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햔 님 소재로 3차 연성 했습니다.











 “마츠……?”






 제 부름에도 쓱 스쳐지나가는 것에 하나마키는 멍하니 뒤를 돌아보았다. 늘 성큼성큼 모델마냥 매끄럽던 걸음걸이는 느릿하고 절뚝거렸다.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부르려던 하나마키는 입만 벙긋거리다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마츠카와가 무단결석 일주일 만에 등교를 한 날이었다.





















 마츠카와와 저는 그냥, 친구라고 정의 된 사이였다. 그게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건만 유난스러웠던 이유는, 마츠카와에겐 친구라고 꼽히는 사람이 몇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난 데 없이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었지만 마츠카와는 늘 어느 정도 선을 그었다. 저는 그 선을 넘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고, 그것은 꽤나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 그건 자신이 엇나가기 시작했을 때도 똑같았다. 술 담배를 배우고, 학교를 건성으로 다니며, 본래 친했던 친구들과는 멀어지고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렸지만, 마츠카와만큼은 예외였다. 변해가는 저를 보면서도 마츠카와는 잔소리를 한다거나 변하는 것 없이 저를 똑같이 대했다. 그 덕에 자신도 똑같이 마츠카와를 전처럼 대할 수 있었다. 똑같이 떠들고, 밥을 같이 먹고, 방과 후 서로의 집에서 노닥거리는 것 전부.


 그랬었는데. 하나마키는 쪼록, 빨대를 빨며 다리를 까닥였다. 눈앞에서 저를 무시하며 그대로 지나가는 마츠카와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아니, 아예 멀어지는 것 자체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마츠카와는 들고 있던 우유 곽을 구겨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뒤이어 바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마츠카와가 등교하지 않은 일주일 동안 내내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었다. 마츠 어디야? 왜 안와? 어디 아파? 연달아 보낸 메시지와 전화엔 답이 없었다. 학교가 끝난 후 그 집 앞까지 찾아가 봤지만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마츠카와가 등교했다는 말에 냅다 찾아가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왜지.”






 뻐끔, 연기를 뱉어내며 하나마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츠카와와의 마지막 기억을 더듬어도 그다지 나빴던 것은 없었던 것 같은데. 연신 뚝뚝 끊기는 기억을 더듬던 하나마키는 결국 으아! 소리를 치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그저 떠들 사람 하나 줄었구나, 하고 넘어갈 만도 했건만 마츠카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필터만 잘근잘근 씹으며 앓던 하나마키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에 고개를 까닥였다. 다른 반 무리들이 이제야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아, 그 새끼 진짜 존나 독하네.”

 “경찰서 갔다 길래 개 쫄았다니까.ㅋㅋ”

 “걔 신고 못할 거라고 했잖아. 꼴에 존심은 있어가지고.”






 툭툭 튀어나오는 욕설 섞인 말들에 하나마키는 슥 눈썹을 끌어올렸다. 누구 하나 잡아다가 거하게 팬 모양이었다. 그러다 깜빵가도 모른다. 늘 서로 툭툭 치며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 저러다 진짜 한 번 거하게 당해봐야…….






 “하나마키는 모르는 것 같지?”

 “지 친구의 친구들한테 줘 터졌다고 누가 말 하냐.ㅋㅋㅋ”






 그 말에 하나마키는 툭, 꽁초를 떨어뜨렸다. 오늘 아침에 본 마츠카와의 얼굴은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저를 훅 스쳐지나간 탓에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분명 사고가 아닌 맞아서 생긴 상처들이었다. 다리도 절었었지. 하나마키는 머리가 차게 식는 것과 동시에 뒷목이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박자박, 옥상으로 들어서는 발소리들이 들렸다. 하나마키는 몸을 돌려 우르르 들어서는 이들을 보았다. 낄낄거리며 들어오던 얼굴들이 하나마키를 발견하자마자 삽시간에 굳었다. 그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간 하나마키는 그중 하나의 멱살을 움키고 뻑, 그 얼굴을 주먹으로 갈겼다.






 “개새끼야 지금 뭐라 그랬어.”

 “야, 야 진정 좀 해!”

 “씨발,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누군지 알면서 건드려? 지금 나한테 시비 터는 거지?”






 몇 번이고 그 얼굴을 내려치던 하나마키는 저를 억지로 떼어내는 손을 뿌리치고 바닥에 쓰러진 몸을 몇 번 더 콱콱 밟았다.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화가 풀리지가 않아 주변의 놈들을 닥치는 대로 몇 대 후려갈기고 나서야 씩씩대며 주먹질을 멈추었다. 주먹이 얼얼했지만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잡히는 대로 한 명의 멱살을 잡아당긴 하나마키는 반쯤 으르렁댔다.






 “똑바로 말해. 네 새끼들이 마츠카와를 그렇게 만들었어?”

 “아, 네, 친구를 그렇게 만든 건 미안한데!! 씨발, 그 새끼 면상이 재수가 없잖아!”






 사람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너 없으면 쌩 까는 게 좆같아서 그랬다! 멱살을 움킨 손을 팍 떨쳐내며 하는 말에 하나마키는 그대로 이마를 짚었다. 열이 뻗치고 화가 나는데 그게 자신 때문이라는 것에 목구멍이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하나마키는 그대로 몸을 돌려 옥상을 빠져나왔다.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 마츠카와의 교실로 다가가던 하나마키는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저만치에서 못 알아 볼 수가 없는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여전히 느릿하고, 여전히 절뚝거리는 걸음걸이였다. 하나마키는 숨을 몰아쉬며 그 얼굴을 보았다. 여기저기 터지고 멍이 든 얼굴에 심장이 콱 죄여오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온 옷깃을 꽉 붙잡자 멈칫, 걸음이 멈추었다.






 “마츠.”





 제 부름에도 대답은 없었다.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늘 나른하게 반쯤 감겨있던 눈은 저를 보고 있지 않았다. 하나마키는 옷깃이 아닌 손목을 쥐었다. 마츠. 또 한 번의 부름에도 답은 없었다. 손이 툭, 제 손을 털어냈다.






 “미안.”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느릿하게 걸음이 떼어졌다. 하나마키는 그대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교복바지 아래로 드러난 발목이 시커멓게 멍이 들어 부어있었다. 입 안에선 욕지거리와 하고 싶은 말이 웅웅 울리며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데, 입술만 뻐끔거릴 뿐 말이 되어 나오지가 않았다. 하나마키는 그대로 손으로 눈을 가렸다. 눈이 뜨겁고, 손이 축축했다.





















 “씨이발, 재수가 없으려니까.”






 뭘 믿고 지랄인지 알 수가 없다니까. 제 등을 퍽, 괜히 한 대 더 걷어차고 지나치는 것에 마츠카와는 몸을 둥글게 말며 비명을 참을 뿐이었다.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마츠카와는 멍하니 눈을 떴다. 대부분 눈에 익은 얼굴들이었다. 저가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 아니니, 분명 언젠가 하나마키 탓에 어울린 적이 있을 것이었다. 살짝 몸을 움직이자 끔찍한 고통이 올라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쉬자.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금세 편해졌다. 어차피 급할 것도 없었다. 다시 눈을 내리감자 아까의 욕설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처음 볼 때부터 면상이 재수가 없었어.’

 ‘맛키인지 마키인지 호모 새끼.’

 ‘뭐 우리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






 딱히 상처가 된다거나 마음에 남는 다거나 하는 말들은 아니었지만, 하나마키에 관련된 말은 그냥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티가 났나. 최대한 숨긴다고 숨겼는데. 자조적인 쓴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입술을 조금 움직이자 터진 입술이 아려왔다. 아아. 작게 소리를 내자 쇳내가 올라왔다. 지독히도 맞았나보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느릿하게 눈을 뜬 마츠카와는 제 몸을 잡는 것에 움찔, 몸을 움츠렸다. 아릿한 고통이 온 몸에서 울려댔다.






 “학생, 괜찮아요? 눈 뜰 수 있겠어요?”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이제야 귀에 닿았다. 마츠카와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아프니까 그만 좀 흔들어요. 그 말이 잘 나오지가 않았다. 억지로 일으켜 앉혀진 마츠카와는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목에 가래가 끓어 카악, 뱉어내자 시뻘건 핏덩이가 뱉어졌다. 턱이 얼얼한 것을 보니 이도 성치 않을 것 같았다. 느릿하게 눈을 몇 번이고 깜빡여 흐릿한 시야를 씻어낸 마츠카와는 제 앞의 경찰을 보았다.






 “학생, 구급차 금방 올 거예요. 기다릴 수 있겠어요?”

 “……네.”

 “학생 이렇게 한 거 누군지 기억나요?”






 그 말에 마츠카와는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머리가 어지럽고, 온 몸이 얼얼하게 아팠다. 얼굴이 눈에 익었으니 누군지 안다고 묻는다면, 안다고 답을 했어야 했다.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든 마츠카와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모르겠는데요.”

 “학생들이었다는 것 같은데, 정말 모르겠어요?”

 “……기억 안 납니다.”






 고개를 저을 힘마저 없었다. 쇳내가 나는 숨에 마츠카와는 다시 뭔가를 물어오는 경찰에 그저 눈을 감아버렸다. 고개까지 숙여버리니 더 이상의 물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츠카와는 가만히 웃었다. 얽히게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또, 티가 나 버렸으니까. 마츠카와는 다시 시끄럽게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에 그대로 아득해지는 정신을 놓았다. 그래도, 한 번 쯤은 더, 보고 싶었는데. 웃는 얼굴이 검은 먹물에 묻히듯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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