이십대의 중반이 다 되어서였다. 긴 시간을 알고 지냈고, 혼란을 겪어왔던 만큼 둘의 사이가 나빴던 적은 거의 없었다. 이미 친구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을 지내왔었기 때문에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아니, 눈치 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츠카와는 팔짱을 낀 채 바닥에 놓인 휴대전화를 내려다보았다. 까맣게 꺼진 화면은 켜질 줄을 몰랐다. 벌써 일주일 째였다.






 ‘생각 정리 되면 연락 줘.’






 그렇게 말을 해놓고 나갔으면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바로 보낸 메시지에는 일주일 내내 답이 없었다. 저에게 연락하라는 핑계로 속을 다스리고 있는 것은 하나마키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츠카와는 제 머리를 헝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너한테 뭐야? 그 말 만큼 쉽고도 어려운 질문은 없었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겁이 나고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이런 감정을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그냥,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 말 한 마디로는 와 닿지가 않는 건가. 마츠카와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혀 침대 위에 머리를 기댔다. 정리를 하자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더욱 복잡해지는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멍하니 제 방 천장을 보던 마츠카와는 고개를 다시 숙였다. 반짝, 켜지는 휴대전화 화면에 마츠카와는 허리를 숙여 그 화면을 확인했다.






 -대출 상담.






 제목을 보자마자 마츠카와는 다시 머리를 뒤로 젖혔다. 하나마키는 저와 헤어질 생각인건가. 속이 답답하고 목이 꺼끌해지는 기분에 마츠카와는 마른 침을 삼켰다. 늘 하나마키의 기분을 생각하며 기다리기만 했건만, 오늘은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었다. 마츠카와는 휴대전화를 챙겨 몸을 일으켰다. 만나야 이 엉망인 머릿속이 정리 될 것 같았다.





















 하나마키는 일주일 내내 연락을 씹었었음에도 의외로 쉽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 눈 밑에 짙게 자리 잡은 그림자에, 마츠카와는 저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낮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익숙한 공간 속으로 들어선 마츠카와는 낯선 공기의 흐름에 고개를 까닥였다. 뒤 쪽에서 쓱 스쳐 지나간 하나마키는 그대로 소파 위에 앉았다. 어정쩡하게 서있던 마츠카와는 그대로 벽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꼈다. 드물게 어색한 침묵이었다. 저가 말이 없는 탓에 침묵은 항상 편안하기만 했건만, 오늘따라 침묵이 심장을 무겁게 짓눌렀다. 마츠카와는 검지로 가만히 제 입술을 쓸어냈다. 거칠었다.






 “생각, 해봤어?”






 역시나 오늘도 침묵을 깨는 것은 하나마키였다. 마츠카와는 바닥에 두었던 시선을 하나마키에게로 옮겼다. 하나마키의 시선 또한 바닥에 박혀 있었다. 마츠카와는 그 벚꽃 잎 색의 머리칼을 보았다. 저가 그것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 머리칼이 얼마나 결이 좋은지 알고 있었다. 버릇처럼 다문 입 탓에 찾아온 침묵이 무거운지 바닥에 놓여있던 시선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마츠카와는 오랜만에 마주한 그 눈동자에 잠시 숨을 멈췄다. 이토록 좋은데, 중요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타카히로.”






 제 부름에 깜빡, 눈꺼풀이 움직였다. 늘 하나마키, 마키, 정도로만 불렀던 탓에 이름은 거의 처음이었다. 마츠카와는 제 귀 끝이 조금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타카히로. 한 번 더 그 이름을 부른 마츠카와는 발을 떼어 하나마키가 있는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내내 맞추고 있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거웠던 침묵이 사라진 탓인가. 고개를 반쯤 숙이고 있는 하나마키의 앞에 선 마츠카와는 허리를 숙여 그 허벅지 위로 제 손을 올렸다. 뺨이며 귀 끝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렇게 느끼게 해서 미안.”

 “으, 마츠카와.”

 “그런데, 연락 안 되는 동안 미치는 줄 알았어.”






 십년이나 만났지만, 난 아직도 널 보면 좋아 어쩔 줄 모르겠어. 조금씩 들리던 시선이 드디어 제 눈과 마주쳤다. 목이 바짝 타들어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이 삼켜졌다. 좋아해, 타카히로.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파 위에 놓여 져 주먹만 움켜쥐던 손이 뺨을 감싸 쥐었다.






 “잇세이.”






 간지러운 제 이름이 불리고 그대로 입술이 겹쳐졌다. 일주일만의 키스였다. 마츠카와는 고개를 살짝 틀며 제 입술을 할짝이는 혀에 입을 벌렸다. 간만이라 낯선 듯 톡톡 제 혀를 건드리던 것은 그대로 입 안으로 침범해 제 혀를 옭아맸다. 마츠카와는 반쯤 감은 뜬 눈으로 하나마키의 얼굴을 살짝 훑었다. 감은 눈이 슬쩍 뜨여 까만 눈동자가 제 시선과 마주했다. 일주일 동안의 불안이 싹 씻겨 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입술이 천천히 떨어지고, 뺨을 감싸 쥐었던 손이 떨어져 손목을 가볍게 붙잡았다. 뜨끈하게 열이 오른 손의 온도가 좋았다.






 “연락 안 해서 미안.”






 찾아와줘서 고마워. 조금 쳐진 눈썹에 마츠카와는 웃었다. 말해줘서 고마워. 손목을 쥐었던 손이 허리를 안았다. 둘 다 기분 좋은 열기가 몸을 데웠다. 그 허벅지 위에 앉아 똑같이 허리를 껴안은 마츠카와는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익숙한 체취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오늘은 자고 가. 웅얼거림마저 따스했다. 응. 낮게 대답하며 마츠카와는 그 온기에 몸을 맡겼다. 일주일 내내 미뤄두었던 잠이 온전히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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