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졸려. 멍한 머릿속에 들어차는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쿠니미는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 날씨는 퍽 추워졌고, 이젠 외투 없인 외출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른 아침의 등교는 아침잠이 많고 저기압인 저에겐 마냥 피곤하기만 일인데 거기에 추위까지 더해지니 만사가 다 귀찮고 힘이 들었다. 그냥 하루쯤은 아프다고 하고 학교 빼 먹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해 보아도 평균보다 훨씬 큰 배구 부원에겐 택도 없는 일이었다. 목에 칭칭 감은 목도리에 코를 박으며 쿠니미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눈을 감으면 금방이라도 잠에 빠져들 것 같았지만 몇 정거장 남지 않았다. 쿠니미는 눈에 힘을 주며 자꾸만 감기려는 눈을 애써 떠보려 노력했다.






 -이번 정거장은…….






 이번 정거장을 알리는 안내음성이 까맣게 멀어졌다. 꾸벅, 고개가 앞으로 떨어졌다. 아. 다시 고개를 든 쿠니미는 눈을 문질렀다. 갑작스레 추워진 탓인지 더 피곤한 것도 같았다. 끔뻑끔뻑 몇 번 눈을 감았다 뜬 쿠니미는 버스가 멈추는 것에 무심코 문 쪽을 보았다. 흰 자켓에 보라색의 바지. 시라토리자와의 학생이었다. 이 근처에도 거기를 다니는 애가 있었나. 그런 생각을 해봤자 저는 주변을 크게 의식하는 편이 아니었다. 뭐, 상관없지. 어깨를 으쓱, 했던 쿠니미는 팔짱을 끼며 목도리에 다시 코를 묻었다. 얼굴이 조금 따뜻해지니 조금 더 졸린 것도 같았다. 문득 제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살짝 시선을 돌리자 보라색의 바지가 보였다. 시라토리자와. 까맣게 어두워지는 시야에 꾸벅 졸 때 쯤, 코에 좋은 냄새가 닿았다. 비누 냄새에 가까운 것도 같았다. 냄새 좋네. 스르륵 감기는 눈에 쿠니미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꾸벅, 고개가 떨어졌다. 몇 정거장 남지 않았다고 자지 않겠다는 생각은 어느 새 지워져 있었다. 꾸벅꾸벅 고개가 땅으로 꺼지는 것 같은 느낌에도 쉬이 눈을 뜨지 못하고 졸던 쿠니미는 제 어깨 위로 올라오는 것에 부스스 눈을 떴다. 역광으로 들이치는 햇빛이 눈이 부셨다.






 “너 아오바죠사이지? 곧 내려야 해.”






 대중교통에서 보기 드문 친절이었다. 쿠니미는 끔뻑끔뻑 눈꺼풀을 움직이다 등받이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시야가 높아지자 아까 맡았던 좋은 향기가 좀 더 짙게 났다. 쿠니미는 바깥의 풍경을 한 번, 제 옆에서 저를 깨워준 이를 한 번 보았다. 반듯하게 잘린 앞머리가 독특한 남자였다. 커다란 키에 퍽 앳되어 보이는 얼굴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줬다. 그래봤자 기억은 안 나겠지만. 쿠니미는 까닥, 고개를 움직이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저가 일어나 빈자리에 앉을 거란 예상을 했지만 의외로 저가 나가기 쉽게 몸을 비켜줄 뿐 앉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흐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남자를 지나치자 아까 맡았던 비누 향에 가까운 향기가 스쳤다. 남자치고 좋은 향기. 새삼스러운 눈으로 남자를 보았던 쿠니미는 그대로 멈추는 버스에 고개를 돌렸다. 훅 밀려드는 찬 공기를 비집고 버스에서 내리자 뿌옇게 입김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이런 추운 날씨에도 남자는 교복에 목도리만 한 채였다. 건강하기도 하지. 걸음을 떼며, 공기 중으로 하얗게 입김이 흩어졌다.





















 “얼어 죽겠네…….”






 쿠니미는 제 팔뚝을 쓱쓱 문지르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어제보다 더 추워진 것 같았다. 손목에 찬 시계를 내려다보자 어제와 얼추 비슷한 시간대였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기 무섭게 운 좋게도 버스가 바로 도착했다. 쿠니미는 버스에 올라타 어제 앉았던 그 좌석에 앉았다. 종점 가까운 곳에 사는 자의 특권 같은 거였다. 쿠니미는 거의 잘 것처럼 목도리에 코를 묻고 등받이에 눕듯이 기댔다. 아직 운행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버스 내부는 바깥의 온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꽤 추웠지만 금세 훈훈해질 것이었다. 학교까진 꽤 거리가 있었다. 이른 아침에 부족한 잠을 채워줄 꿀 같은 시간이었다. 쿠니미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금세 머리가 무거워졌다.



 툭, 머리에 닿는 느낌에 쿠니미는 퍼뜩 눈을 떴다. 얼마나 잤는지 모를 정도로 깊게 잠이 들었었다. 턱에 축축한 느낌은 없었지만 버릇처럼 입가를 손등으로 훔쳐낸 쿠니미는 창밖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아직 내릴 정류장을 지나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쿠니미는 저가 부딪친 것을 확인했다. 시야가 먼저 보이기 전, 코끝에 향긋한 비누 향기가 스쳤다. 그 남자였다. 멀뚱히 저를 보고 있는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쿠니미는 눈을 깜빡였다.






 “더 자.”

 “어, 어……. 미안.”

 “때 되면 깨워줄게.”

 “아니, 잠 다 깼어.”






 퍽 친절하게 웃어 보이는 얼굴에 쿠니미는 오히려 떨떠름한 기분이 되었다. 언제 봤다고 이렇게 친한 척이람. 제 기분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무표정했던 얼굴에 쓱 미소가 떠올랐다. 앳된 얼굴에 어울리는 퍽 개구 진 미소였다.






 “나 너 알아.”

 “나를?”

 “아오바죠사이 쿠니미 아키라. 맞지?”






 퍽 자신 만만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불쾌할 정도로 맞는 말이었다. 표정이 단박에 일그러졌다. 어떻게 자신을 알고 있지? 저가 모르는 이가 저를 알고 있음에 그것을 물어보려 입을 열려 할 때, 저가 내릴 정류장을 알리는 안내 음성이 저와 남자의 사이를 가로질렀다. 남자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몸을 옆으로 살짝 비틀어 비켜주었다. 아무리 보아도 익숙한 느낌은 났지만 도저히 기억은 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우선은 내려야했다. 쿠니미는 찜찜한 기분을 안고 남자를 지나쳤다.






 “내일 또 봐.”






 여태까지 마주친 것은 우연에 불과했음에도 남자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즐거운 것 같기도 했다. 지랄. 말을 무시한 채 버스에서 내려 뒤를 돌아보자 제 쪽을 보고 있던 얼굴이 활짝 피며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쿠니미는 못 본 척 몸을 돌려 발을 뗐다. 불쾌한 기분만 치솟았다.





















 어제 종일 기억을 더듬어보았지만 남자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다. 딱히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 불편하다 느껴본 적이 없었건만, 상대만 저를 알고 있는 일방적인 관계는 퍽 기분을 불쾌하게 했다. 시라토리자와에서 저를 알 만한 사람은 없을 텐데 남자는 어떻게 저를 알고 있는 걸까. 혼자 생각해봤자 답은 없었다. 사실 귀찮은 부분이기도 했다. 남자가 어떻게 저를 알고 있는 지 저와 무슨 상관인가 싶기도 하고. 쿠니미는 버스 정류장에 서서 차게 식은 손을 비벼 문질렀다. 더 이상 귀찮게 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저만치에서 오는 버스에 쿠니미는 길게 숨을 내쉬곤 걸음을 뗐다. 평소와 다름없이 버스에 오르고, 이번엔 좀 더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늘 앉던 혼자 앉는 자리가 아닌 두 사람이 앉는 좌석이었다. 옆에 누가 있으면 그래도 말을 걸지는 않겠지. 쿠니미는 팔짱을 낀 채 몸을 웅크렸다. 아직 버스 내 공기는 쌀쌀했다.



 어느 새 잠이 든 모양이었다. 늘 있는 일이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눈을 떴을 땐 평소와 훨씬 다른 상태였다. 혼자 잤을 땐 단지 창문에 머리를 기대거나 앞으로 숙인 채 잠을 잤었는데, 지금은? 쿠니미는 얼굴에 닿는 따뜻한 느낌에 뺨을 문지르려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누군가의 어깨에 기댄 채 자고 있었다. 냉큼 고개를 들어 제 옆을 확인하자 그 사이 눈에 익은 흰 자켓과 반듯하게 잘린 앞머리가 제일 먼저 보였다.






 “아, 깼어?”

 “뭐야…….”

 “너무 잘 자서 깨우기가 뭣하더라.”

 “네가 왜 내 옆에 앉아있는데.”

 “네 옆자리 비어 있어서 앉았지.”






 퍽 뾰족하게 나간 말임에도 돌아온 대답은 준비라도 한 것처럼 매끄럽게 나왔다. 심지어 저가 예민하게 군다는 듯한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그것에 기분이 나빠 미간을 찡그리는데 마주 본 얼굴은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쿠니미는 고개를 돌려 앞을 본 채 팔짱을 꼈다.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유난히 남자에 대해서는 감정이 과할 정도로 치솟았다. 평소 같았으면 그러려니 하며 대충 넘겼을 것도 울컥, 불쾌하다 느꼈을 정도로. 골치가 아파오는 것 같음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자 저를 보던 남자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2인 좌석에 앉은 것이 실수인 것 같았다. 내일은 또 어떻게 하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창밖을 내다 볼 때였다.






 “고시키 츠토무. 내 이름이야.”






 조금은 흥분한 것 같은 목소리였다. 왜? 쿠니미는 흘기듯 제 옆에 앉은 남자를 보았다. 초롱초롱한 눈이 무언가를 기대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자 제 쪽으로 기울어지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쩌라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저…….”

 -이번 정류장은…….






 남자의 목소리가 나오자마자 타이밍 좋게 저가 내릴 곳의 정류장을 알리는 안내음성이 나왔다. 쿠니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제 쪽으로 몸을 기울인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리를 빠져나와 문이 열리고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쿠니미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았다. 남자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너 고시키 츠토무라고 알아?”






 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쓱 훔쳐내며 꺼낸 말에 물을 벌컥벌컥 먹고 있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쿠니미는 저가 물어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태연스레 바닥에 놓인 물통을 집어 들어 입에 물었다. 추운 날씨 탓에 물은 미지근하지 않고 꽤 시원했다. 꿀꺽꿀꺽 몇 모금 삼키고 입가로 흐른 물을 닦아내고 나서야 이상한 표정을 지은 얼굴이 이쪽을 향했다.






 “걔 왜?”

 “알아?”

 “알지. 시라토리자와 배구부 주전이잖아.”

 “배구부?”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이라 생각했건만 배구부였다. 시라토리자와의 주전이라면 경기도 꽤나 봤고 같이 경기도 했을 것이 분명한데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주변에 관심이 없는 수준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야 남자가 어떻게 자신을 알고 있는 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왜 남자는 갑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었는가.






 “걔는 갑자기 왜?”

 “뭐, 그냥.”






 의문을 파고들려던 것은 옆에서 다시 되물어오는 목소리에 의해 깨졌다. 쿠니미는 들고 있던 물을 조금 더 삼켜내고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차가운 물이 스쳐지나간 목이 조금 까끌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고시키 츠토무. 괜히 그 이름을 한 번 웅얼댄 쿠니미는 무거운 걸음을 뗐다. 목덜미에 열기가 맴돌았다.





















 며칠을 내내 보아왔던 남자는 처음 존재를 눈치 챘던 날처럼,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저야 늘 등교를 하는 시간이 같았으니, 아마 남자는 앞의 버스를 탔거나 뒤의 버스를 탔겠지. 쿠니미는 퍽 뜨끈한 목덜미에 차게 식은 손을 가져다 댔다가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며칠 전부터 목이 까끌댄다 싶더니 기어코 감기에 걸린 모양이었다.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자 뜨끈한 열기가 손바닥에 전해졌다. 오늘따라 목도리도 깜빡하고 나온 채였다. 그나마 오늘 훈련이 없는 날이라 다행인건가. 쿠니미는 새삼스레 싸늘한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다 저만치에서 오는 버스에 발을 내딛었다. 다리에 추라도 매달아 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쿠니미는 가까운 자리에 앉아 몸을 잔뜩 웅크렸다. 유난히 날씨가 추운 것도 같았다. 머리가 마치 바닥에 끌려가는 것처럼, 쿠니미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잠깐 졸았던 것 같은데 더 무거워지는 머리에 쿠니미는 눈을 떴다. 양 뺨이 홧홧할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쿠니미는 흐릿한 시야를 씻어내기도 전에 차게 식은 제 손을 뺨에 가져다댔다. 뜨끈하게 열이 올라있었다. 감기 기운이 좀 더 심해진 것도 같았다. 이 정도면 조퇴는 문제없겠다 싶을 정도였다. 쿠니미는 덜컹거리는 버스의 움직임에 눈썹을 찡그리며 눈을 감았다. 창문에서 흘러들어오는 냉기에 열기를 좀 식힐까 싶어 이마를 가져다 댄 쿠니미는 천천히 숨을 뱉어냈다. 숨결조차 뜨겁게 달아있었다. 그냥 결석을 해버릴걸 그랬나. 쿠니미는 제 이마에 닿는 것에 느릿하게 눈을 떴다.






 “너 열나?”






 꽤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흐릿한 시야에 눈을 몇 번 깜빡이는 사이, 이마에 살짝 닿았던 것이 앞머리를 헤치고 이마에 붙었다. 퍽 시원한 손이었다. 잠깐 그 냉기를 느끼는 사이 손이 떨어져나가고, 뺨을 더듬어 내렸다.






 “너 열 엄청 많이 나.”

 “네 손, 시원 하네…….”






 뺨을 감싸 쥐었던 손이 꾹, 뺨을 눌렀다가 금세 떨어졌다. 냉기가 떨어짐에 시선을 위로 들어 올리던 쿠니미는 마침 나오는 안내음에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허리에 팔이 둘러졌다. 그 정도는 아닌데. 쿠니미는 제 허리에 둘러진 팔을 떼어내고 버스에서 내렸다. 찬 공기가 열기와 졸음을 조금 가시게 해주는 것 같았다. 축축 늘어지는 다리를 한 걸음 떼려고 할 때, 목에 둘러지는 것에 쿠니미는 고개를 돌렸다. 반듯하게 잘린 앞머리가 제 앞에 있었다. 목에 둘러지는 것을 내려다보니 목도리였다. 비누 향 같은 좋은 냄새가 났다.






 “넌?”

 “난 원래 튼튼하니까.”

 “학교는.”

 “다음 버스 타면 돼. 됐다, 얼른 들어가. 조퇴 꼭 해.”






 이마를 한 번 더 만져본 손이 떨어져나갔다. 꽤나 걱정스러움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왜? 쿠니미는 제 목에 둘러진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남자를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고, 남자가 입술을 휘었다.






 “들어가. 춥다.”

 “이거.”

 “아, 다음에 줘.”

 “언제?”

 “내일도 버스에서 만날 거니까.”






 그러며 활짝 웃는 얼굴에 쿠니미는 시선을 바닥으로 내려 눈을 굴렸다. 어떻게 저렇게 확신하는 거지. 제 등을 떠미는 손에 쿠니미는 발을 돌렸다. 내일 봐! 신이 난 목소리를 하는 소리에 쿠니미는 발을 옮기며 뒤를 돌아보았다. 목도리조차 하지 않았건만, 남자는 추위는 모르는 것처럼 굴며 손을 붕붕 흔들었다. 창피해. 이마에서 떠돌던 열기가 귀 끝까지 뜨겁게 만들었다.






 “고시키, 츠토무.”






 꼭 자기 같은 이름을 갖고 있다. 쿠니미는 제 목에 둘러진 목도리에 코를 파묻고 무거운 다리를 옮겼다. 코끝엔 비누 향을 닮은 향기만 가득했다.




















 “오늘 왜 이렇게 늦었냐? 또 걔 기다렸어?”






 지각은 아니었지만 꽤나 늦게 들어온 탓에 급하게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던 고시키는 제 옆에서 튀어나온 말에 활짝 웃었다.






 “아니!”

 “뭐야, 표정 기분 나빠.”






 질색하는 표정을 보아도 고시키는 여전히 활짝 웃고 있었다. 내일도 만날 거라고 하는 말에, 쿠니미는 인상을 쓰지도, 거절의 말을 하지도 않았다. 내일도, 내일도 만날 거야. 고시키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도로에 지나가는 버스를 보았다. 휑한 목덜미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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